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소아청소년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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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에 왜 한약인가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감기는 저절로 낫는데 왜 한약 이야기가 나올까요? 부모님이 힘든 대목은 감기 자체가 아니라 그 뒤입니다 — 열은 내렸는데 기침이 남고, 아이는 처져 있고, 제자리로 돌아오기 전에 또 걸립니다. 염증은 켜는 신호와 끝맺는 신호가 따로 있고, 제가 보는 것은 그 마무리입니다. 10일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거나 39도 넘는 열은 소아청소년과가 먼저입니다.

감기는 대개 저절로 지나갑니다. 특별한 치료 없이도 낫고, 보통 1~2주면 증상이 잦아듭니다.

이 말씀을 먼저 드리는 것은, 이 글이 감기를 빨리 낫게 하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이 힘들다고 하시는 대목은 대개 감기 그 자체가 아닙니다. 열은 내렸는데 기침이 남고, 아이는 낮 내내 처져 있고, 그러다 제자리로 돌아오기 전에 또 걸립니다.

앓는 동안의 여러 증상은 몸이 켠 것입니다

감기를 앓는 동안 몸에서 벌어지는 일은 상당 부분 몸이 대응하려고 켜 놓은 것입니다. 바이러스가 만든 손상은 그중 일부입니다.

열이 오르고, 아이가 처지고, 눕고만 싶어 하고, 먹으려 하지 않습니다. 몸이 켠 반응입니다. 감염이 시작되면 나오는 염증 신호 물질 — 사이토카인이라고 부릅니다 — 이 뇌에도 작용해서 체온을 올리고, 활동을 줄이고, 먹고 싶은 마음을 눌러 놓습니다. 한동안 다른 일을 접어 두게 만듭니다.

그래서 앓는 아이가 먹지 않는 것은 못 먹는 것과 다릅니다. 지금은 먹을 때가 아니라고 몸이 정해 둔 상태입니다.

끝맺는 신호도 몸이 켭니다

염증은 한 번 켜졌다가 저절로 꺼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랫동안은 그렇게 여겨졌습니다. 부르는 신호가 옅어지면 반응도 따라서 잦아든다고 보았습니다. 지금은 다르게 봅니다. 끝맺는 쪽에도 따로 신호가 있고, 몸이 그 신호를 켭니다. 이 끝맺는 과정을 염증 종결이라고 부릅니다. 몰려오던 세포를 그만 오게 하고, 죽은 세포와 남은 찌꺼기를 치우게 하고, 헐어 있는 곳을 다시 메우는 데까지가 한 묶음입니다.

그러니 염증은 사건이 아니라 순서를 밟는 과정입니다. 켜는 일과 끝맺는 일이 서로 다른 데서 옵니다.

그리고 어긋나는 곳은 대개 이 마무리 쪽입니다. 끝맺음이 충분히 진행되지 않으면 염증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서는 끝맺기 전에 다음 것이 옵니다

그 나이의 아이가 감기를 자주 앓는 것은 몸이 약해서가 아닙니다. 아직 겪어 보지 않은 것이 많아서입니다.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종류가 대단히 많고, 면역은 겪어 본 것을 기억해 둡니다. 아이가 한 해에 6번에서 10번쯤 앓는 것은 그 또래에서 보통입니다.

횟수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다만 한 번 앓은 일이 마무리까지 다 가려면 증상이 걷힌 뒤로도 며칠이 더 있어야 합니다. 그사이에 새 증상이 겹치면 계속 앓는 것처럼 보입니다. 같은 횟수를 앓아도 사이가 좁은 아이는 앓는 기간보다 제자리가 아닌 기간이 깁니다.

부모님 눈에는 감기가 낫지 않는 듯 보입니다. 새 감염이 이어진 것인지, 앞선 증상이 남은 것인지는 따로 가려야 합니다.

제가 눈여겨보는 것

그래서 저는 앓는 횟수보다 회복이 제때 오는지를 봅니다.

열이 내린 뒤 며칠 만에 아이가 다시 뛰는지, 기침이 어디까지 남아 있는지, 밥때에 배가 고파지는지, 낮에 처져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지를 묻습니다. 앓는 횟수는 그 또래에서 대개 비슷하고, 아이마다 갈리는 것은 그 사이의 길이입니다. 어린이집 감기와 떨어진 입맛 이야기에서도 같은 것을 봤습니다.

한약이 하는 일과 하지 않는 일

하지 않는 일부터 적겠습니다.

한약이 감기 바이러스를 없애지 않습니다. 열을 빨리 떨어뜨리려고 쓰는 것도 아닙니다. 열이 높아 아이가 힘들어할 때 열을 내리는 약이 있고, 세균 감염이 겹친 것이 확인되면 항생제가 필요합니다. 그것은 그 약들이 하는 일이고, 그럴 때는 그 약이 먼저입니다.

제가 손대는 곳은 그 옆입니다. 켜진 반응이 마무리까지 가서 제자리로 돌아오는 일이 더딜 때, 그 더딘 데를 봅니다. 목과 코의 점막이 아직 부어 있는지, 밤에 기침 때문에 잠이 끊기는지, 먹는 일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지 — 아이마다 남아 있는 대목이 다르고, 거기에 맞춰 씁니다.

그리고 그 일을 몸 대신 해 주지 않습니다. 없는 기능을 새로 만들어 넣는 것이 아니라, 몸이 이미 하던 일이 이어지도록 거드는 쪽입니다.

아이에게 쓰는 약은 어른 것을 줄여 쓰는 것도 아닙니다. 아이는 약에 반응이 빠르고 돌아오는 속도도 빠른 편이어서, 그 점을 셈에 넣습니다.

감기의 경과에서 벗어나는 신호

감기 뒤에 중이염이나 부비동염, 폐렴이 겹치는 일이 있습니다.

10일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거나 오히려 심해질 때. 39도가 넘는 열이 있을 때. 귀를 아파할 때. 숨쉬기가 힘들 때. 배가 아프거나 토할 때. 기침이 잦아들지 않고 이어질 때. 식은땀과 오한이 함께 올 때. 이때는 소아청소년과가 먼저입니다.


감기는 아이가 목록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다만 앓는 횟수를 줄이는 것이 그 목록을 못 만들게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횟수를 다 세고 나면 그때부터가 물음입니다. 한 번 앓은 일이 끝맺음까지 가서 마무리되는지, 다음 것이 오기 전에 아이가 제자리에 돌아와 있는지. 감기에 한약이라는 말이 나오는 까닭은 감기를 이겨 내게 하려는 데 있지 않고 거기에 있습니다.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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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