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자율신경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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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신경은 병의 이름이 아닙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두근거림·소화 불편·찬 손발이 한꺼번에 오는데 검사는 정상이라면, 왜 「자율신경」이라는 이름만 남을까요? 이 이름은 병명이 아니라 어디를 봐야 할지 알려 주는 말입니다. 저는 배·압력·대사·호르몬 네 갈래를 함께 살핍니다. 체중 감소·실신·오래 가는 열은 검사가 먼저입니다.

진료실에 이런 목록을 들고 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발이 차고, 잠이 얕고, 속이 자주 더부룩하고, 어지럽고, 이유 없이 땀이 나고, 늘 피곤하다.

하나하나 검사를 받아 봐도 뚜렷한 설명을 듣지 못합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자율신경 문제인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오십니다.

그 말을 듣고 나면 오히려 막막해지는 분이 많습니다. 이름은 붙었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안 알려 주기 때문입니다.

먼저 이 이름이 무엇인지부터

「자율신경」은 병의 이름이라기보다, 겪는 고통을 묶어 부르는 이름에 가깝습니다.

몸에는 우리가 마음먹지 않아도 알아서 돌아가는 조절 장치가 있습니다. 심장이 뛰는 빠르기, 혈관이 조여지고 풀리는 정도, 위와 장이 움직이는 속도, 땀이 나는 정도, 동공이 커지고 작아지는 것 — 이 전부가 그 장치에 걸려 있습니다.

그러니 이 조절이 흔들리면 여러 장기의 증상이 한 사람에게 함께 나타날 수 있습니다. 두근거림과 속 불편함과 손발 차가움이 겹쳐 보이는 까닭도 여기 있습니다.

그래서 이 이름은 부위로 붙인 이름이 아니라, 겪는 사람의 처지로 붙인 이름입니다. 진료 과목을 이 이름으로 내걸고 있는 저도 그렇게 봅니다.

신경 밖에서 시작되는 경우도 봅니다

여기가 제가 조금 다르게 보는 대목입니다.

「자율신경이 흔들린다」고 하면 대개 신경 자체가 약해졌거나 예민해졌다고 여깁니다. 실제 자율신경 질환도 있으니 그 가능성을 먼저 가립니다. 다만 검사 뒤에도 설명이 남는 분이 있습니다. 그런 분에게서는 다른 곳에서 시작된 부담이 신경을 타고 드러나기도 합니다.

몸이 자기를 지키려고 한 일이 신경을 크게 울립니다.

배가 팽팽하거나 흉복벽이 잘 움직이지 않으면 숨이 불편해집니다. 그 불편에 긴장이 겹치면 심박이나 땀 같은 증상도 함께 옵니다. 이때는 신경만 볼 것이 아니라, 신경이 반응하고 있는 조건도 같이 봐야 합니다.

벨이 고장 났나, 어디선가 연기가 나나

집에 화재경보기가 울립니다. 경보기가 고장 나서 울릴 수도 있고, 어디선가 실제로 연기가 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진료실에서 자주 만나는 것은 뒤쪽입니다. 벨만의 문제가 아니라 몸 어딘가의 부담이 벨을 울리고 있습니다.

벨을 끄는 일과 연기 나는 곳을 찾는 일은 다릅니다.

그래서 벨을 살피는 일과 함께 연기가 나는지도 확인합니다.

그러면 연기는 어디서 나는가

제가 자주 살피는 것을 네 갈래로 나눠 보겠습니다. 이 넷이 전부는 아닙니다.

하나, 배 쪽. 위와 장에는 장신경계가 넓게 깔려 있고, 여기서 올라가는 감각 신호가 뇌로 이어집니다. 위와 장이 불편하면 그 신호가 계속 올라갈 수 있습니다. 배에 찬 가스나 잘 안 비워지는 위가 횡격막을 밀어 올려 숨을 얕게 만드는 일도 여기 들어갑니다. 배가 긴장하면 마음도 긴장하는 이유에서 이 길을 따로 다뤘습니다.

둘, 압력과 굳은 곳. 목이 굳어 있거나, 가슴 앞이 굳어 있거나, 배가 늘 팽팽하면 몸은 늘 조금씩 힘을 쓰고 있습니다. 쉬고 있어도 쉬는 게 아닙니다.

셋, 대사. 혈당이 급하게 오르내리거나, 오래 굶었거나, 잠이 모자라면 몸은 그것을 위험으로 읽습니다. 마음이 편해도 몸은 비상입니다.

넷, 호르몬. 여성의 주기, 갱년기, 자라는 시기, 그리고 갑상선이 달라지는 때. 호르몬의 기준 범위 자체가 옮겨 앉는 시기들입니다. 몸이 기준을 지키는 방식은 체온 이야기에서 다뤘습니다.

넷 다 「신경 질환」이라고 부르지 않는 갈래입니다. 그런데 증상은 신경을 타고 나옵니다.

자율신경 증상은 '원인명'이 아니라 교차로입니다 — 장·점막, 호흡·흉복벽, 식사·대사, 호르몬·갑상선의 신호가 자율신경 증상으로 함께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도해

신경을 재우는 일부터 하지 않습니다

신경의 증상만 가라앉혀서는 설명이 다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디에서 부담이 이어지는지를 함께 찾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 방향을 고릅니다. 배 쪽이면 위와 장의 움직임과 감각을, 압력이면 흉복벽의 움직임을, 대사면 식사와 혈당의 변동을, 호르몬이면 먼저 확인할 검사와 그 시기의 생활 조건을 봅니다.

약만 쓰는 것도 아닙니다. 굳은 곳은 손으로 풀기도 하고, 잠이나 식사처럼 약보다 앞에 있는 것을 먼저 정리하기도 합니다. 기전으로 설명되는 곳이 있으면 거기부터 손댑니다.

왜 이 일을 한약이 하는가

이 넷은 서로 물려 있습니다. 한 곳이 다른 곳의 부담을 다시 키웁니다.

배의 기계적 부담이 줄면 호흡이 편해지고 목의 보조호흡근을 덜 쓰는 분도 있습니다. 반대로 가기도 합니다. 이렇게 서로 물려 있으면 한 군데만 세게 밀어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저는 물린 조건을 나눠 보고, 지금 더 큰 몫에 맞춰 약을 구성합니다. 조절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스스로 조절할 여지를 넓히는 쪽입니다.

검사가 먼저인 경우

체중이 뚜렷하게 빠지거나, 열이 오래 가거나, 가슴 통증이나 실신이 있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밤에 아파서 깬다면 — 먼저 확인할 곳이 있습니다. 그 검사가 앞섭니다.

이 글은 그 검사에서 별문제가 없다고 나온 뒤에도 여전히 힘든 분들을 위한 것입니다.


「자율신경 문제」라는 말을 들으셨다면, 그 말은 원인을 알려 주는 말이 아니라 어디를 봐야 할지 알려 주는 말입니다.

몸의 여러 조절 반응이 함께 나타났다는 뜻입니다. 그 이름만으로 원인을 정하지 말고, 먼저 가릴 질환과 실제로 겹친 조건을 찾아야 합니다.

저는 벨을 끄기 전에 연기 나는 곳을 먼저 찾습니다. 연기가 날 만한 곳 — 숨, 명치, 배와 뇌, 혈당의 오르내림, 두근거림, 잠 — 을 한 갈래씩 살핍니다.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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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