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잠은 어른의 잠과 다릅니다
짧은 답
품에서 잘 자다가 요에 내려놓으면 깨는 아기와, 아침마다 열 번을 깨워도 못 일어나는 청소년 — 정반대로 보이는 두 모습이 왜 같은 이야기일까요? 잠으로 들어가는 문과 졸음이 오는 시각의 규칙이 나이마다 다시 짜입니다. 눕히는 법을 몰라서도, 아이가 게을러서도 아닙니다. 코골이에 숨 막힘이 보이거나 충분히 자고도 낮에 처지면 수면 검사가 먼저입니다.
목차
품에서 잘 자던 아기를 요에 내려놓는 순간 눈을 뜹니다. 그 아이가 몇 해 자라면 이번에는 아침마다 열 번을 깨워도 못 일어납니다.
부모가 겪는 어려움은 정반대로 보입니다. 하나는 자지 않아서 힘들고, 하나는 일어나지 않아서 힘듭니다. 그런데 몸 쪽에서 보면 두 장면은 같은 이야기입니다.
잠은 자라는 동안 계속 다시 짜입니다
어른의 잠과 다른 것은 길이만이 아닙니다. 잠으로 들어가는 문이 다르고, 잠 안에서 어느 대목이 얼마를 차지하는지가 다르고, 졸음이 오는 시각을 정하는 규칙도 다릅니다. 그리고 이 셋이 자라는 동안 계속 바뀝니다.
갓난아기는 얕은 잠에서 잠이 시작됩니다
어른은 잠에 들 때 고요한 잠 쪽으로 먼저 내려갑니다. 갓난아기는 반대입니다.
눈꺼풀 밑에서 눈이 움직이고, 팔다리가 씰룩거리고, 숨이 고르지 않은 잠이 있습니다. 어른의 렘수면에 해당하는 잠이고 신생아에서는 활동 수면이라고 부릅니다. 아기의 잠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어른처럼 고요한 잠부터 들어가는 순서가 되려면 6개월쯤이 걸립니다.
전체에서 이 잠이 차지하는 몫도 다릅니다. 태어난 무렵에는 절반을 넘고, 첫해를 지나면서 절반 아래로 내려갑니다.
그러니 부모가 아기를 안고 있다가 내려놓는 그 몇 분은 하필 잠이 가장 얕은 대목에 걸립니다. 아기 등에 무엇이 달려 있어서가 아니라, 그 시기의 잠이 그렇게 짜여 있습니다. 눕히면 깨는 아기 이야기에서 이 장면을 따로 다뤘습니다.
눕히는 법을 몰라서 깨는 것이 아닙니다. 재우는 요령의 문제로만 보면 잠이 그렇게 짜여 있다는 것이 안 보입니다.
사춘기에는 졸음이 오는 시각이 뒤로 갑니다
몇 해 뒤 같은 아이가 밤에는 말똥말똥하고 아침에는 못 일어납니다.
저녁이면 늘어나던 멜라토닌이 이 시기에는 늦게 나오기 시작합니다. 늦게 자기로 마음먹어서가 아니라 졸음이 오는 시각 자체가 뒤로 갑니다.
습관만으로는 이 변화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사춘기 무렵의 이런 밀림은 사람에게만 있는 일이 아니라 여러 동물에서 함께 관찰됩니다. 휴대전화도 야간 일정도 없는 데서 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뜻입니다.
몸이 성숙할수록 깨어 있는 동안 졸음이 쌓이는 속도도 느려집니다. 깨어 있는 시간만큼 쌓이는 이 졸음을 수면 압력이라고 부릅니다. 같은 시간을 깨어 있어도 덜 졸립니다. 그래서 이 시기의 아이는 어릴 때보다 늦게까지 버티기가 쉽습니다.
시각은 뒤로 가고 졸음은 천천히 쌓입니다. 아침에 깨우는 일이 이때부터 유난히 힘들어지는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아침에 못 일어나는 십 대는 성실함과는 다른 데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같은 일이 나이만 달리해서 옵니다
너무 얕게 자는 아기와 너무 늦게 자는 청소년은 부모 눈에 반대편에 있습니다. 그러나 둘 다 그 나이의 잠이 제 규칙대로 짜인 것이고, 그 규칙이 집의 하루와 어긋나는 데서 문제로 보입니다.
두 장면 사이에도 계속 무언가가 바뀝니다. 하루에 흩어져 있던 아기의 잠은 몇 달에 걸쳐 밤으로 모이고, 얕은 잠의 몫은 줄어들고, 그러다 사춘기에 시각이 뒤로 갑니다.
그래서 「어릴 땐 안 그랬는데요」는 정확한 관찰입니다. 아이가 달라진 것이 아니라 그 나이의 잠이 달라졌습니다.
빛이 시계를 조금 움직입니다
그 나이에 시계가 밀리는 것 자체를 없앨 수는 없습니다. 다만 집의 하루와 어긋난 만큼은 줄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가장 세게 작용하는 것이 빛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밖의 빛을 잠깐이라도 보게 하는 것은 시계를 앞으로 당기는 쪽이고, 밤늦은 밝은 화면은 뒤로 미루는 쪽입니다.
토요일에 낮까지 자면 몸의 시계는 그 늦은 시각을 새 기준으로 삼습니다. 주말에 푹 재웠는데 월요일 아침이 가장 힘든 것이 그 때문입니다. 늦잠을 자더라도 평일 기상 시각과 2시간 이내로 두시는 편이 도움이 됩니다.
먼저 다른 곳을 확인해야 하는 때
코를 크게 골고 입을 벌린 채 자거나, 자다가 숨이 막히는 듯 보이거나, 잔 시간이 충분한데도 낮에 계속 졸리거나 처진다면 — 잠드는 시각의 문제가 아니라 자는 동안의 숨이 문제일 수 있습니다.
아이는 어른처럼 졸려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졸음 대신 산만함이나 학습 부진, 발달이 더딘 쪽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소아 수면무호흡의 가장 흔한 까닭은 편도와 아데노이드가 커진 것이고, 잠자는 동안을 재는 검사(수면다원검사)로 확인합니다.
품에서 내려놓으면 깨던 아기도, 아침에 못 일어나는 아이도, 나이마다 다시 짜이는 잠의 규칙을 따르고 있을 뿐입니다. 다만 그 규칙과 집의 하루가 같은 박자로 가지 않습니다.
그것부터 알고 나면 밤과 아침이 한결 덜 시끄러워집니다. 다만 같은 말씀을 들고 오셔도 아이마다 가리키는 일이 다릅니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밤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아침에 일어난 뒤 몸이 어떤 순서로 켜지는지를 묻습니다.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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