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대사증후군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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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이 오르는 데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혈압이 높다는 말을 들으면 무엇을 줄일지부터 이야기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앞에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 몸은 왜 압력을 올렸을까요? 혈압은 피가 가야 할 곳까지 가게 하는 도로의 압력이고, 올릴 이유가 오래 남아 있으면 몸은 오래 올린 채로 지냅니다. 드시던 혈압약을 스스로 끊을 일은 아닙니다 — 이유를 보는 일은 약과 다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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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이 높다는 말을 들으면 이야기는 대개 무엇을 줄일지로 갑니다. 소금, 체중, 술, 담배.

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그 앞에 한 번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몸은 왜 압력을 올렸을까요.

혈압은 도로를 지키는 압력입니다

몸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혈액이 가야 할 곳까지 실제로 가느냐입니다.

나라로 치면 도로망입니다. 도로가 이어져 있어야 지진이 나면 구조대를 보내고, 전염병이 돌면 의료진을 보내고, 물난리가 나면 물자를 보냅니다. 도로가 끊기면 창고에 무엇이 있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몸에서 그 도로를 열어 두는 압력이 혈압입니다.

그리고 혈액에는 안 가도 되는 곳이 없습니다. 더 줘야 할 곳에는 확실하게 더 줘야 합니다. 그러니 여기에는 판단이 들어갑니다. 몸에서 판단하는 것은 신경이고, 그래서 혈압은 자율신경과 붙어 있습니다.

보내야 할 이유가 생기면 몸은 올립니다

몇 가지는 교과서에 그대로 적혀 있습니다.

신장으로 가는 피가 줄면 신장은 곧바로 응답합니다. 혈관을 좁히고, 염분과 물을 덜 내보내고, 교감신경을 더 활성화합니다. 한 곳에 모자란 피를 채우려고 몸 전체의 압력을 올립니다.

앉았다 일어설 때도 그렇습니다. 뇌는 심장보다 위에 있어서, 일어서는 순간 중력을 거슬러 피를 올려야 합니다. 몸은 그때마다 압력을 올립니다.

아프거나, 춥거나, 놀랐을 때도 같습니다. 스트레스가 오면 혈압과 혈당이 함께 오르고 맥이 빨라집니다. 그 하나만 오르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부터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는 그때그때의 조절입니다. 일어설 때 오르고, 앉으면 내려옵니다. 이것은 병이 아니라 몸이 늘 하는 일입니다.

여러 날 여러 번 재도 계속 높은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진단도 치료도 따로 있습니다. 앞의 예가 그대로 뒤의 병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사이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올려야 할 사정이 오래 남아 있으면, 몸은 오래 올린 채로 지냅니다.

오래 남는 사정

숨이 얕고 가슴이 답답한 분에게 높은 혈압이 함께 다니는 일이 있습니다. 가슴 안이 눌려 있으면 심장이 뇌로 피를 보내기가 더 힘들어집니다. 저는 그럴 때 몸이 그만큼을 미리 올려 둔다고 봅니다. 여기까지는 기전을 따라간 제 생각입니다.

잠도 그렇습니다. 여러 해에 걸쳐 사람들을 따라간 자료를 모아 보면 잠이 짧은 쪽에서 고혈압이 조금 더 생겼습니다. 차이 자체는 크지 않고, 5시간을 밑돌 때 조금 더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 혈압이 높으면 대변을 함께 볼 일이고, 변비가 오래되면 혈압을 함께 볼 일입니다.

장을 움직이는 근육과 혈관을 조이는 근육은 같은 평활근입니다. 그래서 한쪽을 볼 때 다른 쪽도 같이 봅니다. 둘이 늘 함께 오지는 않습니다. 다만 같이 확인해 볼 일입니다.

혈압 하나만 보고 있으면 이런 것들이 안 보입니다.

이유가 있다는 말의 뜻

이유가 있다는 말은 낮추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몸이 이유가 있어서 올린 압력이라도, 그 압력을 오래 받는 쪽은 혈관과 신장과 심장과 눈입니다. 아무 증상이 없는 동안에도 그곳에 손상이 쌓입니다.

그리고 다른 병 때문에 올라간 혈압은 그 병을 고치면 내려오기도 하지만, 원인이 따로 없는 고혈압(본태성 고혈압)은 완치하는 방법이 아직 없어 대부분 계속 약을 씁니다.

드시던 혈압약을 스스로 끊을 일은 아닙니다. 약은 처방하신 선생님과 상의해 유지하실 일입니다. 이유를 보는 일은 그것과 다투지 않습니다.

이유는 저절로 없어지지 않습니다

약은 압력을 내립니다. 다만 그 옆의 사정까지 함께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잠이 짧으면 짧은 대로, 가슴이 눌려 있으면 눌린 대로, 몇 년째 긴장이 안 풀리면 안 풀리는 대로 남습니다.

그 사정들이 혈압에 얼마나 몫을 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다만 남아 있는 동안에는 몸이 계속 그쪽으로 당깁니다. 혈압약을 먹는데도 몸이 무거운 이유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혈압이 오른 것은 몸이 무언가를 지키려던 결과일 때가 많습니다.

지키려던 일이 오래되면 병이 됩니다. 그렇다고 지키려던 이유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숫자를 내리는 일과 이유를 줄이는 일은 함께 갑니다.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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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