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신경은 왜 온몸을 흔드는가
짧은 답
잠도 안 오고 가슴은 두근거리며 속도 불편한데 검사까지 정상이라면 자율신경 문제일까요? 증상은 한 스위치가 아니라 자리마다 다른 속도로 흔들릴 수 있습니다. 심장·빈혈·갑상선 등 필요한 확인이 먼저입니다.
잠도 안 오고, 가슴도 두근거리고, 소화도 안 되고, 손발도 찹니다. 증상이 제각각이라 여러 과를 돌게 되는데, 검사는 대개 정상으로 나옵니다.
이럴 때 흔히 듣는 설명이 있습니다. 교감신경은 액셀, 부교감신경은 브레이크. 액셀이 밟혀 있으니 온몸이 흔들린다는 그림입니다.
저는 이 그림을 잘 쓰지 않습니다. 편하긴 한데, 몸이 이것보다는 복잡하게 생겼습니다.
시소라면 이래야 하는데
시소라면 한쪽이 올라갈 때 다른 쪽은 내려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 둘은 함께 높아지기도 합니다. 깜짝 놀랐을 때 심장이 뛰면서 동시에 속이 울렁거리는 것이 그런 경우입니다. 액셀과 브레이크를 같이 밟은 셈인데, 시소로는 설명이 안 됩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자리마다 들어온 신경이 다릅니다.
심장에는 둘 다 옵니다. 밀고 당기면서 박동을 조율합니다. 그런데 손발의 혈관에는 부교감신경이 거의 오지 않습니다. 조이는 신경은 오는데 푸는 신경은 거의 오지 않는 자리입니다.
이것 하나로 진료실에서 꽤 많은 것이 설명됩니다. 손발이 찬 것을 브레이크가 안 걸린 탓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 자리에는 밟을 브레이크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조이던 것이 스스로 느슨해지기를 기다리는 쪽에 가깝습니다.
장은 또 다릅니다. 장에는 자기 신경망이 따로 깔려 있어서, 뇌가 조용해도 혼자 움직입니다.
그럼 왜 한꺼번에 오는가
조절판이 하나가 아니라면, 증상은 왜 몰려올까요.
같은 조건에 여러 자리가 함께 놓이기 때문입니다. 오래 이어진 긴장, 부족한 잠, 흐트러진 리듬 — 이건 한 곳을 누르는 일이 아니라 몸 전체가 놓인 날씨 같은 것입니다. 그 아래서 심장은 심장대로, 혈관은 혈관대로, 장은 장대로 흔들립니다.
그래서 사실 한꺼번에 오지도 않습니다. 잠이 먼저 얕아지고, 몇 주 뒤에 속이 불편해지고, 손발은 계절이 바뀐 뒤에야 차가워졌다 — 진료실에서 훨씬 자주 듣는 이야기는 이쪽입니다. 뿌리가 하나라면 같이 왔다가 같이 나아야 하는데, 실제로는 순서가 있습니다.
나아지는 순서도 그렇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소화가 먼저 편해지고, 잠이 뒤따르고, 손발이 가장 늦게 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이유 때문입니다. 물론 이 순서도 사람마다 달라집니다.
그래서 치료를 이렇게 봅니다
증상을 하나씩 따로 누르면 잘 안 듣습니다. 그렇다고 뿌리 하나를 찾는 데서 시작하지도 않습니다.
물론 한 자리가 풀리면서 실타래가 따라 풀리듯 나머지가 같이 좋아지는 분도 계십니다. 눈덩이가 좋은 쪽으로 구르기 시작하는 경우입니다. 그런 자리를 만나면 반갑습니다. 다만 그 자리가 어디일지는 미리 알기 어렵고, 모든 분에게 그런 자리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하는 일은 여러 자리를 각각, 그러나 같은 쪽으로 미는 것에 가깝습니다.
침은 자리에 직접 갑니다. 지금 가장 조여 있는 곳부터 손을 댑니다. 한약은 성분이 여럿이라 각각 다른 자리에서 다르게 작용합니다. 스위치를 누른다기보다 여러 손이 각자의 자리에서 미는 쪽입니다. 그래서 지금 어디가 가장 흔들리는지에 따라 구성이 달라집니다. 생활에서 손대는 것들 — 자는 시각, 숨 쉬는 방식, 카페인의 양 — 은 한 곳이 아니라 전부에 동시에 걸립니다.
그리고 시간을 다르게 잡습니다. 잠이 돌아왔다고 다 된 것이 아니고, 손발이 아직 찬 것도 실패가 아닙니다. 자리마다 풀리는 속도가 다르다는 걸 알고 기다리는 것 — 그것도 치료의 일부입니다.
뿌리 하나로도, 원인 여럿으로도 보지 않습니다
두근거림이 심장에서, 어지럼이 빈혈이나 갑상선에서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필요하면 검사를 먼저 권합니다. 검사에서 아무것도 안 나오는데 증상은 이어질 때, 그때부터 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증상이 여럿이라고 원인이 여럿이라고 볼 것도 아니고, 뿌리가 하나라고 볼 것도 아닙니다. 여러 자리가 같은 날씨 아래 놓여 각자의 속도로 흔들리고 있다 — 제가 자율신경을 보는 방식은 이쪽에 가깝습니다.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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