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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은 다친 크기와 꼭 맞지 않습니다

〈저는 진료실에서 이렇게 봅니다〉 · 11편 중 4번째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같은 데를 부딪혀도 어떤 날은 유난히 아픕니다. 통증은 다친 크기를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중계하는 신호라서, 중계되는 조건이 달라지면 세기도 달라집니다.

같은 데를 부딪혀도 어떤 날은 별것 아닌데 어떤 날은 유난히 아픕니다. 다친 지 한참 지나 상처는 아물었는데도 그 자리가 계속 시큰합니다. 사진을 찍어 보면 손상은 크지 않다는데, 아픈 정도는 그 말과 맞지 않습니다.

이럴 때 저는 환자분께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통증은 다친 크기를 그대로 옮기지 않습니다.

통증은 손상의 '중계'이지 '복사'가 아닙니다

우리는 흔히 통증을 손상의 정직한 눈금으로 여깁니다. 많이 다치면 많이 아프고, 적게 다치면 적게 아프다고요. 절반은 맞습니다. 그런데 몸은 손상을 그대로 베껴 전하지 않습니다. 손상을 감지해 전기 신호로 바꾸고, 그 신호를 도중에 키우거나 줄여서 뇌로 올려보냅니다.

그러니 통증은 다친 자리의 사진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올라온 신호를 몸이 해석한 결과입니다. 감지하는 힘과 키우고 줄이는 힘 — 이 둘이 손상의 양과 따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손상 크기와 통증 크기가 어긋납니다.

볼륨이 올라가 있으면 작은 소리도 크게 들립니다

저는 이것을 소리와 볼륨에 빗대어 설명합니다.

손상은 소리이고, 통증을 느끼는 예민함은 볼륨입니다. 소리가 크면 당연히 크게 들립니다. 그런데 볼륨이 올라가 있으면, 작은 소리도 크게 들립니다. 스피커가 고장 나지도, 소리가 커지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볼륨이 내려오지 않았을 뿐입니다.

몸에서 이 볼륨이 올라가는 데는 두 자리가 있습니다. 하나는 다친 자리 근처입니다. 상처 둘레의 감각 끝이 예민해져서, 원래는 아프지 않을 가벼운 스침에도 신호를 보냅니다. 다른 하나는 척수와 뇌입니다. 같은 신호가 되풀이해 올라오면, 중간 정거장이 그 신호를 점점 더 크게 증폭합니다. 처음엔 작던 자극이 반복되며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입니다.

두 자리 다 볼륨을 올리는 쪽으로 움직이면, 손상은 이미 아물었는데 아픔만 남는 일이 생깁니다. 소리는 멎었는데 볼륨이 그대로여서, 조용한데도 시끄럽게 들리는 셈입니다. 이렇게 통증을 느끼는 역치가 내려가 있는 상태를 감작이라고 하고, 그 증폭이 척수와 뇌에서 일어나는 것을 중추 감작이라고 부릅니다.

사진에는 통증이 안 보입니다

사진과 검사는 손상 — 소리 — 을 봅니다. 뼈가 붙었는지, 상처가 아물었는지. 그런데 볼륨은 조직의 모양이 아니라 신경의 설정이라, 사진에 남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 나았는데 왜 아프냐"는 말이 나옵니다. 다 나은 것은 소리이고, 아직 남은 것은 볼륨입니다. 둘은 다른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통증을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다만 어떤 몸이 왜 유독 볼륨을 잘 올리고 잘 못 내리는지는,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고 제가 진료실에서 눈여겨보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올라간 볼륨은 내릴 수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몸에 볼륨을 내리는 장치도 함께 있다는 점입니다.

뇌에서 척수로 내려오는 신호 가운데는 통증을 눌러 주는 갈래가 있습니다. 이것을 하행성 통증 억제라고 합니다. 잘 자고, 안전하다고 느끼고, 그 자리를 적당히 움직여 주면 이 내리는 장치가 힘을 얻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분께 아픈 자리만 들여다보지 않고, 그 사람이 얼마나 쉬고 있는지, 몸이 얼마나 긴장해 있는지를 함께 봅니다. 볼륨을 내리는 일이 소리를 지우는 일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갑자기 생긴 통증, 밤에 깨울 만큼 점점 심해지는 통증, 열이나 체중 감소가 함께 오는 통증은 이 이야기와 다릅니다. 그럴 때는 소리 자체를 확인하는 검사가 먼저입니다.


다친 크기와 아픈 크기가 맞지 않는다고 해서, 그 통증이 거짓은 아닙니다.

검사가 "손상은 크지 않다"고 하는데도 아프시다면, 그것은 꾀병이 아닙니다. 볼륨이 아직 안 내려온 것이고, 볼륨은 내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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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