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시각이 오래 어긋나 있으면
짧은 답
「원래 아침을 안 먹는데 여태 아무 일 없었어요. 왜 이제 와서 문제가 되죠?」 좋은 물음입니다. 아침 거르기 자체는 잘못이 아닙니다 — 달라진 것은 습관이 아니라 그 습관을 감당해 주던 몸 쪽입니다. 같은 밥이라도 언제 먹느냐에 따라 몸이 다르게 받습니다. 거르지 않는데도 체중이 줄면 검사가 먼저입니다.
목차
"저는 원래 아침을 안 먹어요. 여태 아무 일 없었는데요."
이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이렇게 물으십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문제가 되죠?"
좋은 물음입니다. 정말로 오랫동안 아무 일도 없었으니까요.
먼저, 아침을 거르는 것부터 말씀드립니다
여기서 흔히 듣는 말이 있습니다. "아침을 꼭 드셔야 합니다."
그런데 이 말은 생각만큼 튼튼하지 않습니다.
사람을 두 편으로 나눠 실제로 시험해 본 연구들을 모아 보니, 아침을 먹은 쪽이 하루 총열량을 오히려 더 먹었고, 체중은 거른 쪽이 아주 조금 더 줄었습니다. 뒤이어 나온 연구들에서도 체중 쪽 결과는 같았습니다.
그러니 아침을 거르신다고 그 자체를 잘못이라고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시각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체중과 달리 먹는 시각은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열량도, 무엇을 먹는지도, 활동량도, 잠도 똑같이 맞춰 놓고 식사 시각만 네 시간 늦춰 본 시험이 있습니다.
같은 것을 같은 양만큼 먹었는데도 결과가 달랐습니다. 배가 더 고팠고, 낮 동안 쓰는 에너지가 줄었고, 지방을 다루는 방식이 쌓아 두는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같은 밥이라도 언제 먹느냐에 따라 몸이 다르게 받는다는 뜻입니다.
들쑥날쑥한 것 자체도 봅니다
평소 먹던 대로 드시게 하고, 식사 횟수만 규칙적으로 했다가 들쑥날쑥하게 했다가 해 본 시험이 있습니다.
들쑥날쑥한 쪽이 인슐린이 더 크게 치솟았고, 콜레스테롤도 더 높았습니다.
그러면 왜 그동안은 괜찮았을까요
아무 일도 없던 것은 겉에서 보았을 때입니다. 아침을 거른 날마다 빈 시간을 메우는 일이 있었고, 저녁에 몰아 먹은 날마다 한꺼번에 들어온 것을 나눠 보내는 일이 있었습니다. 다만 그 일이 매번 제때 끝났습니다.
습관이 처음부터 나빴던 것이 아닙니다. 매일 그 일을 끝내 주던 쪽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매번 끝내 주던 그 힘이 줄어듭니다.
공복을 견디는 일부터 그렇습니다. 밥이 안 들어오는 동안 몸은 저장해 둔 것을 꺼내 씁니다. 간에 쌓아 둔 글리코겐을 풀고, 지방과 단백질을 돌려 쓰고, 그것을 태우는 일도 해야 합니다. 필요하면 포도당을 아예 새로 만들어 내기까지 합니다. 이것을 당신생이라고 합니다.
이 일들이 조금씩 떨어집니다. 저장해 두는 양, 저장해 둔 것을 다시 풀어 쓰는 일, 지방과 단백질을 돌려 쓰는 일, 필요할 때 새로 만들어 내는 일 — 각각이 나이와 함께 달라진다는 것은 따로따로 확인돼 있습니다.
어느 쪽이 더 많이 떨어지는지는 사람마다, 남녀에 따라 다릅니다.
그러면 같은 시간을 굶어도 예전과 다르게 느껴집니다. 예전에는 점심까지 아무렇지 않던 것이 이제는 손이 떨리고 식은땀이 납니다.
먹는 쪽도 달라집니다. 같은 한 끼를 먹여 놓고 젊은 사람과 나이 든 사람을 비교한 자료가 있습니다. 나이 든 쪽은 혈당이 더 오르고 더 늦게 내려옵니다.
이것은 덜 흡수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같은 연구에서 먹은 것이 핏속으로 나오는 속도는 나이 든 여성 쪽이 더 빨랐습니다. 들어오는 양이 준 것이 아니라 받아 넘기는 쪽이 달라진 것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왜 이제 와서"*입니다. 습관이 나빠진 것이 아니라 그 습관을 감당하던 쪽이 달라졌습니다.
양쪽 끝에서 같은 말이 나옵니다
이것은 굳이 검사를 하지 않아도 눈에 보입니다.
한창 크는 아이들은 돌아서면 배고프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주 나이가 드신 분들도 돌아서면 배고프다고 하십니다.
가운데 나이대에서는 그런 말이 잘 안 나옵니다. 양쪽 끝에서만 같은 말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유가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아이는 쓰는 데가 많아서 금방 빕니다. 몸을 만드느라 계속 꺼내 쓰고 있으니까요.
나이 드신 분은 채워 두고 꺼내 쓰는 쪽이 예전 같지 않아서 금방 빕니다.
저는 이것을 진료에서 오래 보아 왔습니다. 한쪽은 만드느라 빨리 비우고, 한쪽은 채워 두고 꺼내 쓰는 쪽이 예전 같지 않아 빨리 빕니다. 겉으로 나오는 말은 같은데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다릅니다.
한 번에 오래 버틸 수 있는 범위가 좁으면, 자주 채우는 쪽으로 몸이 옮겨 갑니다. 그러니 그 습관을 나무랄 일은 아닙니다. 다만 나이가 드신 뒤에 없던 허기가 새로 생겼다면 그것은 확인해 볼 일이지, 나이 탓으로 넘길 일이 아닙니다.
오래 굶었다가 한 번에 먹으면
식사가 어긋나면 대개 한 가지 모양이 따라옵니다. 오래 비웠다가 한 번에 채우는 것입니다.
오래 비운 뒤에 한 번에 들어오면 나눠 보내는 일이 늦게 끝납니다. 그래서 매번 제때 끝나던 그 일이 끝을 보기 전에 다음 식사 때가 오기도 합니다.
실제로 잰 것은 그 한 끼 뒤까지입니다. 여러 해 되풀이되면 어떻게 되는지를 따라가 본 자료는 없습니다.
다만 흔들려도 되는 범위 이야기가 여기서 다시 나옵니다. 한 번의 출렁임은 아무 일도 아니지만, 그것이 되풀이되는 것은 다른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시각표는 드리지 않습니다
여기서 오해가 없어야 합니다.
몇 시에 무엇을 드시라는 표를 드리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표는 지키기 어렵고, 지키지 못하면 그것이 또 부담이 됩니다.
보아야 할 것은 다른 쪽입니다. 같은 방식이라도 범위가 넉넉한 몸에는 무리가 아니고, 좁아진 몸에는 무리가 됩니다.
그러니 「이 방식이 좋은가 나쁜가」가 아니라 「지금 이 몸에 맞는가」가 물음이 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게으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식사가 어긋난 데에는 대개 이유가 있습니다. 일하는 시간이 그렇고, 돌봐야 할 사람이 있고, 입맛이 없고, 아침에 도무지 못 일어납니다.
그 사정을 빼놓고 시각만 고치라고 하면 지켜지지 않습니다.
검사가 먼저인 경우
식사를 거르지 않는데도 체중이 계속 줄거나, 먹고 나면 반드시 심하게 불편하거나, 삼키기가 어려워졌다면 이 이야기의 앞자리가 아닙니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따로 있습니다.
예전에도 아침을 거르셨고 오늘도 거르셨습니다. 달라진 것은 그 뒤에 몸에서 지나가는 일입니다.
그러니 이것을 뒤늦게 잘못을 깨달은 이야기로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감당해 주던 범위가 좁아졌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좁아진 까닭이 먹는 시각 하나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시각은 그중에서 본인이 가장 또렷하게 아는 하나일 뿐입니다.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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