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통은 그날 하루의 일이 아닙니다
짧은 답
한 달에 이틀이나 사흘, 미리 비워 두는 며칠 — 그날 왜 아플까요? 그날 허물 것은 그날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앞선 스무 날에 걸쳐 만들어지고, 그동안 몸이 어떤 상태였는지가 그날에 얹혀 있습니다. 통증이 해마다 무거워지거나, 생리가 아닌 날에도 아프거나, 진통제가 듣지 않으면 산부인과 검사가 먼저입니다.
목차
여행이나 시험 날짜를 잡을 때, 그 며칠은 비켜 갑니다. 한 달에 이틀이나 사흘, 미리 비워 두는 며칠이 있습니다.
그 며칠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짧게 말할 수 있습니다. 자궁이 조이고, 그래서 아픕니다.
그날 허물 것은 그날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앞선 스무 날 남짓에 걸쳐 만들어집니다.
한 달에 한 번 통째로 새로 만들어집니다
자궁 안쪽에는 막이 한 겹 있습니다. 이 막의 표면층은 주기마다 두꺼워졌다가 떨어져 나가고, 남은 바닥층에서 다시 자랍니다.
몸에서 이렇게 하는 조직은 흔치 않습니다. 살갗은 조금씩 벗겨지고, 뼈는 오래 걸려 바뀝니다. 이 막은 몇 주 만에 두꺼워졌다가 한 번에 떨어집니다.
더 눈에 띄는 쪽은 그 뒤입니다. 몸 어디든 조직이 이만큼 떨어져 나가면 아문 곳에 흔적이 남습니다. 그런데 이 막은 흉터를 남기지 않고 아뭅니다. 그러고는 다음 달에 같은 일을 다시 합니다.
조직이 두꺼워질 때 혈관도 함께 자랍니다
두꺼워지는 것이 조직뿐이라면 이야기가 간단합니다. 그런데 조직이 두꺼워지면 그만큼 피를 대야 하고, 그러려면 혈관이 따라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이 막이 두꺼워지는 동안 그 안에서 혈관이 함께 자랍니다. 곧게 뻗는 것이 아니라 코일처럼 감기면서 자랍니다. 나선동맥이라는 이름이 그래서 붙었습니다. 좁은 데에 긴 길이를 넣으려면 감는 수밖에 없습니다.
한 달 뒤에 이 막이 떨어져 나갈 때, 그 안에 자라 있던 혈관도 함께 끊깁니다. 그날 벌어지는 일의 상당 부분이 여기서 나옵니다.
허무는 일은 염증 반응입니다
배란 뒤에 우세하던 프로게스테론이 내려가면서 일이 시작됩니다. 감겨 있던 혈관이 더 감기고 조여들어 그 위쪽 조직에 피가 모자라게 되고, 조직이 견디지 못하고 헐리기 시작합니다.
몸에서 조직이 헐리고 혈관이 끊기면 그다음은 정해져 있습니다. 염증 반응입니다. 혈관 벽이 새기 쉬워지고, 면역 세포가 그 자리로 몰려들고, 허물어진 것을 정리하는 일이 시작됩니다.
염증이라는 말이 붙으면 병처럼 들립니다. 여기서는 다릅니다. 어디를 다쳤을 때 몸이 하는 그 일을, 자궁 안쪽 막은 매달 예정된 순서로 합니다. 그리고 흉터 없이 끝냅니다.
프로스타글란딘도 그 순서의 일부입니다. 흔히 통증을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져 있지만, 여기서 맡은 일은 따로 있습니다. 감겨 있던 혈관을 조여들게 하고, 자궁 근육을 수축시켜 허물어진 것을 내보내는 일입니다. 아픈 것은 그 일에 딸려 옵니다.
그 앞의 몇 주가 그날에 걸려 있습니다
매달 같은 일이 벌어지는데도 아픈 정도는 달마다 다릅니다.
그날 허물 것의 크기가 그 앞에서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두껍게 만들어졌는지, 그 안에서 혈관이 얼마나 자랐는지에 따라 그날의 환경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날의 일은 그날 시작되지 않습니다.
다만 두꺼운 쪽이 늘 더 아프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날 얼마나 아픈지는 한 곳에서 정해지지 않습니다. 나오는 물질의 양, 근육이 조여드는 정도, 그 안을 지나는 피의 흐름, 그리고 그 신호를 받는 신경 쪽의 상태 — 이 넷이 함께 정합니다. 어느 하나를 원인으로 세우면 나머지가 안 보입니다.
같은 며칠을 두고 다른 곳에 손을 댑니다
소염진통제가 손대는 곳은 이 물질입니다. 만들어지는 쪽을 눌러 양을 줄이는 방식입니다. 이유가 분명하고, 그 며칠을 넘기는 데 쓰는 방법으로 오래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약이 겨누는 곳은 다릅니다. 물질을 막는 쪽이 아니라, 혈관이 끊기면서 일어나는 염증 반응과 근육이 조여드는 반응, 그리고 그 일이 벌어지는 환경 쪽입니다.
두 쪽은 같은 며칠을 두고 서로 다른 곳을 맡습니다.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일이 아닙니다.
아픈 날만 놓고 보면 손댈 곳이 그 며칠뿐입니다.
그 며칠 앞에 스무 날이 붙어 있다면, 보는 범위는 그만큼 넓어집니다. 그동안 몸이 어떤 상태였는지가 그날에 얹혀 있습니다. 주기가 수치가 아니라 파동이라는 이야기가 그 바탕입니다.
다만 이 순서에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통증이 해가 갈수록 무거워진다면, 생리가 아닌 날에도 같은 곳이 아프다면, 진통제를 제대로 썼는데도 그 며칠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 앞의 몇 주로 풀 일이 아닙니다. 생리통 말고 다른 것이 함께 있을 수 있고, 그때는 산부인과 검사가 먼저입니다.
저는 이 대목이 다행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그날 하루만 놓고는 설명되지 않던 것이, 한 달을 놓고 보면 설명이 되기 때문입니다.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진료가 필요하신 경우
이 글이 자기 얘기 같으셨습니까?
진료 시간을 바로 고르시거나, 오시기 전에 여쭙고 싶은 것을 먼저 보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