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건강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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뻣뻣해진 몸과 줄어든 몸

〈저는 진료실에서 이렇게 봅니다〉 · 11편 중 6번째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아침 첫걸음이 어색하다는 같은 말씀도 몇 가지를 더 여쭈면 두 갈래로 갈립니다. 걸으면 풀리는 쪽과, 걸을수록 힘이 빠지는 쪽은 서로 다른 이야기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첫걸음이 어색하다는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같은 말인데, 몇 가지를 더 물어보면 두 갈래로 갈립니다.

한 분은 조금 걸으면 곧 풀린다고 하십니다. 다른 분은 걸을수록 오히려 다리에 힘이 빠진다고 하십니다. 같은 문장으로 시작했지만 몸에서 벌어지는 일은 다릅니다. 앞은 뻣뻣해진 쪽이고, 뒤는 줄어든 쪽입니다.

쌓여서 더뎌지는 쪽

근육과 관절 사이를 채우는 결합조직은 세월을 그대로 쌓습니다. 당이 단백질에 들러붙어 섬유와 섬유 사이를 이어 놓는 이야기는 따로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이어진 조직은 늘어났다 원래 길이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더 걸리고, 머금는 물기도 조금씩 줍니다.

여기에 자세가 더해집니다. 한 방향으로 오래 접혀 있던 관절은 그 길이에 맞춰 굳습니다. 진료실에서는 이것을 구축이라고 부릅니다.

이쪽 몸은 힘이 남아 있습니다. 다만 처음 몇 걸음이 어색하고, 움직이면 풀립니다. 자고 일어난 뒤나 오래 앉아 있다 일어설 때 특히 그렇습니다.

안 써서 줄어드는 쪽

근육은 쓰는 만큼 남습니다. 몇 주만 덜 써도 눈에 띄게 줄고, 나이가 들면 같은 정도로 움직여서는 예전만큼 유지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근육이 줄고 힘이 함께 떨어지는 상태를 근감소증이라고 합니다.

이쪽 몸은 처음에는 괜찮습니다. 문제는 쓸수록 나타납니다. 계단을 오르다 중간에서,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서 힘이 빠집니다. 그리고 줄어든 근육은 관절을 붙들어 주지 못해서, 힘이 빠진다는 말보다 아프다는 말이 먼저 나오는 일도 많습니다.

대응이 서로 반대입니다

이 구분이 왜 중요하냐면, 두 몸에 해야 할 일이 반대이기 때문입니다.

뻣뻣해진 쪽에는 무엇을 더 채워 넣어도 잘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 몸에 필요한 것은 재료가 아니라 자주, 조금씩 움직여 되돌아오는 시간을 줄이는 일입니다.

줄어든 쪽에 같은 방식으로 다가가면 다칩니다. 붙들어 줄 힘이 모자란 관절을 억지로 늘리고 밀면 그 부위가 상합니다. 이 몸에는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실어서 짓는 쪽에 힘을 보태는 일이 먼저입니다.

그리고 두 가지는 한 몸에 함께 오는 일이 흔합니다. 무릎이 뻣뻣해서 덜 걷고, 덜 걸으니 다리가 줄고, 줄어드니 더 아픕니다. 그래서 저는 둘 중 어느 쪽이냐를 따지기보다 지금 어느 쪽이 앞서 있는지를 봅니다.

제가 묻는 것들

그래서 저는 얼마나 아픈지보다 언제 어색한지를 먼저 묻습니다. 몇 걸음이면 풀리는지, 계단은 몇 층쯤에서 힘이 빠지는지, 오후에는 아침보다 나은지. 이 대답들이 두 갈래를 꽤 잘 갈라 줍니다. 체성분 검사와 영상 검사는 근육이 얼마나 있고 관절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잘 보여 주지만, 그 조직이 늘어났다 되돌아오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는 재도록 만들어져 있지 않습니다.

한약을 쓸 때도 두 몸에 같은 것을 쓰지 않습니다. 어느 쪽이 앞서 있느냐에 따라 먼저 묻는 것이 다릅니다. 뻣뻣해진 쪽이면 그 부위를 하루에 얼마나 움직이는지를 묻고, 줄어든 쪽이면 드신 것이 실제로 소화되고 흡수되는지를 묻습니다.

다만 한쪽 다리만 갑자기 붓고 아프거나, 힘 빠지는 것이 한쪽에만 오거나, 걷다가 주저앉을 정도라면 이 이야기와 다른 문제일 수 있으니 진료를 먼저 받으시는 편이 좋습니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 안에는 서로 다른 두 가지가 들어 있습니다. 쌓여서 더뎌진 것과, 안 써서 줄어든 것.

저는 이 갈림을 반가운 쪽으로 봅니다. 둘 다 손댈 데가 있고, 그 손대는 데가 서로 다르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되돌아오는 힘은 더디어지는 것이지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줄어든 근육은 짓는 일과 허무는 일이 아직 함께 돌고 있는 한 다시 붙습니다.

두 몸에 필요한 것이 다르니, 어느 쪽인지를 먼저 갈라 놓으면 오늘 할 일이 달라집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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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