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허지영 대표원장이 직접 쓴 글입니다. 증상 하나를 두고 몸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적었습니다.
증상으로 찾기
봄에 유독 감기가 잦고 잠이 얕다면
겨울에 맞춘 몸의 하루 시계를 봄에는 다시 옮겨야 합니다. 그 일을 맡은 시교차상핵은 하루에 조금씩만 움직입니다. 그 사이 꽃가루가 코 점막의 방어를 얇게 만들고, 큰 일교차가 교감신경을 계속 깨웁니다. 세 가지가 서로 다른 자리에서 겹칩니다.
덜 먹을 때 몸이 하는 일 — 저는 오래 회의적이었습니다
간헐적 단식, 저한테도 괜찮을까요. 간헐적 단식에 저는 오래 회의적이었습니다. 혈당이 흔들리면 교감신경이 켜지는 것을 진료실에서 자주 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세포 쪽을 공부하면서 다른 층이 보였습니다. 두 이야기가 다른 층에 있었습니다.
혈압이 오르는 것이 노력일 때가 있습니다
고혈압의 대부분은 원인을 특정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원인이 밝혀진 쪽을 보면 한 가지 결이 보입니다. 어딘가로 피가 덜 갈 때 몸이 압력을 올려 그것을 메우려 한다는 것입니다.
단 것을 자주 먹는 아이가 머리가 아프다고 합니다
단 것을 좋아하는 아이가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 일이 진료실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저는 이것을 혈당이 얼마인지보다 얼마나 급하게 오르내리는지의 문제로 봅니다.
칼슘은 뼈에만 쓰이지 않습니다
칼슘 하면 뼈를 떠올리시지만, 세포가 무슨 일이든 시작할 때 쓰는 신호가 칼슘입니다. 문이 열려 칼슘이 들어오면 그 세포가 원래 하던 일이 켜집니다. 그래서 같은 문이 열려도 세포마다 벌어지는 일이 다릅니다.
가만히 서 있는 것도 일입니다
사람은 중력을 세로로 받습니다. 그 무게를 뼈가 기둥처럼 혼자 받치는 것이 아니라, 당기는 것과 버티는 것이 함께 짜여 몸을 세웁니다. 텐세그리티라고 부르는 구조인데, 그 짜임은 세포 안까지 이어집니다.
몸은 정확하게 맞추지 않습니다
몸이 수치를 정확히 유지하려 애쓴다고 여기기 쉽지만, 수많은 세포에서 딱 맞는 조절은 애초에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몸은 값이 아니라 방향과 속도를 읽고 조절합니다. 혈당에도 혈압에도 그것을 읽는 장치가 따로 있습니다.
아이의 몸은 어른의 축소판이 아닙니다
아이의 심장이 몇 번 뛰는 것이 정상인지, 그 기준표조차 오랫동안 어른이 짐작으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재어 보니 달랐습니다. 아이를 볼 때 저는 크기를 줄인 어른이 아니라 다른 조건에 놓인 몸으로 봅니다.
안고 있으면 자다가 눕히면 깹니다
부모님들이 아이 등에 센서가 달렸다고 농담하십니다. 그런데 아기의 가슴은 어른과 달라서, 등을 대고 누우면 숨 쉬는 일이 실제로 더 힘들어집니다. 깨는 순간과 다시 잠들지 못하는 것은 서로 다른 이유로 보입니다.
물은 스스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물은 방향을 스스로 정하지 못하고 끌리는 쪽으로 따라갑니다. 대신 몸은 물이 지나갈 문을 따로 두고, 그 문을 몇 개 열지를 정합니다. 그래서 붓는 것은 물이 많아서라기보다 물이 있을 자리를 벗어난 쪽에 가깝습니다.
밥때가 됐는데 먹고 싶지가 않습니다
입맛이 없는 것은 의지나 기분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배고픔은 위가 비워질 때 올라오는 신호여서, 위가 비우는 속도부터 봅니다.
같은 몸인데 때에 따라 다릅니다
밤에만 가렵고, 아침에만 뻣뻣하고, 먹고 나면 쓰립니다. 환자분들은 그 '때'를 아주 정확히 짚으십니다. 몸에 시계가 하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