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자율신경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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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신경은 왜 온몸을 흔드는가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잠도 안 오고 가슴은 두근거리며 속도 불편한데 검사까지 정상이라면 자율신경 문제일까요? 증상은 한 스위치가 아니라 자리마다 다른 속도로 흔들릴 수 있습니다. 심장·빈혈·갑상선 등 필요한 확인이 먼저입니다.

잠도 안 오고, 가슴도 두근거리고, 소화도 안 되고, 손발도 찹니다. 증상이 제각각이라 여러 과를 돌게 되는데, 검사는 대개 정상으로 나옵니다.

이럴 때 흔히 듣는 설명이 있습니다. 교감신경은 액셀, 부교감신경은 브레이크. 액셀이 밟혀 있으니 온몸이 흔들린다는 그림입니다.

흔히 쓰는 그림 — 교감과 부교감을 시소 양끝에 올려 한쪽이 내려가면 다른 쪽이 올라간다고 보는 방식

저는 이 그림을 잘 쓰지 않습니다. 편하긴 한데, 몸이 이것보다는 복잡하게 생겼습니다.

시소라면 이래야 하는데

시소라면 한쪽이 올라갈 때 다른 쪽은 내려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 둘은 함께 높아지기도 합니다. 깜짝 놀랐을 때 심장이 뛰면서 동시에 속이 울렁거리는 것이 그런 경우입니다. 액셀과 브레이크를 같이 밟은 셈인데, 시소로는 설명이 안 됩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자리마다 들어온 신경이 다릅니다.

심장에는 둘 다 옵니다. 밀고 당기면서 박동을 조율합니다. 그런데 손발의 혈관에는 부교감신경이 거의 오지 않습니다. 조이는 신경은 오는데 푸는 신경은 거의 오지 않는 자리입니다.

이것 하나로 진료실에서 꽤 많은 것이 설명됩니다. 손발이 찬 것을 브레이크가 안 걸린 탓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 자리에는 밟을 브레이크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조이던 것이 스스로 느슨해지기를 기다리는 쪽에 가깝습니다.

장은 또 다릅니다. 장에는 자기 신경망이 따로 깔려 있어서, 뇌가 조용해도 혼자 움직입니다.

자율신경 — 스위치 하나가 아니라, 자리마다 다른 신경이 다른 때에 작용한다

그럼 왜 한꺼번에 오는가

조절판이 하나가 아니라면, 증상은 왜 몰려올까요.

같은 조건에 여러 자리가 함께 놓이기 때문입니다. 오래 이어진 긴장, 부족한 잠, 흐트러진 리듬 — 이건 한 곳을 누르는 일이 아니라 몸 전체가 놓인 날씨 같은 것입니다. 그 아래서 심장은 심장대로, 혈관은 혈관대로, 장은 장대로 흔들립니다.

그래서 사실 한꺼번에 오지도 않습니다. 잠이 먼저 얕아지고, 몇 주 뒤에 속이 불편해지고, 손발은 계절이 바뀐 뒤에야 차가워졌다 — 진료실에서 훨씬 자주 듣는 이야기는 이쪽입니다. 뿌리가 하나라면 같이 왔다가 같이 나아야 하는데, 실제로는 순서가 있습니다.

나아지는 순서도 그렇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소화가 먼저 편해지고, 잠이 뒤따르고, 손발이 가장 늦게 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이유 때문입니다. 물론 이 순서도 사람마다 달라집니다.

그래서 치료를 이렇게 봅니다

증상을 하나씩 따로 누르면 잘 안 듣습니다. 그렇다고 뿌리 하나를 찾는 데서 시작하지도 않습니다.

물론 한 자리가 풀리면서 실타래가 따라 풀리듯 나머지가 같이 좋아지는 분도 계십니다. 눈덩이가 좋은 쪽으로 구르기 시작하는 경우입니다. 그런 자리를 만나면 반갑습니다. 다만 그 자리가 어디일지는 미리 알기 어렵고, 모든 분에게 그런 자리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하는 일은 여러 자리를 각각, 그러나 같은 쪽으로 미는 것에 가깝습니다.

침은 자리에 직접 갑니다. 지금 가장 조여 있는 곳부터 손을 댑니다. 한약은 성분이 여럿이라 각각 다른 자리에서 다르게 작용합니다. 스위치를 누른다기보다 여러 손이 각자의 자리에서 미는 쪽입니다. 그래서 지금 어디가 가장 흔들리는지에 따라 구성이 달라집니다. 생활에서 손대는 것들 — 자는 시각, 숨 쉬는 방식, 카페인의 양 — 은 한 곳이 아니라 전부에 동시에 걸립니다.

그리고 시간을 다르게 잡습니다. 잠이 돌아왔다고 다 된 것이 아니고, 손발이 아직 찬 것도 실패가 아닙니다. 자리마다 풀리는 속도가 다르다는 걸 알고 기다리는 것 — 그것도 치료의 일부입니다.

뿌리 하나로도, 원인 여럿으로도 보지 않습니다

두근거림이 심장에서, 어지럼이 빈혈이나 갑상선에서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필요하면 검사를 먼저 권합니다. 검사에서 아무것도 안 나오는데 증상은 이어질 때, 그때부터 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증상이 여럿이라고 원인이 여럿이라고 볼 것도 아니고, 뿌리가 하나라고 볼 것도 아닙니다. 여러 자리가 같은 날씨 아래 놓여 각자의 속도로 흔들리고 있다 — 제가 자율신경을 보는 방식은 이쪽에 가깝습니다.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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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