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노년기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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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넘어지면 다리만 볼 일이 아닙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밤에 불을 끄고 방을 나서다 휘청 — 낮에는 멀쩡한데 왜일까요? 다리는 낮에도 밤에도 같은 다리입니다. 서 있는 몸은 발과 다리의 감각, 속귀의 전정기관, 눈 — 셋이 받치고, 하나가 흐려지면 나머지가 메웁니다. 넘어진 순간이 기억나지 않거나, 한쪽 힘 빠짐·어눌한 말이 함께 오거나, 몇 주 새 부쩍 잦아졌다면 원인 확인이 먼저입니다.

밤에 불을 끄고 방을 나서다 한 번 휘청하셨다고 합니다. 낮에는 아무렇지 않으셨습니다.

다리는 낮에도 밤에도 같은 다리입니다.

서 있는 몸을 셋이 받칩니다

가만히 서 있는 동안에도 몸은 쉬지 않고 조금씩 흔들립니다. 그것을 그때그때 붙들어 놓는 일이 따로 돌아갑니다.

붙들어 놓는 데에 쓰이는 재료는 서로 다른 곳에서 옵니다.

발과 다리에서 올라오는 것. 발바닥은 어느 쪽에 무게가 실렸는지를 눌리는 세기로 알려 주고, 발목과 무릎은 지금 얼마나 굽어 있는지를 알려 줍니다. 이렇게 몸이 제 모양을 스스로 재서 올려 보내는 감각을 고유수용감각이라고 부릅니다.

속귀에서 오는 것. 귀 안쪽에는 머리가 어느 쪽으로 기울었고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를 재는 전정기관이 있습니다.

눈에서 오는 것. 벽과 바닥과 문틀이 어디에 있는지가 여기서 옵니다.

이 셋이 서로 어긋나지 않는 동안에는 서 있다는 것조차 의식하지 않습니다.

하나가 흐려지면 나머지가 메웁니다

셋 중 하나가 흐려질 때 몸은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덜 믿을 만한 쪽의 몫을 줄이고, 더 믿을 만한 쪽에 몫을 더 얹습니다. 서 있는 일을 그때그때 다시 짭니다.

나이가 들면서 발과 다리에서 올라오는 것이 예전만큼 또렷하지 않은 분들이 계십니다. 그러면 몸은 눈 쪽으로 몫을 옮깁니다. 밝은 데서, 바닥이 고르고, 붙잡을 것이 눈에 들어오는 곳에서는 그래서 별일 없이 지나갑니다. 메우고 있었기 때문에 보이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러다 불을 끕니다. 몫을 가장 크게 지고 있던 쪽이 한순간에 빠집니다.

메우는 데에도 품이 듭니다

메우는 일이 공짜는 아닙니다.

걸으면서 말을 시키면 걸음이 달라집니다. 걷기가 다리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보폭이 줄거나 걸음이 느려지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말을 하며 걸을 때의 보폭이 짧은 분일수록 뒷날 더 자주 넘어지시는 편입니다. 걷는 데에도 주의가 들어가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넘어진 순간을 되짚어 보면 대개 한 가지를 더 하고 있을 때입니다. 손에 무엇을 들고, 말을 하면서, 전화를 받으면서, 서둘러 문을 열면서.

발을 헛디디는 것은 한순간에 벌어집니다. 그런데 거기서 드러나는 것은 그 한순간의 사정이 아닙니다.

함께 놓고 보아야 할 것 하나

드시는 약이 여럿인 분들이 계십니다.

자꾸 넘어지시는 분을 다룬 국제 지침도 드시는 약을 빠짐없이 함께 살피라고 합니다. 약 가운데는 앞에서 말씀드린 세 갈래 가운데 어디엔가 닿는 것도 있고, 일어설 때 몸이 하는 조절에 닿는 것도 있습니다.

제가 드릴 말씀은 약을 줄이시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 검토는 그 약을 처방하신 선생님과 함께 하는 일이고, 같은 지침도 여러 사람이 함께 보고 서로 알리라고 적고 있습니다. 다만 자꾸 넘어지는 것을 다리 힘의 문제로만 놓아 버리면 이 항목이 아예 물음에서 빠집니다. 함께 놓고 보아야 할 것 중 하나라는 뜻입니다.

먼저 다른 곳으로

넘어진 순간이 기억나지 않을 때. 그때 정신이 아득했거나 잠깐 정신을 놓았던 것 같을 때. 정신을 잃고 쓰러진 일이 넘어졌다는 말씀으로만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걸릴 것이 없는데 넘어졌을 때. 몇 주 사이에 부쩍 잦아졌을 때.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하거나, 물체가 둘로 보이거나, 얼굴 한쪽이 처질 때.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쳤거나 혼자 일어나지 못했을 때.

이럴 때는 넘어진 까닭을 먼저 가려야 합니다.


자꾸 넘어지시는 것을 다리 힘 하나로 놓으면 볼 곳도 하나뿐입니다. 여러 갈래가 함께 하는 일로 놓으면 볼 곳이 여럿이 됩니다. 발에서 올라오는 것이 흐려졌는지, 어두운 데서만 그러시는지, 무엇을 하면서 그러셨는지, 일어설 때 잠깐 핑 도는 적이 있으신지. 허리가 아픈데 발을 보는 이유와 같은 눈입니다.

저는 넘어졌다는 말씀을 다리 힘의 이야기로만 듣지 않습니다.

밤에 한 번 휘청하신 것은 다리가 늙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 순간 눈이 맡고 있던 몫이 통째로 빠졌고, 나머지가 그것을 옮겨 받기에 시간이 짧았다는 뜻입니다.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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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