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만성통증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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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림과 쥐는 근육만의 일이 아닙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저리다, 쥐가 난다 — 뭉친 근육 탓이라 여기고 주무르는데 왜 그때뿐일까요? 아픔·차가움·뜨거움·가려움은 몸 안에서 가까운 길을 쓰기 때문에 서로 자리를 바꾸기도 하고, 저린 자리는 신호가 닿은 곳이지 신호가 난 곳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한쪽에만 갑자기 저림이 오고 말이 어눌해지면 서두르셔야 합니다.

저리다는 말씀 안에는 서로 다른 느낌이 들어 있습니다. 남의 살 같다는 분이 계시고, 찌릿하다는 분이 계시고, 화끈거린다는 분도 계십니다. 쥐가 난다는 말씀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여러 가지가 한자리에서 나옵니다. 몸 안에서 차가움과 뜨거움과 아픔이 서로 가까운 길을 쓰기 때문입니다. 아주 찬 것을 오래 쥐고 있으면 시린 것을 넘어 데인 것처럼 화끈거리는 것도 같은 까닭입니다.

온도와 아픔은 같은 끝이 함께 맡습니다

피부에는 눌리는 힘과 떨림을 재는 작은 기관들이 따로 있습니다. 저마다 이름이 붙어 있고, 자기가 맡은 것만 잽니다.

그런데 온도와 통각은 그 기관들을 거치지 않습니다. 감각수용기 없이 신경 끝이 바로 알아차려 올려 보냅니다. 이 끝을 자유신경종말이라고 합니다. 간지러운 느낌과 가려움도 같은 끝이 맡습니다.

한 끝이 여러 가지를 함께 맡고 있으니 서로 헷갈릴 수 있습니다. 아픈 것이 뜨겁게, 또는 시리게 느껴지기도 하고, 가려운 것과 아픈 것이 자리를 바꾸기도 합니다. 저리다는 말씀 안에도 이런 일이 섞여 들어옵니다.

끝에서 어긋나기도 하고, 안쪽에서 어긋나기도 합니다

이런 오류가 늘 신경 끝에서 나는 것은 아닙니다.

감각신경은 척수로 들어가기 전에 자기 세포체가 모여 있는 데를 한 번 지납니다. 후근신경절이라고 부르는 곳입니다. 다만 여기는 세포체가 모여 있을 뿐, 신호끼리 이어 붙는 데는 아닙니다.

신호가 실제로 만나는 곳은 그다음, 척수 안입니다. 서로 다른 곳에서 올라온 갈래가 같은 신경세포로 모여듭니다. 그래서 한 갈래에서 생긴 일이 다른 갈래의 느낌으로 올라오기도 합니다. 목에서 시작한 통증이 머리로 번져 느껴지는 것도 같은 대목입니다.

그리고 신경 끝이 놓인 곳의 형편이 오래 달라져 있으면,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데 저릿한 신호가 납니다. 밖에서 들어온 자극이 없으니 그 자리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까닭이 잘 안 보입니다.

저린 자리만 주물러서는 그때뿐입니다

신경은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길게 이어집니다. 그 길 어느 한 곳이 눌리면, 눌린 데가 아니라 그 아래로 이어지는 구간 전체가 저릿합니다.

그래서 손이 저리다고 손만, 종아리가 저리다고 종아리만 주물러서는 잘 가라앉지 않습니다. 저린 자리는 신호가 닿은 곳이지 신호가 난 곳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한 줄기 위에 놓인 곳들이 함께 저릿한 까닭도 여기 있습니다. 손끝만 저린 것이 아니라 팔 안쪽을 따라 죽 이어져 저릿하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여기에 받는 쪽의 형편도 얹힙니다. 같은 세기로 올라온 신호라도 역치가 내려가 있으면 더 크게 들어옵니다. 그러면 눌린 정도는 그대로인데 저린 정도만 달라집니다.

알아차리지 못하는 감각도 있습니다

팔이 지금 얼마나 굽어 있는지는 눈을 감고도 압니다. 위치, 진동, 닿는 것, 눌리는 것 — 마음먹으면 느낄 수 있는 감각들입니다. 심부감각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그 안에는 의식에 잘 올라오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근육의 길이와 힘줄에 걸린 힘을 재는 고유수용감각입니다. 근육 속의 근방추와 힘줄의 골지건기관이 이 일을 맡습니다. 이 신호는 의식에 올라오는 대신, 척수와 뇌간의 반사를 거쳐 곧바로 움직임을 조절합니다.

쥐가 나는 일이 여기 걸쳐 있습니다. 힘을 준 적이 없는데 근육이 수축하고, 빼려 해도 잘 빠지지 않습니다. 근육이 스스로 수축을 풀지 못하는 몫도 물론 있습니다. 다만 언제 조이고 언제 놓으라고 그 근육에 일러 주는 신호가 따로 있습니다.

그 가운데 골지건기관은 힘을 빼는 쪽으로 일합니다. 힘줄이 일정 이상 늘어나면 위험하다는 신호가 가고, 그 힘줄에 이어진 근육의 힘이 빠집니다. 쥐가 났을 때 천천히 늘려 주면 가라앉는 데에 이 길이 관여하는 것으로 봅니다.

신경도 자기가 놓인 곳의 형편을 따릅니다

감각신경이라고 다 같은 곳을 지나지는 않습니다. 어떤 갈래는 거미줄 같은 모양으로 근막 사이에 퍼져 있습니다. 근막은 성긴 결합조직과 지방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 안에 놓인 신경은 지방 쪽 형편에 영향을 받습니다. 그리고 지방은 호르몬이나 대사 쪽과 이어져 있습니다.

몸 전체의 형편이 달라지면 그 신경이 놓인 곳도 함께 달라집니다. 손이나 종아리 한 곳에서 시작해 거기서 끝나는 일만은 아닌 까닭이 여기에도 있습니다.

검사가 먼저인 경우

한쪽 팔다리에만 저림이 갑자기 오거나, 말이 어눌해지고 힘이 빠지는 것이 함께 온다면 서두르셔야 합니다. 저린 자리의 감각이 아예 없어지거나, 한쪽 다리가 붓고 색이 달라지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리다, 쥐가 난다고 하면 대개 근육을 먼저 떠올립니다. 뭉쳤겠거니 하고 그 자리를 주무릅니다.

근육이 하는 몫은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한 곳에 신호를 내는 끝과, 그 신호가 지나는 길과, 신호를 받는 쪽의 형편이 함께 놓여 있습니다. 근육 한 층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저린 자리와 눌린 자리가 떨어져 있을 수 있습니다. 손이 저린데 손에서는 짚이는 데가 없다면, 그 손으로 이어지는 길도 함께 봅니다. 손발이 저리고 쥐가 자주 나는데 검사는 정상이라면에서 다른 갈래(전해질과 호흡)를 다뤘습니다.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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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