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여성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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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 전에 사람이 달라진다고들 합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생리 전 며칠, 잠이 얕아지고 소리가 크게 들리고 목소리가 먼저 올라가는 것이 성격 탓일까요? 타고난 성격이라면 달력을 따라 오갈 까닭이 없습니다. 뇌에서 신호를 눌러 주던 물질이 며칠 사이에 물러나는 시기입니다. 이런 며칠이 주기와 무관하게 달 내내 이어지거나, 일과 관계가 흔들릴 만큼 힘들다면 혼자 견디실 일이 아닙니다.

생리가 시작된 날 아침에 며칠째 무겁던 몸이 가라앉습니다. 어제까지 견디기 어렵던 일이 오늘은 그냥 지나갑니다.

앞의 며칠을 두고 주위에서는 예민했다고 하고, 본인도 그렇게 넘깁니다.

그 며칠은 오는 때와 물러가는 때가 정해져 있습니다. 배란이 지난 뒤에 옵니다. 그리고 출혈이 시작될 무렵에 물러갑니다. 타고난 성격 탓이라면 달력을 따라 오갈 까닭이 없습니다.

프로게스테론은 뇌에서 다른 물질로 바뀝니다

배란이 지나면 프로게스테론이 우세해집니다. 이 호르몬은 자궁 쪽에서만 일하지 않습니다. 뇌에도 닿습니다.

닿아서 그대로 있지도 않습니다. 뇌에서 알로프레그나놀론이라는 물질로 바뀝니다. 그리고 그 물질이 가서 붙는 곳이 있습니다. GABA-A 수용체 — 신경이 지나치게 들뜨지 않도록 신호를 눌러 주는 쪽입니다. 잠이 들고, 놀란 뒤에 가라앉고, 불안이 잦아드는 일을 맡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물질은 몸이 자기 호르몬을 재료로 만들어 둔 것입니다. 그래서 만들어지는 양이 그 호르몬을 따라 오르내립니다.

그러니 배란이 지난 뒤 두어 주 동안, 뇌에는 신호를 눌러 주는 손이 하나 더 얹혀 있는 셈입니다.

며칠 사이에 그 손이 물러납니다

생리가 시작되기 며칠 전부터 프로게스테론이 내려갑니다. 뇌에서 만들어지던 그 물질도 따라 줄어듭니다.

쌓이는 데에는 두어 주가 걸렸는데, 빠지는 데에는 며칠입니다.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없어지지도 않아서, 그 며칠도 한 번에 끝나지 않고 이어집니다.

두어 주를 곁에 있던 이 물질이 며칠 사이에 줄면, 눌러 주던 쪽이 곧바로 그 빈틈을 메우지 못합니다. 억제가 약해지고, 같은 자극에 신경이 더 쉽게 들뜹니다.

겪으시는 일이 여기에 얹힙니다. 잠이 얕아지고, 소리가 크게 들리고, 평소 같으면 넘어갈 말에 목소리가 먼저 올라갑니다. 없던 감정이 새로 생겨나지 않습니다. 눌러 주던 쪽이 약해진 며칠입니다.

그리고 출혈이 시작될 무렵부터 그 며칠이 잦아듭니다. 물러날 것이 다 물러났기 때문입니다.

재어 봐도 모자란 데가 없습니다

이만큼 힘들면 그 며칠에 호르몬이 남달리 모자라거나 넘칠 듯합니다. 그런데 재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이 대목을 정면으로 확인한 연구가 있습니다. 약으로 그 호르몬들을 잠시 눌러 두자 그 며칠의 증상이 사라졌습니다. 눌러 둔 상태에서 에스트로겐이나 프로게스테론을 도로 넣자 증상이 다시 나타났는데, 평소 이 며칠을 겪지 않던 분들에게는 넣어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같은 호르몬을 같은 만큼 넣었는데 한쪽에서만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러니 어느 호르몬이 모자라거나 넘쳐서 생기는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로만 갈리는 일도 아닙니다. 마음에 달렸다면 호르몬을 눌러 두었을 때에도 그대로 있었어야 합니다.

검사로 잡히는 데가 없다는 말은, 겪는 일이 가볍다는 뜻이 아닙니다. 찾을 곳이 다른 데 있다는 뜻입니다.

몸 쪽에서도 같은 며칠에 표가 납니다

이 며칠에 달라지는 데가 기분 쪽만은 아닙니다. 손발이 붓고, 가슴이 결리고, 머리가 아프고, 허리가 무겁고, 속이 더부룩합니다.

먹고 싶은 것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평소에는 찾지 않던 단 것이나 짠 것이 그 며칠에만 자꾸 당깁니다.

따로따로 온 일들이 아닙니다. 같은 며칠에 함께 오고, 생리가 시작되면 함께 물러갑니다.

그래서 이 며칠을 기분 쪽 이야기로만 잘라 두면 절반이 안 보입니다. 몸이 무거우니 더 견디기 어렵고, 견디기 어려우니 몸이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두 쪽이 서로를 키웁니다.

같은 며칠이라도 달마다 다릅니다

매달 똑같이 오지도 않습니다. 어떤 달은 모르고 지나가고, 어떤 달은 크게 옵니다.

사람마다 모양도 다릅니다. 어떤 분은 붓고 무거운 쪽이 크고, 어떤 분은 잠과 기분 쪽이 큽니다. 한 이름으로 묶어 두면 각자 겪는 데가 오히려 안 보입니다.

흔들리는 것이 프로게스테론 하나만도 아닙니다. 몸이 스트레스에 대응할 때 내보내는 호르몬들은 프로게스테론과 생김새가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들을 받는 수용체 가운데는 어느 쪽이 온 것인지 딱 잘라 가르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한쪽이 많아지면 다른 쪽이 붙을 데가 그만큼 줄어듭니다. 프로게스테론이 두어 주 우세했다가 며칠 사이에 내려가면, 그 수용체들에서 벌어지는 일도 달라집니다.

그러니 이 며칠을 호르몬 하나로 돌려 두면 남는 것이 생깁니다. 잠이 짧았던 달과 넉넉했던 달이 같지 않고, 일이 몰린 달과 한가한 달이 같지 않습니다. 같은 며칠이 그 달의 사정을 타고 옵니다.

달마다 크기는 달라도 오고 가는 때는 그대로입니다. 그 때가 지켜지는지로 이 며칠을 알아봅니다.


「예민해졌다」는 말은 그 며칠에 이름을 붙일 뿐 아무것도 풀어 주지 않습니다. 왜 하필 배란 뒤에 오는지, 왜 출혈이 시작되면 물러가는지를 그 말로는 설명하지 못합니다.

이 며칠이 배란 뒤에 와서 출혈과 함께 물러가는 모양이 아니라 달 내내 이어진다면, 주기에 매인 일로 보기 어렵습니다. 비슷한 며칠을 만드는 다른 곳이 몸에 여럿 있고, 그쪽부터 가려 놓아야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 며칠에 일이나 사람 관계가 흔들릴 만큼 힘들다면 혼자 견디실 일이 아닙니다.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그때는 미루지 마시고 곧바로 도움을 받으십시오. 이 며칠의 이야기로 넘길 일이 아닙니다.

두어 주 곁에 있던 것이 며칠 사이에 물러나는 일이라고 놓고 보면, 오고 가는 때가 정해져 있는 까닭이 함께 풀립니다.

달라진 사람이 매달 새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주기가 파동이라는 이야기와 이어집니다.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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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