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만성통증 클리닉
읽는 데 약 4분

관절이 닳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연골이 많이 닳았습니다」 — 그런데 왜 사진이 나쁜데 안 아픈 분이 있고, 사진은 괜찮다는데 오래 아픈 분이 있을까요? 연골에는 통증 신경이 없어서, 사진이 재는 조직과 아픔을 내는 조직이 서로 다릅니다. 그 말이 알려 주는 것은 연골까지입니다. 하룻밤 새 붓고 뜨겁거나 오한이 함께 오면 진료가 먼저입니다.

무릎 사진을 찍고 나면 종이 한 장을 들고 나오십니다. 흑백 사진에 뼈가 나와 있고, 뼈와 뼈 사이가 얼마나 좁아졌는지가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한 문장을 들으십니다. "연골이 많이 닳았습니다."

그 문장은 무릎보다 오래 남습니다. 계단 앞에서, 버스에 오르면서, 무릎이 시큰하기도 전에 그 말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이 말과 실제로 겪는 일이 잘 맞지 않는 분들이 많습니다.

닳은 정도와 아픈 정도가 나란히 가지 않습니다

사진에 관절염이 뚜렷한데 무릎을 별로 불편해하지 않는 분이 계십니다. 반대로 사진은 그리 나쁘지 않다는데 오래 아파 오신 분도 계십니다.

이것을 여러 연구를 모아 재어 본 정리가 있습니다. 사진에 무릎 관절염이 있는 사람 가운데 실제로 무릎이 아프다고 답한 비율은 연구마다 15%에서 81%까지 갈렸습니다. 거꾸로 무릎이 아프다고 한 사람 가운데 사진에 관절염이 보인 비율도 15%에서 76%였습니다.

범위가 이렇게 넓다는 것 자체가 답입니다. 한쪽을 알아도 다른 쪽을 짐작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사진이 나빠진 만큼 아픔이 커지지도 않고, 사진이 그대로라고 아픔이 그대로이지도 않습니다.

아픔이 나오는 곳은 연골 옆입니다

왜 이렇게 어긋날까요. 무릎 안을 조금 나눠 보겠습니다.

연골에는 아픔을 느끼는 신경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뼈와 뼈 사이에서 눌리는 힘을 받아 내는 조직이고, 그 일을 하는 데에는 신경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아픔은 어디서 날까요. 연골을 둘러싼 것들입니다. 관절 안쪽을 덮고 미끄러운 액을 내는 활막, 연골 바로 아래의 뼈와 그 뼈를 감싼 막, 관절을 붙잡아 주는 인대와 관절낭, 사이에 끼어 있는 반월판, 그리고 그 관절을 움직이는 근육과 힘줄. 여기에는 아픔 신호를 나르는 신경이 들어 있습니다.

이 조직들은 하는 일이 다릅니다. 관절이 지금 얼마나 눌리고 있는지, 어디까지 늘어났는지, 거기에 염증이 있는지를 읽어야 합니다. 읽으려면 신경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사진이 재는 조직과 아픔을 내는 조직이 서로 다릅니다.

게다가 사진은 연골을 직접 찍지도 못합니다. 엑스레이에 연골은 비치지 않아서, 뼈와 뼈 사이가 얼마나 벌어져 있는지를 보고 얼마나 남았는지를 짐작합니다. 사진이 재는 것은 그 간격입니다. 그 옆의 조직들이 어떤 형편인지까지는 잡지 못합니다.

그래도 닳은 것이 아무 일도 아니지는 않습니다

연골이 얇아지면 그 관절에 실리는 힘을 나눠 받을 여유가 줄어듭니다. 힘은 사라지지 않고 옆으로 갑니다. 연골 밑의 뼈로, 인대로, 그 관절을 붙잡고 있는 근육으로 나뉘어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쪽에는 신경이 있습니다.

뼈와 뼈 사이가 좁아지면 그 안에서 부딪히는 정도도 늘어납니다. 그 관절을 맡은 신경은 같은 자극에도 더 쉽게 반응합니다. 걸음은 그대로인데 받는 쪽이 달라집니다.

실제로 그렇게 나타납니다. 401명의 무릎을 MRI로 본 연구에서, 연골 바로 밑의 뼈에 변화가 보인 비율은 무릎이 아픈 분들에게서 78%, 아프지 않은 분들에게서 30%였습니다. 연골이 아니라 그 밑의 뼈 쪽이 아픔과 나란히 갔습니다.

닳은 것과 아픈 것 사이가 끊어져 있다는 말이 아닙니다. 한 칸 건너 이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한 칸이 어디로 가는지가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 말이 알려 주는 것은 연골까지입니다

연골이 얼마나 닳았는지는 사진이 잘 봅니다. 그 간격을 재는 데에는 사진이 확실하고, 그 판정은 사진의 몫입니다.

다만 사진이 답하는 물음과 오늘 이만큼 아픈 이유는 서로 다른 물음입니다. 지난해에도 같은 사진을 찍으셨을 텐데 그때와 지금이 다르다면, 그 사이에 달라진 것을 연골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무릎은 눌리는 힘이 몰리기 쉬운 관절입니다. 관절을 감싼 근육이 얇아 인대에 많이 기대는데, 쓰는 양은 많습니다. 무릎을 깊이 굽힌 채로 체중이 실리면 관절 안의 압력이 올라가고, 그런 압력이 오래 이어지면 연골도 그만큼 더 닳습니다. 닳는 것 자체도 조건에서 나옵니다.

이런 형편은 사진에 적힌 간격과 따로 움직입니다. 그러니 아픔을 근육과 힘줄만으로 좁혀 볼 일도 아니고, 닳은 정도 하나로 몰 일도 아닙니다. 통증이 조직보다 환경에서 온다는 이야기가 그 바탕입니다.

검사가 먼저인 경우

다치지 않았는데 한쪽 무릎만 하룻밤 사이에 부어오르거나, 만지면 뜨겁거나, 오한이 함께 오거나, 무릎이 어느 각도에서 걸려 펴지지 않는다면 — 이 이야기와는 다른 문제일 수 있습니다. 이때는 진료가 먼저입니다.


「관절이 닳았다」는 말을 들으면 대개 둘로 갈립니다. 이제 다 됐구나 하고 접으시거나, 별것 아니라던데 하고 지나치시거나.

두 갈래 다 그 한 문장에 너무 많은 것을 맡긴 것입니다. 그 말은 연골이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를 알려 줍니다. 딱 거기까지입니다.

오늘 아픈 이유는 그 옆에도 있습니다.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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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