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소아청소년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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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잠은 어른의 잠과 다릅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품에서 잘 자다가 요에 내려놓으면 깨는 아기와, 아침마다 열 번을 깨워도 못 일어나는 청소년 — 정반대로 보이는 두 모습이 왜 같은 이야기일까요? 잠으로 들어가는 문과 졸음이 오는 시각의 규칙이 나이마다 다시 짜입니다. 눕히는 법을 몰라서도, 아이가 게을러서도 아닙니다. 코골이에 숨 막힘이 보이거나 충분히 자고도 낮에 처지면 수면 검사가 먼저입니다.

품에서 잘 자던 아기를 요에 내려놓는 순간 눈을 뜹니다. 그 아이가 몇 해 자라면 이번에는 아침마다 열 번을 깨워도 못 일어납니다.

부모가 겪는 어려움은 정반대로 보입니다. 하나는 자지 않아서 힘들고, 하나는 일어나지 않아서 힘듭니다. 그런데 몸 쪽에서 보면 두 장면은 같은 이야기입니다.

잠은 자라는 동안 계속 다시 짜입니다

어른의 잠과 다른 것은 길이만이 아닙니다. 잠으로 들어가는 문이 다르고, 잠 안에서 어느 대목이 얼마를 차지하는지가 다르고, 졸음이 오는 시각을 정하는 규칙도 다릅니다. 그리고 이 셋이 자라는 동안 계속 바뀝니다.

갓난아기는 얕은 잠에서 잠이 시작됩니다

어른은 잠에 들 때 고요한 잠 쪽으로 먼저 내려갑니다. 갓난아기는 반대입니다.

눈꺼풀 밑에서 눈이 움직이고, 팔다리가 씰룩거리고, 숨이 고르지 않은 잠이 있습니다. 어른의 렘수면에 해당하는 잠이고 신생아에서는 활동 수면이라고 부릅니다. 아기의 잠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어른처럼 고요한 잠부터 들어가는 순서가 되려면 6개월쯤이 걸립니다.

전체에서 이 잠이 차지하는 몫도 다릅니다. 태어난 무렵에는 절반을 넘고, 첫해를 지나면서 절반 아래로 내려갑니다.

그러니 부모가 아기를 안고 있다가 내려놓는 그 몇 분은 하필 잠이 가장 얕은 대목에 걸립니다. 아기 등에 무엇이 달려 있어서가 아니라, 그 시기의 잠이 그렇게 짜여 있습니다. 눕히면 깨는 아기 이야기에서 이 장면을 따로 다뤘습니다.

눕히는 법을 몰라서 깨는 것이 아닙니다. 재우는 요령의 문제로만 보면 잠이 그렇게 짜여 있다는 것이 안 보입니다.

사춘기에는 졸음이 오는 시각이 뒤로 갑니다

몇 해 뒤 같은 아이가 밤에는 말똥말똥하고 아침에는 못 일어납니다.

저녁이면 늘어나던 멜라토닌이 이 시기에는 늦게 나오기 시작합니다. 늦게 자기로 마음먹어서가 아니라 졸음이 오는 시각 자체가 뒤로 갑니다.

습관만으로는 이 변화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사춘기 무렵의 이런 밀림은 사람에게만 있는 일이 아니라 여러 동물에서 함께 관찰됩니다. 휴대전화도 야간 일정도 없는 데서 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뜻입니다.

몸이 성숙할수록 깨어 있는 동안 졸음이 쌓이는 속도도 느려집니다. 깨어 있는 시간만큼 쌓이는 이 졸음을 수면 압력이라고 부릅니다. 같은 시간을 깨어 있어도 덜 졸립니다. 그래서 이 시기의 아이는 어릴 때보다 늦게까지 버티기가 쉽습니다.

시각은 뒤로 가고 졸음은 천천히 쌓입니다. 아침에 깨우는 일이 이때부터 유난히 힘들어지는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아침에 못 일어나는 십 대는 성실함과는 다른 데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같은 일이 나이만 달리해서 옵니다

너무 얕게 자는 아기와 너무 늦게 자는 청소년은 부모 눈에 반대편에 있습니다. 그러나 둘 다 그 나이의 잠이 제 규칙대로 짜인 것이고, 그 규칙이 집의 하루와 어긋나는 데서 문제로 보입니다.

두 장면 사이에도 계속 무언가가 바뀝니다. 하루에 흩어져 있던 아기의 잠은 몇 달에 걸쳐 밤으로 모이고, 얕은 잠의 몫은 줄어들고, 그러다 사춘기에 시각이 뒤로 갑니다.

그래서 「어릴 땐 안 그랬는데요」는 정확한 관찰입니다. 아이가 달라진 것이 아니라 그 나이의 잠이 달라졌습니다.

빛이 시계를 조금 움직입니다

그 나이에 시계가 밀리는 것 자체를 없앨 수는 없습니다. 다만 집의 하루와 어긋난 만큼은 줄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가장 세게 작용하는 것이 빛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밖의 빛을 잠깐이라도 보게 하는 것은 시계를 앞으로 당기는 쪽이고, 밤늦은 밝은 화면은 뒤로 미루는 쪽입니다.

토요일에 낮까지 자면 몸의 시계는 그 늦은 시각을 새 기준으로 삼습니다. 주말에 푹 재웠는데 월요일 아침이 가장 힘든 것이 그 때문입니다. 늦잠을 자더라도 평일 기상 시각과 2시간 이내로 두시는 편이 도움이 됩니다.

먼저 다른 곳을 확인해야 하는 때

코를 크게 골고 입을 벌린 채 자거나, 자다가 숨이 막히는 듯 보이거나, 잔 시간이 충분한데도 낮에 계속 졸리거나 처진다면 — 잠드는 시각의 문제가 아니라 자는 동안의 숨이 문제일 수 있습니다.

아이는 어른처럼 졸려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졸음 대신 산만함이나 학습 부진, 발달이 더딘 쪽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소아 수면무호흡의 가장 흔한 까닭은 편도와 아데노이드가 커진 것이고, 잠자는 동안을 재는 검사(수면다원검사)로 확인합니다.


품에서 내려놓으면 깨던 아기도, 아침에 못 일어나는 아이도, 나이마다 다시 짜이는 잠의 규칙을 따르고 있을 뿐입니다. 다만 그 규칙과 집의 하루가 같은 박자로 가지 않습니다.

그것부터 알고 나면 밤과 아침이 한결 덜 시끄러워집니다. 다만 같은 말씀을 들고 오셔도 아이마다 가리키는 일이 다릅니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밤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아침에 일어난 뒤 몸이 어떤 순서로 켜지는지를 묻습니다.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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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