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여성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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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는 수치가 아니라 파동입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아침 체온이 어느 날은 36.4도, 며칠 뒤에는 36.7도 — 같은 수치가 왜 어느 날에는 평범하고 어느 날에는 무언가를 알려 줄까요? 여성의 몸에서는 「정상 범위인가」보다 「주기의 어디쯤에서 잰 수치인가」가 앞에 옵니다. 석 달 넘게 오지 않는 생리·갑자기 늘어난 생리량·주기와 무관한 출혈은 산부인과 확인이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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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자마자 체온을 재 보신 분이 계실 겁니다. 어느 날은 36.4도가 나오고, 며칠 뒤에는 36.7도가 나옵니다.

수치 두 개만 놓고 보면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여러 날 치를 나란히 적어 보아야 선이 하나 보입니다. 어느 지점에서 한 계단 올라가고, 며칠을 그대로 머물다가, 다시 내려옵니다.

같은 36.7도가 어느 날에는 그저 평범한 숫자이고, 어느 날에는 무언가를 알려 주는 숫자입니다. 둘을 가른 것은 수치가 아니라 그 수치가 놓인 위치입니다.

수치 하나에는 방향이 없습니다

36.7도라는 수치는 그 자체로 높지도 낮지도 않습니다. 앞뒤로 며칠이 붙어야 올라가는 중인지 내려오는 중인지 보입니다.

그래서 여성의 몸에서는 「정상 범위에 드는가」보다 앞에 오는 물음이 있습니다. 「어디쯤에서 잰 수치인가.」 이 물음이 빠지면 같은 숫자를 놓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저희 문진표가 생리통이 언제 오는지를 생리 전, 첫날, 도중, 뒤로 나누어 묻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같은 생리통이라도 주기의 어느 때에 오느냐가 다릅니다.

차례를 따라 오르내립니다

수치는 아무 때나 오르내리지 않습니다. 순서가 있습니다.

생리가 끝나고 배란에 이르는 동안에는 에스트로겐이 우세합니다. 이 무렵 몸은 주로 만들고 쌓는 쪽으로 일합니다. 자궁 안쪽 막(자궁내막)이 두꺼워지고, 피부에서는 콜라겐이 늘어납니다.

배란이 지나면 난자가 빠져나온 자리에 황체가 생기고, 거기서 나오는 프로게스테론이 우세해집니다. 이번에는 만드는 쪽보다 유지하고 내보내는 쪽입니다. 체온이 한 계단 오르는 것도 이때입니다. 프로게스테론이 체온을 맡은 뇌 부위(시상하부)에 작용해 기준 체온을 조금 올리고, 그 상태가 다음 생리까지 이어집니다.

두 호르몬이 스위치처럼 하나 켜지고 하나 꺼지는 것이 아닙니다. 둘 다 내내 있고, 어느 쪽 비중이 큰지가 옮겨 갑니다. 그리고 이 둘만 관여하지도 않습니다 — 갑상선 쪽 조절과도 서로 밀고 당깁니다.

자궁 하나의 일이 아닙니다

주기를 따라 달라지는 곳은 자궁 안만이 아닙니다.

건강한 여성 893명에게서 85개 검사 항목을 주기에 맞춰 재 본 자료가 있습니다. 성호르몬 말고도 여러 항목에서 차이가 나왔습니다. 나트륨과 염소, 부갑상선호르몬은 생리가 막 시작될 무렵에 높았고, 인슐린과 총콜레스테롤, 백혈구 수는 배란이 지난 뒤에 높았습니다. 다만 그 차이는 크지 않았고, 연구자들도 검사 결과를 읽는 데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정리했습니다.

숫자의 크기보다 눈에 띄는 것은 방향입니다. 자궁과 상관없어 보이는 항목들까지 주기에 맞춰 조금씩 함께 움직였습니다.

피부도 그렇습니다. 피부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는 양(경피수분손실)을 재 보면, 배란 무렵과 그 뒤가 다르게 나옵니다.

그러니 이것을 「생리 때만의 일」로도, 「부인과만의 일」로도 두기 어렵습니다.

불규칙하다는 말과는 다릅니다

"여자 몸은 원래 그런 거라고들 하잖아요."

이 말을 오래 듣고 지내면 자기 몸을 믿기 어려운 것으로 여깁니다. 매달 겪는 일이 제각기 벌어지는 사고처럼 느껴지고, 그러면 어디에 손을 대야 할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수치가 오르내린다고 해서 조절이 안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정해진 차례를 따라 올라갔다 내려오는 몸은 조절이 되고 있는 몸입니다.

그래서 여기서 묻는 것은 얼마나 크게 오르내렸는가가 아닙니다. 차례가 지켜지고 있는가입니다. 순서가 어긋나거나, 있어야 할 단계가 빠지거나, 오던 것이 안 오는 때 — 거기서부터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여성의 몸은 불안정한 몸이 아니라 주기를 따라 조절되는 몸입니다.

검사가 먼저인 경우

석 달 넘게 오지 않는 생리, 갑자기 크게 늘어난 생리량, 생리와 상관없는 때의 출혈, 그리고 임신 가능성. 이 넷은 주기의 어디쯤인지를 묻기 전에 산부인과에서 확인할 일입니다.

피임약이나 호르몬 관련 약을 쓰고 계신 분이라면, 그 약이 주기의 파동 자체를 다르게 만듭니다. 여기 적은 차례는 그 약을 쓰지 않는 몸을 놓고 그린 것이라 그대로 대 보기 어렵습니다.


이번 달이 지난달과 달랐다고 해서 몸이 제멋대로 군 것은 아닙니다.

두 달 사이에 어느 지점을 지났는지를 먼저 대어 보면, 달라 보이던 두 달이 같은 곡선 위의 다른 위치일 때가 많습니다.

그 위치를 알고 나면, 제각기 일어나던 일들이 하나로 이어져 보입니다. 갱년기에 기준 자체가 옮겨 앉는 이야기는 이 곡선 자체가 달라지는 때의 이야기입니다.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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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