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만성통증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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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새벽이면 유독 심해진다면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새벽 서너 시와 겨울에 통증이 심해진다면 우연이 아닙니다. 심부 체온과 순환이 가장 낮아지는 때에, 가장 약한 자리가 먼저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통증의 시간표를 치료의 단서로 읽습니다.

"왜 하필 새벽 서너 시에 아파서 깰까요."

이 질문을 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낮에는 견딜 만한데 새벽에 통증으로 깹니다. 여름에는 그럭저럭 지내다가 찬바람이 불면 다시 시작됩니다. 비 오기 전날이면 먼저 압니다.

저는 이 말을 흘려듣지 않습니다. 통증이 시간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 통증이 무언가에 매여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몸에는 하루의 리듬이 있습니다

우리 몸의 심부 체온은 하루 종일 같지 않습니다. 저녁부터 서서히 떨어져서 새벽 3시에서 5시 사이에 가장 낮아집니다. 그리고 아침이 오기 전에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올라오면서 몸을 깨울 준비를 합니다. 자율신경도 이 시간대에 무게중심이 옮겨갑니다.

사람마다 몇십 분씩 차이는 있지만, 밤이 깊을수록 체온이 내려가고 혈압이 낮아지고 순환이 느려진다는 큰 흐름은 같습니다.

그러니까 새벽 서너 시는, 하루 중 심부 체온이 가장 낮고 순환이 가장 느려지는 시간입니다.

왜 그 시간에 아플까

건강한 조직은 체온이 조금 떨어져도 버팁니다. 여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미 순환이 나쁜 조직, 이미 차갑고 둔해진 조직은 여유가 없습니다. 평소에 겨우 유지하고 있던 것입니다. 그런 자리에서는 몸 전체의 온도와 순환이 조금만 내려가도 먼저 무너집니다. 그래서 하루 중 가장 취약한 시간에 통증이 먼저 올라옵니다.

겨울도 같은 이야기입니다. 기온이 내려가면 몸은 중심을 지키기 위해 손끝 발끝, 피부, 관절 주변으로 가는 혈관을 먼저 조입니다. 이건 몸이 잘못하는 것이 아니라 옳은 판단입니다. 심장과 뇌가 먼저이기 때문입니다. (몸이 차다는 말의 오해)

다만 이미 아슬아슬하던 자리는, 그 조임을 견디지 못합니다.

비 오기 전에 아픈 것도 비슷한 자리에 놓입니다. 기압이 바뀌면 조직 안팎의 압력 관계가 미세하게 달라집니다. 이미 물이 고이고 굳어 있는 조직에서는 그 작은 변화가 통증으로 넘어올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이 대목은 아직 의견이 갈립니다.

그래서 시간표는 단서입니다

이런 통증을 볼 때 저는 진통을 먼저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간표 자체를 단서로 읽습니다.

새벽과 겨울에 심해진다는 것은, 그 통증이 온도와 순환이라는 조건에 걸려 있다는 뜻입니다. 조건에 걸려 있다면, 조건을 바꾸는 쪽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시간과 계절에 상관없이 늘 같은 강도로 아프다면, 저는 다른 것을 의심합니다. 낮에 특정 자세에서만 아프다면 또 다른 것을 봅니다. 언제 아픈지는, 어디가 아픈지만큼이나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따뜻하게만 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많은 분이 이미 그렇게 하고 계십니다. 전기장판, 찜질, 반신욕, 따뜻한 옷.

그런데 그날 밤은 좀 낫고, 다음 겨울에 또 옵니다.

바깥에서 열을 넣어주는 것은 그 순간의 온도를 올립니다. 하지만 스스로 온도와 순환을 유지하는 능력을 올려주지는 않습니다. 저는 이 차이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보는 것은 이런 것들입니다. 그 자리로 피가 들어갈 수 있는지, 고인 것이 빠져나올 수 있는지, 감각과 신경 신호가 살아 있는지, 근육이 움직여 펌프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몸 전체의 대사가 밤에 무너질 만큼 낮아져 있지는 않은지.

한약을 쓰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한 가지 축만 건드려서는 이 시간표가 잘 바뀌지 않습니다. 여러 조건에 함께 작용해서 그 조직이 놓인 환경 자체를 조금씩 되돌려야, 몸이 스스로 견디는 폭이 넓어집니다. 폭이 넓어지면 새벽의 그 하강을 견딥니다.

병원에 먼저 가야 하는 경우

새벽 통증 중에는 기다리면 안 되는 것이 섞여 있습니다. 가슴이 조이거나 짓눌리듯 아프고 식은땀·숨참이 함께 오거나 턱이나 왼팔로 뻗친다면 심장 문제일 수 있습니다. 즉시 119입니다. 새벽에 숨이 차서 앉아야 숨이 쉬어지거나, 밤에 통증으로 깨는데 체중이 줄고 열이 나거나, 아침에 관절이 한 시간 넘게 뻣뻣하고 여러 관절이 함께 붓는다면 검사를 먼저 받으십시오. 위험한 것을 먼저 배제한 뒤에 남는 자리 — 이 글이 다루는 것은 거기입니다.

통증을 소음이 아니라 지도로 읽습니다

통증이 시간을 지켜 찾아온다면, 그건 우연이 아닙니다.

몸이 가장 약해지는 시간에 가장 약한 곳이 먼저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저는 그 신호를 없애야 할 소음이 아니라, 어디를 손봐야 하는지 알려주는 지도로 읽습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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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