건강칼럼
허지영 대표원장이 직접 쓴 글입니다. 증상 하나를 두고 몸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적었습니다.
증상으로 찾기
면역세포가 다 돌아다니는 것은 아닙니다
피 검사에서 백혈구 수치가 높다고 나왔는데 아픈 데는 없으신가요. 피 검사에서 백혈구 수치가 올랐다고 늘 감염은 아닙니다. 백혈구의 상당수는 혈관 벽 가까이에 붙어 대기하고 있어서 채혈에 잡히지 않는데, 긴장하거나 운동하면 이들이 한꺼번에 흐름으로 떨어져 나옵니다. 백혈구가 새로 생긴 것이 아니라 서 있던 자리가 달라졌을 뿐입니다.
몸이 버리려던 것에도 쓰임이 있었습니다
멍이 노랗게 변할 때 보이는 그 색이 빌리루빈입니다. 오래된 적혈구를 정리하고 남은 찌꺼기로만 여겨져 왔는데, 지금은 몸이 스스로 만드는 항산화 물질로 읽힙니다. 버리는 길과 쓰는 일이 한 줄기에 있고, 그래서 담즙이 도는 흐름은 소화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체온은 재는 숫자가 아니라 지키는 값입니다
손발이 찬데 체온은 정상이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체온계는 몸이 지켜 낸 결과를 보여 주고, 손발의 온도는 그것을 지키느라 몸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 줍니다. 온도는 효소의 속도와 혈관, 면역 반응까지 함께 건드리는 조건입니다.
아픈 자리는 산성으로 기웁니다
크게 다치지 않았는데 유난히 아픈 자리가 있습니다. 염증이나 혈류가 모자란 자리는 산성 쪽으로 기우는데, 몸에는 그 산도를 직접 읽는 장치가 신경 끝에 달려 있습니다. 산-염기는 대사가 남긴 찌꺼기가 아니라 몸이 읽는 신호입니다.
피곤할 때가 몸을 살펴야 할 때입니다
저는 진료실에서 피곤하실 때 특히 조심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 피로는 한 가지 신호가 아니라 여러 갈래가 같은 얼굴로 나타나는 상태이고, 그때 몸의 방어가 함께 느슨해지기 때문입니다. 대상포진이 피곤할 때 오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환절기마다 같은 자리가 먼저 무너집니다
환절기에 힘든 것은 날이 춥거나 더워서가 아니라 빠르게 바뀌기 때문입니다. 몸의 감지기는 온도 자체보다 온도가 바뀌는 속도에 크게 반응합니다. 그리고 조절이 바빠지면 그 사람에게서 얇은 자리가 먼저 드러납니다.
몸에는 일부러 새는 혈관이 있습니다
붓거나 진물이 나면 혈관이 터졌거나 약해졌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그런데 혈관 벽은 자리마다 촘촘한 정도가 다르고, 같은 혈관도 필요할 때 사이를 벌려 내보냅니다. 붓는 것은 벽이 무너진 결과가 아니라 문을 연 결과에 가깝습니다.
사진을 보면 늘 고개가 한쪽으로 기울어 있습니다
골반이나 어깨가 틀어지면 몸은 눈을 수평으로 두려고 머리에서 마지막 조정을 합니다. 그런데 목에는 위치를 재는 감각기가 유난히 촘촘해서, 머리가 기운 채로 지내면 그 정보가 속귀·눈에서 온 정보와 어긋날 수 있습니다. 자세를 붙드는 쪽과 몸의 느낌을 읽는 쪽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하나씩 재면 다 정상입니다
검사는 한 번에 한 가지를 잽니다. 그래야 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몸은 한 가지씩 치우치지 않습니다. 여러 쪽이 조금씩 같은 방향으로 쏠리면, 하나씩 재는 자리에서는 전부 정상 범위 안에 들어옵니다.
겨울에는 같은 일이 더 무겁습니다
겨울이라고 몸이 에너지를 덜 쓰는 것이 아닙니다. 체온을 지키는 데는 오히려 더 씁니다. 대신 몸은 움직이는 쪽에 배정한 몫을 낮게 유지하려 합니다. 겨울잠이 그 경향의 극단이고, 늦게 일어나고 덜 움직이게 되는 것이 그 옅은 판입니다.
가을에 마르는 것은 물이 모자라서가 아닙니다
가을에 산불이 잦은 것은 불씨가 세져서가 아니라 탈 것이 말라 있어서입니다. 몸에서 마른다는 것도 물이 모자란 상태가 아니라, 점막으로 가는 피가 줄고 분비물이 끈적해진 상태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물만 많이 마셔서는 잘 풀리지 않습니다.
요즘은 여름 나기가 겨울 나기보다 힘듭니다
겨울은 옷과 난방으로 견디는 방법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여름은 덥고 습한 환경과 냉방의 춥고 건조한 환경이 한 하루 안에,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오갑니다. 몸이 한쪽에 맞춰 놓으면 곧 반대쪽이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