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만성통증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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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아팠던 몸은 오래 회복합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3년 됐다고 말씀하신 분이 되물으셨습니다 — 「그러면 낫는 데도 3년이 걸립니까?」 날수로 셈하면 그렇게 들리지만, 오래 아팠다는 말은 같은 일이 그만큼 여러 번 지나갔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여러 번 지나가서 강해진 신경의 연결은 반대쪽으로도 여러 번 지나가야 약해집니다. 방향은 좋아진 날이 아니라 나빠진 날의 바닥이 알려 줍니다. 심해지기만 하거나 밤잠을 깨우면 확인이 먼저입니다.

3년 됐다고 말씀하신 분이 잠시 뒤에 되물으셨습니다. 그러면 3년이 걸리느냐고.

3년이 걸리느냐는 물음은 날수로 셈한 것입니다. 오래 아팠다는 말은 같은 일이 그만큼 여러 번 지나갔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되돌아오는 데 시간이 드는 까닭은 지나간 날수를 채워야 해서가 아니라, 같은 일을 반대쪽으로 여러 번 다시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래 아프면 신경이 그 길을 익힙니다

통증은 원래 알리는 신호입니다. 다친 데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같은 신호가 오래 지나다니면 그 신호를 나르는 연결 자체가 달라집니다. 신경과 신경이 만나는 곳을 시냅스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같은 신호가 되풀이해 지나가면 그 연결이 실제로 강해집니다. 그러면 작은 자극에도 크게 아프고, 아프지 않아야 할 자극에도 아프고, 처음에 다친 데가 다 아문 뒤에도 신호가 남습니다.

그래서 통증을 다루는 쪽에서는 석 달보다 오래 이어지거나 되풀이되는 통증을 따로 묶어서 봅니다. 그 석 달은 몸 안의 시계가 아니라, 어디부터 다르게 볼지 정하려고 그어 놓은 선입니다. 다른 무엇도 아닌 시간으로 그은 선입니다. 얼마나 오래되었는가가 그 통증에서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입니다. 통증이 만성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에서 이 선을 자세히 다뤘습니다.

강해진 연결은 약해지기도 합니다

연결이 강해지는 성질에는 반대쪽이 함께 있습니다. 자주 지나가면 강해집니다. 이것을 장기 강화라고 합니다. 반대로 약해지는 쪽도 있어 장기 억압이라고 하는데, 신호가 뜸해지면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라 약한 자극이 낮은 빈도로 이어질 때 일어납니다. 신경을 들여다보는 연구에서 이 둘은 늘 짝으로 놓여 있습니다. 강해지는 쪽만 따로 있는 몸은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시간의 셈이 나옵니다. 강해진 연결이 다시 약해질 수는 있습니다. 다만 한 번 지나가서 되는 일은 아닙니다. 여러 번 지나가야 하는 일이라 시간이 듭니다. 몇 번이면 되는지는 셀 수 없습니다.

오래 아팠던 몸이 오래 걸리는 데에는 이런 셈이 있습니다. 듣기 좋은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무엇이 얼마나 드는지 셈이 된다는 것은 방향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회복은 몸이 손을 대야 일어납니다

쉬는 것은 부하를 줄이는 일입니다. 아픈 데를 덜 쓰고, 무리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 급한 때에는 이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그대로 둔다고 저절로 고쳐지지는 않습니다. 회복은 몸이 손을 대야 일어나는 일입니다. 아픈 데까지 피가 들어가야 하고, 나온 것이 빠져나가야 하고, 몸이 그 일을 할 겨를이 있어야 합니다. 조건이 안 맞으면 시간만 지나갑니다. 쉬면 낫는다는데, 쉬어도 낫지 않는다면에서 이 조건들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지나간 시간이 다 회복한 시간은 아닙니다. 오래 앓아 오신 분들 가운데는 여러 해 동안 그 일이 거의 돌아가지 않은 채로 지내신 분도 계십니다. 그 여러 해는 시간이 지난 것이지 몸이 일한 것은 아닙니다. 오래 아팠으니 오래 걸린다는 말은, 오래 두면 된다는 말과 다릅니다.

방향은 나빠진 날이 알려 줍니다

오래된 통증은 나아지는 동안에도 증상이 오르내릴 수 있습니다.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되풀이합니다. 이 대목에서 많이들 낙담하십니다. 나빠진 날이 오면 그동안 한 것이 없어졌다고 여기시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나빠진 날끼리 비교해 보면 다른 것이 보입니다. 나빠진 날은 여전히 오는데 예전만큼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 바닥이 조금씩 얕아지고 있다면 방향은 그쪽입니다.

저는 좋아진 날보다 나빠진 날이 얼마나 덜 나빠졌는지를 함께 봅니다. 좋아진 날 하나는 그날 잘 잤거나 날이 좋아도 생깁니다. 나쁜 날의 바닥은 더 긴 시간이 쌓여야 얕아집니다.

먼저 다른 곳으로

이렇게 오르내리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확인이 먼저입니다.

나빴다 좋았다 하지 않고 심해지기만 할 때. 지난달보다 이번 달이 더하고, 지난주보다 이번 주가 더할 때.

쉬는 동안에도 줄지 않고 밤에 잠을 깨울 때. 낮에 움직이면 아프고 누우면 덜한 것과는 모양이 다릅니다.

아픈 것과 나란히 다른 일이 함께 갈 때. 줄이려 한 적이 없는데 체중이 줄어 있을 때가 그렇습니다.

이 셋은 시간을 두고 보실 일이 아닙니다.


회복이 오래 걸린다는 말은 짧게 끝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동안 몸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오래된 것이 모두 예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시간을 다 쓰고도 같아지지 않는 데가 남습니다. 그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어디까지 돌아오는지를 알고 가면 남은 길을 가늠하기가 쉬워집니다.

다만 어느 쪽인지는 지나간 햇수가 알려 주지 않습니다. 알려 주는 것은 요즘의 나쁜 날입니다.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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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