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여성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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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통은 그날 하루의 일이 아닙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한 달에 이틀이나 사흘, 미리 비워 두는 며칠 — 그날 왜 아플까요? 그날 허물 것은 그날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앞선 스무 날에 걸쳐 만들어지고, 그동안 몸이 어떤 상태였는지가 그날에 얹혀 있습니다. 통증이 해마다 무거워지거나, 생리가 아닌 날에도 아프거나, 진통제가 듣지 않으면 산부인과 검사가 먼저입니다.

여행이나 시험 날짜를 잡을 때, 그 며칠은 비켜 갑니다. 한 달에 이틀이나 사흘, 미리 비워 두는 며칠이 있습니다.

그 며칠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짧게 말할 수 있습니다. 자궁이 조이고, 그래서 아픕니다.

그날 허물 것은 그날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앞선 스무 날 남짓에 걸쳐 만들어집니다.

한 달에 한 번 통째로 새로 만들어집니다

자궁 안쪽에는 막이 한 겹 있습니다. 이 막의 표면층은 주기마다 두꺼워졌다가 떨어져 나가고, 남은 바닥층에서 다시 자랍니다.

몸에서 이렇게 하는 조직은 흔치 않습니다. 살갗은 조금씩 벗겨지고, 뼈는 오래 걸려 바뀝니다. 이 막은 몇 주 만에 두꺼워졌다가 한 번에 떨어집니다.

더 눈에 띄는 쪽은 그 뒤입니다. 몸 어디든 조직이 이만큼 떨어져 나가면 아문 곳에 흔적이 남습니다. 그런데 이 막은 흉터를 남기지 않고 아뭅니다. 그러고는 다음 달에 같은 일을 다시 합니다.

조직이 두꺼워질 때 혈관도 함께 자랍니다

두꺼워지는 것이 조직뿐이라면 이야기가 간단합니다. 그런데 조직이 두꺼워지면 그만큼 피를 대야 하고, 그러려면 혈관이 따라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이 막이 두꺼워지는 동안 그 안에서 혈관이 함께 자랍니다. 곧게 뻗는 것이 아니라 코일처럼 감기면서 자랍니다. 나선동맥이라는 이름이 그래서 붙었습니다. 좁은 데에 긴 길이를 넣으려면 감는 수밖에 없습니다.

한 달 뒤에 이 막이 떨어져 나갈 때, 그 안에 자라 있던 혈관도 함께 끊깁니다. 그날 벌어지는 일의 상당 부분이 여기서 나옵니다.

허무는 일은 염증 반응입니다

배란 뒤에 우세하던 프로게스테론이 내려가면서 일이 시작됩니다. 감겨 있던 혈관이 더 감기고 조여들어 그 위쪽 조직에 피가 모자라게 되고, 조직이 견디지 못하고 헐리기 시작합니다.

몸에서 조직이 헐리고 혈관이 끊기면 그다음은 정해져 있습니다. 염증 반응입니다. 혈관 벽이 새기 쉬워지고, 면역 세포가 그 자리로 몰려들고, 허물어진 것을 정리하는 일이 시작됩니다.

염증이라는 말이 붙으면 병처럼 들립니다. 여기서는 다릅니다. 어디를 다쳤을 때 몸이 하는 그 일을, 자궁 안쪽 막은 매달 예정된 순서로 합니다. 그리고 흉터 없이 끝냅니다.

프로스타글란딘도 그 순서의 일부입니다. 흔히 통증을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져 있지만, 여기서 맡은 일은 따로 있습니다. 감겨 있던 혈관을 조여들게 하고, 자궁 근육을 수축시켜 허물어진 것을 내보내는 일입니다. 아픈 것은 그 일에 딸려 옵니다.

그 앞의 몇 주가 그날에 걸려 있습니다

매달 같은 일이 벌어지는데도 아픈 정도는 달마다 다릅니다.

그날 허물 것의 크기가 그 앞에서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두껍게 만들어졌는지, 그 안에서 혈관이 얼마나 자랐는지에 따라 그날의 환경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날의 일은 그날 시작되지 않습니다.

다만 두꺼운 쪽이 늘 더 아프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날 얼마나 아픈지는 한 곳에서 정해지지 않습니다. 나오는 물질의 양, 근육이 조여드는 정도, 그 안을 지나는 피의 흐름, 그리고 그 신호를 받는 신경 쪽의 상태 — 이 넷이 함께 정합니다. 어느 하나를 원인으로 세우면 나머지가 안 보입니다.

같은 며칠을 두고 다른 곳에 손을 댑니다

소염진통제가 손대는 곳은 이 물질입니다. 만들어지는 쪽을 눌러 양을 줄이는 방식입니다. 이유가 분명하고, 그 며칠을 넘기는 데 쓰는 방법으로 오래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약이 겨누는 곳은 다릅니다. 물질을 막는 쪽이 아니라, 혈관이 끊기면서 일어나는 염증 반응과 근육이 조여드는 반응, 그리고 그 일이 벌어지는 환경 쪽입니다.

두 쪽은 같은 며칠을 두고 서로 다른 곳을 맡습니다.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일이 아닙니다.


아픈 날만 놓고 보면 손댈 곳이 그 며칠뿐입니다.

그 며칠 앞에 스무 날이 붙어 있다면, 보는 범위는 그만큼 넓어집니다. 그동안 몸이 어떤 상태였는지가 그날에 얹혀 있습니다. 주기가 수치가 아니라 파동이라는 이야기가 그 바탕입니다.

다만 이 순서에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통증이 해가 갈수록 무거워진다면, 생리가 아닌 날에도 같은 곳이 아프다면, 진통제를 제대로 썼는데도 그 며칠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 앞의 몇 주로 풀 일이 아닙니다. 생리통 말고 다른 것이 함께 있을 수 있고, 그때는 산부인과 검사가 먼저입니다.

저는 이 대목이 다행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그날 하루만 놓고는 설명되지 않던 것이, 한 달을 놓고 보면 설명이 되기 때문입니다.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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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