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맞춤 한약 · 보약
읽는 데 약 6분 최종 수정

브레이크를 대신 밟지 않는 약 — 후박을 성분까지 따라가 봅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숨이 답답한데 검사는 정상이라는 말을 듣고 오십니다. 폐는 장기이고 호흡은 조절입니다. 검사는 장기를 봅니다. 후박의 성분은 없는 브레이크를 만들지 않고, 몸에 원래 있는 브레이크가 더 잘 듣게 돕습니다.

숨이 답답하다고 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검사는 정상이고 산소도 정상입니다. 그런데 공기가 모자란 느낌이 가시지 않습니다. 한숨이 잦고, 하품이 잦고, 가슴이 조입니다. (한숨과 하품이 잦고 공기가 모자란 느낌이 든다면)

이런 분들께는 "신경성입니다"라는 말로 끝내지 않고, 몸에서 실제로 무엇이 돌고 있는지를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오늘은 그 자리에 쓰는 약재 하나를 성분까지 열어서 보여 드리려 합니다. 후박입니다.

먼저, 무엇이 돌고 있는가

긴장하면 숨이 얕고 잦아집니다. 산소를 더 들이는 것 같지만, 실제로 벌어지는 일은 다릅니다. 이산화탄소가 필요 이상으로 빠져나갑니다.

이산화탄소는 노폐물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혈액의 산-염기 균형을 잡는 축입니다. 그것이 과하게 빠지면 피가 알칼리 쪽으로 기울고, 뇌로 가는 혈관이 좁아지고(그래서 어지럽고 머리가 멍합니다), 칼슘의 상태가 달라져 신경과 근육이 예민해집니다(그래서 저리고 쥐가 납니다). 몸은 이것을 위험 신호로 읽고 더 긴장하고, 더 긴장하면 숨은 다시 얕아집니다. 고리가 닫힙니다. (손발이 저리고 쥐가 자주 나는데 검사는 정상이라면 · 자주 어지럽고 머리가 멍한데 검사는 정상이라면)

이 고리에는 시작점이 하나가 아닙니다. 신경도, 호흡도, 혈관도, 이온도, 근육도 다 이 고리 위에 있습니다. 어느 한 지점만 눌러서는 고리가 끊어지지 않습니다.

후박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가

후박의 주된 성분은 마그놀올호노키올입니다. 낯선 이름이지만, 후박에서 가장 많이 연구된 두 성분입니다.

후박의 성분이 신경·호흡·산화·근육의 여러 축에 작용하는 방식

없는 브레이크를 만들지 않고, 있는 브레이크를 돕습니다

뇌에는 신경을 억제하는 장치가 원래 있습니다. 흥분을 눌러 주는 브레이크 — 가바(GABA)라는 물질과, 그것을 받는 가바-A 수용체입니다.

마그놀올과 호노키올은 이 수용체에 붙어서, 원래 있는 브레이크가 더 잘 듣게 만듭니다. 실험에서 두 성분은 이 수용체의 여러 형태에 두루 작용했고, 어떤 형태에서는 눌리는 폭이 두 배 넘게 커졌습니다.

쓰는 양에서는, 이 성분들이 브레이크를 대신 밟지 않습니다. 몸이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을 때, 그 밟는 힘이 더 잘 전달되도록 거드는 쪽에 가깝습니다.

다만 같은 실험에서, 농도를 훨씬 올리면 두 성분은 가바가 없어도 수용체를 직접 열었습니다. 거드는 약과 대신하는 약의 경계는 양이 정합니다.

저는 이 대목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같은 것이 양에 따라 다른 일을 한다는 것 — 제가 용량을 따지는 이유가 여기 있고, 성분만 뽑아 담은 것을 혼자 드시는 것과 처방을 받아 드시는 것이 다른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저는 이 차이가 크다고 봅니다. 몸을 대신하는 약과, 몸이 하게 두면서 거들어 주는 약은 다릅니다. (몸을 대신하는 약, 몸을 깨우는 약) 몸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몸이 스스로 고칠 조건을 만드는 것 — 제가 말하는 자가수리입니다. (한약은 무엇을 하는가)

브레이크를 돕는 약이므로, 이미 브레이크를 밟는 약과는 겹칩니다. 수면제·항불안제·신경안정제를 드시는 분은 미리 알려 주십시오.

조여 있는 관을 풉니다

두 번째 축은 민무늬근입니다. 우리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근육 — 위장관과 기도를 이루는 근육입니다. 마그놀올은 이 근육이 저절로 조여드는 것을 늦춥니다. 근육이 수축하려면 칼슘이 들어와야 하는데, 마그놀올은 그 칼슘이 드나드는 통로(L형 칼슘 통로)의 활동을 낮춥니다. 장의 근육에서 확인된 내용입니다.

배의 그득함이 내려가는 자리가 여기입니다. 후박이 예부터 "배가 그득하고 답답할 때" 쓰이던 약재라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000년쯤 된 문헌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목에 무언가 걸린 것 같은데, 뱉어지지도 삼켜지지도 않는다. 이 글 첫 문단에 적은 그 답답함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적어 둔 처방의 이름이 반하후박탕후박이 이름의 절반을 차지하는 처방입니다.

검사에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그 답답함을, 먼저 본 사람들은 이미 하나로 묶어 두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옛 문헌이 신통해서라기보다 그 답답함이 그만큼 흔하고 오래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름이 없었을 뿐, 없던 병이 아닙니다. 위와 장이 조여 있으면 배가 부풀고, 부푼 배는 횡격막을 밀어 올려 다시 숨을 얕게 만듭니다. (배가 부르면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린다면)

고리 위의 두 지점을 동시에 건드리는 것입니다.

기도의 근육에서도 같은 방향의 작용이 보고되어 있습니다. 동물의 기관에서는 장에서와 같은 칼슘 통로를 통해, 사람의 기관지 세포에서는 조금 다른 통로를 통해 근육이 풀리는 쪽으로 움직였습니다. 다만 그것이 실제로 환자분의 숨이 편해지는 데까지 이어지는지는 아직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세포에서 본 것과 사람이 느끼는 것 사이에는 늘 거리가 있습니다.

고리가 남기고 간 것을 치웁니다

세 번째는 산화 부담입니다. 긴장과 얕은 호흡의 고리가 한 바퀴 돌 때마다 몸에는 산화 스트레스가 쌓입니다. 고리의 원인이 아니라 고리가 남긴 흔적인데, 흔적이 쌓이면 그 자체가 조직을 예민하게 만들어 다시 고리를 돌리는 힘이 됩니다.

마그놀올은 여기에도 손을 댑니다. 산화 부담을 줄이고, 염증을 켜는 중앙 스위치(NF-κB)를 누르는 작용이 함께 보고되어 있습니다. 세포와 동물에서 확인된 내용입니다.

원인을 늦추면서, 원인이 남긴 것도 함께 치웁니다. 한 지점을 세게 누르는 대신 고리의 여러 지점을 함께 늦추는 것 — 저는 한약이 이런 식으로 일한다고 봅니다.

성분까지 밝혀 쓰는 이유

성분 이름까지 밝혀 쓰는 이유는, 자기 몸에 들어가는 것이 무엇인지 아실 권리가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는 것과 혼자 판단하는 것은 다릅니다. 후박은 임신 중에는 쓰지 않습니다. (임신 중·수유 중 한약)

그리고 숨이 답답한 것을 모두 긴장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됩니다. 가슴 통증이 함께 오거나, 누우면 더 숨차고 다리가 붓거나, 숨찬 것이 점점 심해진다면 순서가 다릅니다. 병원이 먼저입니다. 천식·만성폐질환·심장질환을 앓고 계신 분도 그 병을 보시는 의료진과 먼저 상의하십시오.


숨이 답답한데 검사는 정상이라는 말을 듣고 오신 분들께, 저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폐는 장기이고, 호흡은 조절입니다. 검사는 장기를 봅니다. 그리고 힘드신 자리는 조절 쪽입니다. (검사는 정상입니다라는 말의 정확한 뜻)

약은 그 조절을 대신해 주지 않습니다. 다만 고리를 늦춰서, 몸이 스스로 리듬을 되찾을 틈을 만들어 줄 수는 있습니다. 그 틈을 만드는 것까지가 제 일이고, 리듬을 되찾는 것은 당신의 몸이 합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진료가 필요하신 경우

이 글이 자기 얘기 같으셨습니까?

진료 시간을 바로 고르시거나, 오시기 전에 여쭙고 싶은 것을 먼저 보내실 수 있습니다.

이 글과 관련된 진료 안내 — 맞춤 한약 · 보약 →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