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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와 빛이 유난히 거슬리고, 사람이 부대낀다면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소리와 빛이 거슬리는 것은 성격 문제가 아닙니다. 감각이 예민해진 것이 아니라, 걸러 내는 힘이 약해진 것입니다. 경계 상태는 마음먹어서 내려가지 않고, 내려갈 조건이 되어야 내려갑니다.

"예전엔 아무렇지 않던 게 요즘은 다 거슬려요."

아이 소리에 머리가 쭈뼛 서고, 마트 조명이 눈을 찌르고, 사람 많은 곳에 있으면 진이 빠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이십니다. "제가 예민해진 것 같아요. 성격 문제겠죠."

성격 문제가 아닙니다. 몸의 문턱이 내려간 것입니다.

감각에는 '문턱'이 있습니다

우리 몸은 들어오는 자극을 전부 똑같이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올리고, 덜 중요한 것은 눌러 둡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동안 옷이 피부에 닿는 느낌, 에어컨 소리, 발끝의 감각 — 전부 들어오고 있지만 신경 쓰이지 않습니다. 몸이 걸러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걸러 내는 힘이 떨어지면, 걸러졌어야 할 것들이 전부 올라옵니다. 소리가 크게 들리고, 빛이 강하게 느껴지고, 사람의 말소리 하나하나가 신경을 긁습니다.

감각이 예민해진 것이 아니라, 거르는 힘이 약해진 것입니다. 이 둘은 다릅니다.

왜 문턱이 내려갑니까

첫째, 몸이 계속 경계 상태에 있습니다.

위험을 살펴야 하는 상황에서 몸은 감각의 문턱을 일부러 낮춥니다.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그 자체는 정상 반응입니다.

문제는 그 상태가 꺼지지 않고 계속될 때입니다. 오래 긴장했거나, 오래 아팠거나, 크게 놀란 일이 있었거나, 잠이 계속 얕았을 때. 몸은 경계를 풀 기회를 얻지 못합니다. (상관없어 보이는 증상들이 함께 온다면)

둘째, 잠에서 회복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밤에 깊은 잠이 들면 몸은 낮 동안 올라간 신호를 정리합니다. 그 정리가 안 되면 문턱은 매일 조금씩 더 내려갑니다. 자도 개운하지 않다면, 그 정리가 안 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아무리 자도 개운하지 않고 낮이 무겁다면)

셋째, 통증이 오래되면 회로 전체가 예민해집니다.

오래 아팠던 분들에게 자주 나타납니다. 통증 회로가 예민해지면 통증만 예민해지는 것이 아니라 소리·빛·냄새까지 함께 예민해집니다. 같은 회로를 나눠 쓰기 때문입니다. (스치기만 해도 아프다면)

넷째, 몸의 기준선이 흔들려 있습니다.

혈당이 출렁이거나, 염증의 기준선이 높거나, 장이 무너져 있거나. 이런 상태에서는 신경이 안정된 바닥 위에 서지 못합니다.

그래서 함께 오는 것들

이 상태의 분들은 대개 이런 것들을 함께 갖고 계십니다.

  • 사람 많은 곳에 다녀오면 하루가 통째로 소모됨
  • 소리에 잘 놀라고, 갑작스러운 소리에 심장이 철렁함
  • 잠들기 어렵고, 잠들어도 자주 깸
  • 눈이 쉽게 피로하고 화면 보기가 힘듦
  • 냄새에 민감하고, 향수·세제 냄새에 머리가 아픔
  • 사소한 일에 짜증이 나고, 그런 자신이 싫음

마지막 항목을 특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건 인격의 문제가 아닙니다. 문턱이 내려간 몸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자책하지 마십시오.

제가 보는 순서

먼저 배제부터 합니다. 갑상선 기능, 빈혈, 혈당, 약의 영향. 편두통이 있으신지도 확인합니다. 이런 것들이 감각 과민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필요하면 검사를 먼저 권합니다.

그다음, 문턱을 낮춘 조건을 찾습니다. 잠인지, 오래된 통증인지, 장인지, 긴장이 풀리지 않는 상태인지. 사람마다 먼저 손대야 할 곳이 다릅니다.

되돌릴 수 있는 것부터 손댑니다. 저는 대개 잠과 호흡부터 봅니다. 이 둘은 경계 상태를 끄는 스위치에 가깝게 닿아 있고, 여기가 돌아가면 나머지가 따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숨을 쉴 때, 골반까지 함께 움직이십니까)

환경도 함께 조정합니다. 자극을 줄이는 것은 회피가 아니라 치료의 일부입니다. 조명을 낮추고, 소음을 줄이고, 사람 많은 자리를 잠시 줄이십시오. 문턱이 올라올 때까지는 몸을 보호해 주어야 합니다.

병원에 먼저 가야 하는 경우

갑자기 생긴 소리·빛 과민에 심한 두통이 함께 온다면 진료가 필요합니다. 열이 나고 목이 뻣뻣하며 빛이 몹시 부시다면 즉시 응급실로 가십시오. 한쪽 귀가 갑자기 안 들리거나 이명이 심해진 경우, 시야가 좁아지거나 물체가 겹쳐 보이는 경우, 어지럼이 심해 걷기 어려운 경우도 먼저 확인하셔야 합니다.

유별난 것이 아닙니다

"내가 유별난가" 하고 자책하며 오시는 분이 많습니다.

유별난 것이 아닙니다. 몸이 지금 경계를 풀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경계는 내리라고 마음먹어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내려갈 수 있는 조건이 되어야 내려갑니다.

그 조건을 함께 만들어 가겠습니다. 조용한 방에서, 천천히 이야기부터 들려주십시오.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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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