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소아청소년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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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몸은 아직 범위가 좁습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한 끼를 걸렀을 뿐인데 아이는 왜 그렇게 늘어질까요? 아이 몸은 어른의 축소판이 아닙니다 — 저장해 두는 양이 적고 꺼내 쓰는 속도는 빠르며, 겉이 넓어 먼저 마릅니다. 꾀병이 아니라 견디는 범위가 아직 좁은 것입니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돌아오는 쪽도 빠릅니다. 생후 3개월 미만의 열(38도 이상), 축 처져 눈을 못 맞출 때는 소아청소년과나 응급실이 먼저입니다.

아이는 한 끼를 거르면 그냥 늘어집니다. 배가 고프다는 말 대신 얼굴빛이 달라지고, 별것 아닌 일에 울고, 어지럽다고 합니다.

어른은 같은 시간을 굶어도 그저 배가 고프고 맙니다. 같은 일을 겪었는데 겪는 정도가 다릅니다.

몸집이 작다는 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크기만 줄어든 것이 아닙니다

아이 몸을 어른 몸의 축소판으로 여기기 쉽습니다. 줄어든 것은 크기만이 아닙니다. 저장해 두는 양도 적습니다.

굶는 동안에는 간에 저장해 둔 글리코겐이 혈당을 받쳐 줍니다. 아이는 이 저장분이 적은데 꺼내 쓰는 쪽은 오히려 빠릅니다. 뇌가 쓰는 포도당이 많고, 뇌는 쉬는 동안에도 계속 씁니다.

그래서 어른이 반나절을 버티는 데서 아이는 그만큼을 못 버팁니다. 저장고가 작고, 그 작은 저장고에서 더 빨리 꺼내 씁니다.

겉이 넓습니다

몸무게에 비하면 아이는 어른보다 체표면적이 넓습니다. 겉이 넓으면 밖과 열을 더 빨리 주고받습니다. 서늘한 곳에서는 더 빨리 식고, 더운 곳에서는 더 빨리 달아오릅니다. 피부에서 마르는 물도 그만큼 많습니다.

그래서 토하거나 설사를 하는 아이에게는 어른보다 이른 시각에 탈수가 옵니다. 같은 반나절에도 아이 쪽이 먼저 마릅니다.

같은 일에도 크게 겪습니다

저장해 둔 것은 적고, 밖과 주고받는 쪽은 빠릅니다. 이 둘을 겹쳐 놓으면 아이가 왜 그렇게 크게 겪는지 보입니다.

한 끼가 밀리고, 잠이 두어 시간 모자라고, 며칠 마음을 졸입니다. 어른이라면 그냥 지나갑니다. 아이는 배가 아프다고 하고, 머리가 아프다고 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합니다.

꾀병이 아닙니다. 견디는 범위가 좁으면 같은 자극에도 몸이 크게 움직입니다. 기운이 없다면서 부쩍 예민해지는 아이도 그래서입니다.

돌아오는 쪽도 빠릅니다

한쪽만 말씀드리면 절반입니다.

아이의 몸은 지금 만드는 일이 한창입니다. 뼈가 부러졌을 때 아이가 어른보다 빨리 붙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뼈를 감싼 골막이 어른보다 튼튼하고, 부러진 곳에는 그 밑으로 피가 넉넉히 고입니다. 그 피가 새 뼈가 앉을 바탕이 됩니다. 무엇보다 뼈를 새로 만드는 일이 다치기 전부터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른의 몸은 그 일을 다시 깨워야 합니다.

크게 겪는 것과 빨리 돌아오는 것은 이유가 서로 다릅니다. 크게 겪는 것은 저장해 둔 것이 적어서입니다. 빨리 돌아오는 것은 몸을 만드는 일이 한창이어서입니다. 아이는 그 둘을 함께 지녔습니다. 자주 앓으면서도 금세 뛰어놉니다.

그래서 아이에게서는 조건을 조금만 바로잡아도 힘들어하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잠자리에 드는 시각이 앞당겨지고, 식사 사이 간격이 줄어드는 것만으로 그렇게 되기도 합니다.

아이를 볼 때 먼저 보는 것

저는 아이를 볼 때 어른에게 쓰던 기준을 그대로 대지 않습니다. 몇 살인지, 그 나이에 무엇이 아직 자리를 잡는 중인지를 먼저 봅니다. 다만 자라는 일 자체를 제가 밀어 올릴 수는 없습니다. 자라는 것을 방해하는 조건이 있을 때, 그 조건을 봅니다. 아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라는 이야기에서 이 원칙을 먼저 말씀드렸습니다.

먼저 다른 곳으로

아이는 겉으로 버티는 듯 보이다가 빠르게 나빠질 수 있습니다. 생후 3개월이 안 된 아기에게 열(38도 이상)이 날 때. 축 늘어져 눈을 잘 맞추지 못하거나, 깨워도 잘 깨어나지 못할 때. 토하거나 설사를 하면서 반나절이 넘도록 소변이 없고, 울어도 눈물이 나지 않고 입이 마를 때. 물조차 삼키지 못할 때. 경련이 있을 때. 이때는 소아청소년과나 응급실이 먼저입니다.


아이가 크게 흔들린다고 해서 약한 몸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아직 범위가 좁을 뿐입니다.

범위는 자라면서 넓어집니다. 그 속도는 아이마다 다릅니다. 다만 저절로 넓어지는 것은 범위일 뿐, 그사이에 벌어지는 일까지 저절로 정리되지는 않습니다. 그때까지 손댈 수 있는 것은 아이를 흔드는 조건입니다. 잠, 식사, 그리고 하루를 어떻게 지내는가.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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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