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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는 힘이 세포에 말을 거는 자리 — 압력이 신호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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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감수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원장

굳은 조직을 느리게, 리듬 있게 밀면 물러진다는 이야기를 드린 적이 있습니다. 젤리를 천천히 저으면 부드러워지는 것과 같은 성질입니다. (우두둑 꺾지 않는 추나)

거기까지는 조직의 이야기입니다. 물질이 힘을 받아 성질이 달라지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한 겹이 더 있습니다. 세포가 그 힘을 읽습니다.

힘을 알아채는 문이 있습니다

세포를 둘러싼 막에 누르는 힘과 당기는 힘을 알아채는 문이 있습니다. 피에조라고 부릅니다.

이 문은 화학 물질이 와서 열리는 게 아닙니다. 막이 눌리거나 당겨지면 그 자체로 열립니다. 물리적인 힘이 문을 여는 것입니다.

문이 열리면 이온이 들어옵니다. 그리고 이온이 들어오면 세포 안에서 일이 시작됩니다. (안 쓰이는 데가 없는 신호 — 이온 이야기)

힘이 세포의 말로 번역되는 자리입니다.

이건 최근에야 밝혀진 이야기입니다

오래 몰랐던 자리입니다. 몸이 화학 신호를 어떻게 읽는지는 꽤 알려져 있었는데, 힘을 어떻게 읽는지는 잘 몰랐습니다.

이 문이 발견되고, 그것이 2021년 노벨 생리의학상이 됐습니다. 발표문에는 이 문이 혈압과 호흡과 방광의 조절에도 관여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누르는 힘이 감각으로만 가는 게 아니라, 몸의 조절에 끼어든다는 뜻입니다.

굳은 조직이 아픈 이유가 여기 있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하나가 걸립니다.

굳은 조직의 통증은 결이 다릅니다. 불에 데인 듯 타는 통증이 아니라, 무겁고 당기고 잘 안 움직이는 통증입니다. 오래된 뻣뻣함을 호소하시는 분들의 말이 대개 그렇습니다.

뻣뻣해진 조직 안에서는 이 문이 제대로 눌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물러야 할 것이 굳어 있으면, 힘이 고르게 퍼지지 않고 엉뚱한 자리에 몰립니다. 그러면 그 자리의 문이 있어야 할 때가 아닌데 열립니다.

통증이 조직이 상해서가 아니라, 힘을 읽는 방식이 흐트러져서 생기는 것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아픈 곳이 원인이 아닐 때)

그래서 손으로 미는 일이 달리 보입니다

제가 추나에서 하는 일은 조직을 물러지게 하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물질의 성질 이야기이고, 사람 근육에서 실제로 측정된 것입니다.

그런데 그 미는 힘이 조직만 움직이고 끝나는 게 아닐 수 있습니다. 힘을 받은 자리의 세포들이 그 힘을 읽고 있을 수 있습니다. 문이 열리고, 이온이 들어가고, 세포 안에서 무언가가 시작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같은 손짓이 두 층에서 일하고 있는 셈입니다. 조직을 무르게 하는 층과, 세포에 말을 거는 층.

여기까지가 지금 아는 선입니다

정직하게 갈라 두겠습니다.

힘을 알아채는 문이 있고, 그것이 이온을 움직여 세포 안의 일을 시작한다 — 여기까지는 확인된 이야기입니다.

제가 손으로 미는 그 힘이, 그 문을 얼마나 여는지는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실험실에서 세포에 힘을 주는 것과, 제가 사람의 등을 미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그 사이를 잇는 자료를 저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을 답으로 쓰지 않습니다. *"추나가 이 문을 눌러서 낫는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말할 근거가 없습니다.

다만 방향은 흥미롭습니다. 손으로 만지는 치료를 오래 해 온 사람으로서, 힘이 세포의 언어로 번역되는 자리가 실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들여다볼 이유가 됩니다.

그래서 진료실에서는

세게 미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습니다. 힘이 신호라면, 신호는 크기가 아니라 알맞음이 중요합니다. 지나치면 그 자리의 통증과 부담이 함께 올라갑니다.

리듬과 시간을 봅니다. 조직이 물러지는 데도, 세포가 반응하는 데도 시간이 걸립니다. 한 번에 끝내려 하지 않습니다.

되돌아가는 것을 실패로 보지 않습니다. 조직은 원래 굳었다 풀렸다 합니다. 그 성질을 알면 치료의 순서가 달라집니다.


손으로 미는 힘은 조직을 물러지게 합니다. 그리고 그 힘을 세포가 읽고 있을 수 있습니다. 굳은 조직이 아픈 것도, 그 읽는 일이 흐트러진 결과일 수 있습니다.

몸은 화학으로만 말하지 않습니다. 힘으로도 말합니다. 그 사실이 밝혀진 것이 얼마 되지 않았고, 저는 이 방향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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