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고 나서 남는 것
짧은 답
깁스를 풀었는데 주먹이 끝까지 안 쥐어지고, 뼈는 잘 붙었다는데 저녁이면 무겁다면 — 어느 쪽 말이 맞을까요? 둘 다 맞습니다. 검사가 재는 것은 고쳐졌는가이고, 몸이 재는 것은 예전처럼 쓸 수 있는가입니다. 뼈가 붙었다는 말은 다시 쓰는 일의 출발선입니다. 아픈 데가 다쳤던 곳에서 옮겨 갔거나, 체중을 실을 수 없거나, 모양이 달라 보이면 확인이 먼저입니다.
깁스를 풀고 나면 주먹이 끝까지 안 쥐어집니다. 손목을 돌리면 어느 각도에서 걸리고, 조금 쓰고 나면 저녁에 무겁습니다. 그런데 뼈는 잘 붙었다고 들으셨습니다.
두 이야기가 다 맞습니다. 다만 재는 것이 서로 다릅니다. 하나는 부러진 데가 고쳐졌는지를 재고, 다른 하나는 그 팔을 예전처럼 쓸 수 있는지를 잽니다. 뼈가 붙었는지 확인하는 검사는 바로 그 하나를 봅니다. 나머지까지 말해 주지 않는 까닭은 놓쳐서가 아니라 애초에 다른 것을 재기 때문입니다.
부러진 데는 뼈지만 다친 데는 뼈만이 아닙니다
부러질 때 함께 눌리고 찢기고 부어오른 조직이 있습니다. 뼈를 감싼 얇은 막(골막), 관절을 싸고 있는 주머니(관절낭), 인대와 힘줄, 근육과 그 사이를 지나는 근막, 물이 빠져나가는 림프관, 그리고 그 틈을 지나는 가느다란 신경과 혈관입니다.
뼈가 붙었다는 말은 이 가운데 뼈의 몫이 끝났다는 뜻입니다. 뼈는 붙었는지 아닌지가 또렷해서 먼저 확인됩니다. 나머지는 그 뒤로도 각자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안 쓰는 동안 고리가 하나 닫힙니다
다친 데에 고인 물은 왔던 길로 곧장 되돌아가지 않습니다. 상당한 몫이 림프관이라는 따로 난 길로 천천히 걷혀 나갑니다. 그 길을 밀어 주는 힘의 큰 몫이 옆 조직이 움직일 때 나옵니다. 근육이 오므라들고 관절이 굽었다 펴지는 일이 그대로 그 힘이 됩니다.
그런데 다친 데는 아파서 안 움직입니다.
아프니 덜 씁니다. 덜 쓰니 물이 더디 걷힙니다. 물을 머금은 조직은 무겁고 뻣뻣해집니다. 그러면 더 아프고, 더 안 쓰게 됩니다. 이 고리가 몇 달 돌면 그곳은 처음 다쳤을 때와 다른 이유로 불편해집니다. 붓기가 오래 걸려 빠지는 이유와 같은 길입니다.
안 쓰는 범위는 몸이 줄여 놓습니다
관절 쪽에서 보면 이치에 맞습니다. 쓰지 않는 범위를 그대로 넓게 두면 그만큼 힘이 듭니다. 다만 다시 쓰기 시작할 때 그 줄어든 범위가 먼저 걸립니다.
회복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고쳐지는 일과 다시 쓰는 일은 나란히 가지 않습니다. 앞이 끝나 가야 뒤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부러진 데가 아직 흔들리는 동안에는 그 팔을 쓸 수 없으니, 쓰면서 되돌아오는 몫은 그 전에는 시작조차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뼈가 붙었다는 말을 들은 때는 다시 쓰는 일의 출발선에 가깝습니다. 검사가 제 할 일을 다 마쳤다고 알려 준 바로 그때부터, 몸은 그다음 일을 시작합니다.
무겁고, 끝까지 안 펴지고, 살짝 스쳐도 찌릿한데 정작 그 부위 감각은 둔합니다. 이런 것들이 남아 있다면 회복이 어긋났다기보다 아직 순서가 남아 있다고 보는 편이 실제에 가깝습니다.
먼저 다른 곳으로
남은 것이 회복의 자취가 아니라 새로 생긴 일일 때가 있습니다.
아픈 데가 다쳤던 곳에서 옮겨 갔을 때. 회복이 남긴 것은 대개 다쳤던 그곳에 있습니다. 멀쩡하던 곳이 새로 아프기 시작하면 거기서 새로 생긴 일을 먼저 찾습니다. 척추뼈가 한 번 주저앉은 적(압박골절)이 있다면 특히 그렇습니다.
다쳤던 데에 힘이나 체중을 실을 수 없거나, 모양이 달라 보일 때. 무겁고 덜 펴지는 정도와는 다릅니다.
먼저 확인할 곳이 있습니다.
저는 뼈가 붙는 데까지를 회복의 시작으로 놓습니다. 고인 것이 마저 걷히고, 뻣뻣해진 데가 풀리고, 둔해진 감각이 돌아오고, 그 팔을 다시 쓰게 되는 데까지가 회복입니다.
「나았다」는 말과 「예전 같다」는 말이 함께 오지 않는 것은 그래서입니다. 앞의 말은 검사가 하고, 뒤의 말은 그 팔을 다시 쓰는 동안 몸이 합니다. 남은 순서가 그 두 말 사이를 지나갑니다. 골절이 아문 뒤에도 아픈 이유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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