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여성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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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혈 뒤에 남는 것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출산 뒤에는 삼칠일·백일을 세면서, 매달 겪는 며칠에는 왜 날수가 없을까요? 몸이 하는 일로 보면 둘 다 나간 것을 도로 채우는 일입니다. 피가 나가는 일은 며칠이면 끝나지만, 채우는 일은 그보다 한참 뒤까지 이어집니다 — 혈색소가 정상이어도 저장 철분은 줄어 있을 수 있습니다. 생리가 7일 넘게 이어지거나 쏟아지듯 많다면 산부인과 확인이 먼저입니다.

아이를 낳고 나면 날수를 셉니다. 삼칠일이니 백일이니 하며, 그동안은 무리하지 말라고 주위에서 일러 줍니다.

매달 겪는 며칠에는 그런 날수가 없습니다. 끝나면 끝난 것으로 칩니다.

한쪽에만 날수가 붙어 있을 뿐, 몸이 하는 일로 보면 둘이 한 줄에 놓입니다. 나간 것을 도로 채우는 일입니다. 크기가 다르고 걸리는 시간이 다를 뿐입니다.

채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나가는 데 걸린 시간과 다릅니다

철분제 없이 지낸 헌혈자들에게서, 헌혈로 떨어진 혈색소가 그 몫의 80%만큼 도로 오르는 데 2달 반에서 5달이 걸렸습니다. 저장된 철분 쪽은 5달 반이 지나도록 처음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 조사에서는 한 번에 500mL를 헌혈했고, 매달의 출혈은 그보다 훨씬 적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양이 아니라 시간입니다. 피가 나가는 일은 며칠이면 끝나는데, 도로 채우는 일은 그보다 한참 뒤까지 이어집니다.

채워야 할 것이 한 가지가 아닙니다

나간 만큼을 몸이 새로 만듭니다. 적혈구는 골수에서 만들고, 만드는 데 철분이 듭니다. 저장해 둔 철분이 먼저 그쪽으로 갑니다. 그러니 저장 쪽은 마지막에야 채워집니다.

떨어져 나간 곳에 자궁 안쪽 막을 다시 만드는 일도 같은 며칠에 시작됩니다. 이쪽은 다음 달 안에 마치도록 되어 있습니다.

같은 며칠을 두고 몸이 여러 가지 일을 함께 하는데, 끝나는 때가 저마다 다릅니다. 어느 하나가 끝났다고 나머지도 끝난 것이 아닙니다.

검사가 정상이어도 저장 쪽은 줄어 있을 수 있습니다

철분이 저장된다는 말이 낯설 수 있습니다. 몸은 들어온 철분을 다 쓰지 않고 일부를 간을 비롯한 여러 곳에 붙들어 둡니다. 나머지가 산소를 나르는 쪽과 피를 타고 이동하는 쪽에 나뉘어 있습니다.

모자라기 시작하면 몸은 붙들어 둔 쪽부터 헐어 씁니다. 그동안 혈액 쪽 수치는 그대로입니다. 저장이 바닥나고 나서야 이동하는 쪽이 줄고, 혈색소는 맨 끝에 내려갑니다.

그러니 혈색소 하나로는 저장 쪽 사정을 알 수 없습니다. 두 수치는 같은 때를 가리키지 않습니다. 혈색소가 내려갔다면 저장 쪽은 이미 한참 전부터 줄고 있었던 것이고, 혈색소가 정상으로 나왔다고 해서 저장 쪽까지 넉넉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저장 쪽을 재는 수치도 따로 있습니다. 철분을 붙들어 두는 단백질인 페리틴이고, 그 수치가 저장된 양을 따라갑니다. 다만 몸에 염증이 있으면 저장량과 상관없이 올라가기도 해서, 이 수치도 혼자서는 다 말해 주지 못합니다.

다음 달이 채우는 일보다 먼저 옵니다

매달의 출혈은 한 번으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시간이 함께 셈에 들어옵니다.

한 주기 안에 채우는 일이 끝나면 다음 달은 채워진 상태에서 시작합니다. 그런데 저장 쪽을 채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한 주기보다 길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다 채우기 전에 다음 달이 옵니다.

한 달 치로는 표가 나지 않습니다. 조금 모자란 채로 다음 달을 맞고, 또 조금 모자란 채로 그다음 달을 맞습니다. 그렇게 오래 이어진 다음에야 혈색소가 내려갑니다. 그때 몸에 남아 있는 것은 지난달의 며칠이 아니라 그 앞에 쌓인 시간입니다.

모두 이렇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매달 다 채우고 다음 달을 맞는 분이 있고, 그렇지 못한 달이 이어지는 분이 있습니다. 나가는 양과 들어오는 양,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시간이 함께 정합니다. 어느 하나만 보면 나머지가 안 보입니다.

출산 뒤에는 나가는 데가 하나 더 있습니다

출산은 한 번에 크게 나가는 일입니다. 그리고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먹는 양과 크게 상관없이, 젖을 먹이는 동안 하루 200mg 남짓의 칼슘이 젖으로 나갑니다. 몸은 이 시기에 자기 뼈에 있던 것을 얼마간 헐어 쓰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젖을 먹이는 몇 달 동안 뼈의 무기질이 줄어듭니다. 젖을 뗀 뒤에는 몇 달에 걸쳐 상당 부분 도로 채워집니다.

여기에 이 이야기의 모양이 그대로 있습니다. 나가는 일이 먼저 있고, 채우는 일이 그 뒤에 오고, 채우는 데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상당 부분 도로 채워집니다.

다만 이 몇 달에는 채우는 일을 어렵게 하는 조건이 함께 옵니다. 밤잠이 끊기거나 식사가 밀리는 분도 계십니다. 채워야 할 몫이 가장 많은 때와 채울 겨를이 가장 적은 때가 겹칩니다.

젖을 먹이는 동안에는 생리가 한동안 쉬어 가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나가는 몫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나가는 데가 바뀔 뿐입니다.


나가는 쪽이 너무 크면 이 셈이 서지 않습니다. 생리가 7일 넘게 이어지거나, 일상생활이 어려울 만큼 쏟아지거나, 전에 없던 덩어리가 나오는 때입니다. 그럴 때는 채우는 쪽을 손보기 전에 산부인과에서 나가는 쪽을 확인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출혈이 끝난 날에는 달력에 표가 납니다. 채우는 일이 끝난 날에는 표가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몸에 남는 것은 그 며칠이 아니라 그 뒤에 이어진 몇 달입니다. 매달의 며칠과 출산 뒤의 몇 달을 한 줄에 놓을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산후풍을 참고 넘기면 오래간다는 이야기와 이어집니다.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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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