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노년기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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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이 줄면 무엇이 달라지나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팔이 가늘어졌는데 「사는 데는 아무 불편이 없다」면 괜찮은 걸까요? 근육은 움직이는 기관이면서 몸 전체가 꺼내 쓰는 단백질 저장분입니다. 힘은 양보다 3배 빠르게 빠지고, 저장분이 얇아지면 감기 한 번에도 유난히 오래 처집니다. 반년~일 년 사이 체중이 5% 넘게 줄거나, 한쪽에만 오거나, 사레·발음 변화가 함께 오면 확인이 먼저입니다.

팔이 가늘어졌다고, 소매가 헐렁해졌다고 하십니다. 그러면서 곧바로 한마디를 덧붙이십니다. "그래도 사는 데는 아무 불편이 없어요."

맞는 말씀입니다. 근육이 줄어드는 동안에도 걷고 다니는 일은 꽤 오래 그대로입니다. 먼저 달라지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데입니다.

근육은 움직이는 일만 하지 않습니다

근육을 몸 움직이는 기관으로만 보면, 근육이 줄어드는 일도 움직임의 문제로만 보입니다. 그런데 근육은 몸에서 여러 가지를 겸합니다.

움직이는 일이 첫째인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식사 뒤에 들어온 포도당을 받아 두는 가장 큰 곳도 근육이고, 몸이 열을 만드는 큰 곳도 근육입니다. 추울 때 떠는 것 역시 근육이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근육이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조용한 것이 따로 있습니다. 근육은 몸이 쓸 단백질의 재료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먹은 것이 끊긴 동안에도 심장과 간과 면역세포는 자기 단백질을 계속 만들어야 하고, 그 재료를 어디선가 꺼내 와야 합니다. 꺼내 오는 데가 근육입니다. 간이 포도당을 새로 만들 때(당신생) 쓰는 재료도 거기서 나옵니다.

그러니까 근육은 팔다리에 붙어 있는 힘이면서, 동시에 몸 전체가 꺼내 쓰는 저장분입니다.

힘이 양보다 먼저 빠집니다

근육이 줄어든 만큼 힘도 줄어든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둘은 같은 속도로 가지 않습니다.

다리 근육의 양은 해마다 1% 안팎으로 줄었는데, 다리 힘은 그 3배쯤 되는 속도로 빠졌습니다. 70살을 넘긴 1,880명을 3년 동안 따라가며 잰 결과입니다. 그 사이에 근육량이 오히려 늘어난 분들에게서도 힘은 유지되지도, 늘지도 않았습니다.

양과 힘은 같은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근육이 줄었다는 말을 듣고 양을 늘리는 쪽만 생각하면, 정작 먼저 빠진 것을 놓칩니다.

그보다 앞서 드러나는 곳

저장분 쪽입니다.

평소에는 이 일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쌓아 둔 것이 넉넉하면 며칠 못 먹어도, 며칠 앓아누워도 다른 장기는 하던 일을 계속합니다. 근육에서 재료를 꺼내 쓰기 때문입니다.

쌓인 것이 얇아지면 같은 며칠이 다른 일이 됩니다. 감기 한 번, 시술 한 번, 입맛이 없어 며칠 대충 넘긴 것.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갔을 일인데 유난히 오래 처지십니다. 그 며칠을 넘기느라 몸이 꺼내 쓴 데가 원래 두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근육이 줄어든 것은 아프기 전에는 잘 안 보이고, 앓고 난 뒤에 드러납니다.

안 쓰면 근육부터 마릅니다

평균 72살 되신 분들이 2주 동안 하루 걸음 수를 4분의 1 수준으로 줄여 지냈습니다. 2주 뒤 다리 근육은 3.9% 줄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때에 잰 다른 것들이 그보다 크게 달라져 있었습니다. 같은 식사를 하고도 근육을 새로 만드는 반응은 26% 낮아졌고, 식사 뒤에 인슐린이 듣는 정도, 곧 인슐린 감수성은 43% 낮아졌습니다.

이 숫자를 보면 두 가지가 드러납니다. 하나, 겉으로 줄어든 몫보다 안에서 달라진 정도가 컸습니다. 둘, 드시는 것을 줄인 것이 아닌데도 그렇게 되었습니다. 이분들은 평소대로 드셨습니다. 달라진 것은 그 근육을 쓰는 일이 없어졌다는 것뿐입니다.

마른 데에 부어 넣으면 될 것 같지만,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같은 식사를 해도 식후 근육 단백질 합성 반응이 낮아지면, 들어온 재료가 근육 단백질로 쓰이는 비율도 줄어듭니다.

어떤 운동을 얼마나 하시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근육은 써야 남습니다. 들어온 영양을 받는 힘도 근육을 써야 되살아납니다. 영양 공급만으로는 낫지 않는다는 이야기와 같은 결입니다.

달라지는 속도와 표가 나는 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근육량과 식후 반응과 인슐린 감수성은 같은 속도로 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어느 것이 먼저인지까지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검사가 재는 것은 대개 양이라, 양과 다른 속도로 달라진 쪽은 같은 검사에 바로 잡히지 않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아직 사는 데 불편이 없다"는 말이 "아직 아무 일도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못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겉으로 보이는 곳과 실제로 달라지는 곳이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먼저 다른 곳으로

아래 셋은 나이 쪽으로 넘길 일이 아닙니다.

뜻하지 않게 빠질 때. 반년에서 일 년 사이에 몸무게가 5%를 넘게 줄었을 때. 한쪽에만 올 때. 나이가 만드는 쪽은 양쪽에 고르게 옵니다. 삼키는 일과 말하는 일에 함께 올 때. 사레가 잦아지거나 발음이 예전 같지 않을 때.

먼저 확인할 곳이 있습니다.


근육이 줄었다는 말 앞에서는 대개 무엇을 더 드실지부터 찾으십니다.

저는 지금 이 몸이 무엇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먼저 봅니다. 그리고 하나를 더 봅니다. 지금 이 근육이 하루에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쓰이고 있는 쪽이 남습니다.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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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