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난치질환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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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을 끊으면 다시 돌아오는 병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약을 끊으면 다시 아픈데 평생 먹어야 할까요? 병과 약의 역할에 따라 답이 다르며, 특히 혈압·당뇨·갑상선 약과 항응고제는 처방한 의료진과 상의 없이 임의로 중단하면 안 됩니다.

"약 먹을 때는 괜찮은데, 끊으면 두 달쯤 뒤에 똑같아집니다."

이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한약이든 양약이든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대개 이렇게 물으십니다.

"제가 평생 먹어야 하는 건가요?"

저는 이 질문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가, 제가 무슨 치료를 하고 있는지를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약이 하는 일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다른 글에서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약에는 몸을 대신하는 약몸을 깨우는 약이 있습니다.

대신하는 약을 끊으면 돌아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 약은 몸이 하지 못하는 일을 대신해 주고 있었습니다. 대신해 주는 동안 몸은 그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멈추면 원래대로 갑니다.

이것은 약이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 약이 자기 일을 정확히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혈압이 위험할 만큼 높다면, 몸이 스스로 조절하기를 기다릴 여유가 없습니다. 그때는 대신해 주는 약이 옳습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습니다. 몸을 깨우려던 치료였는데도 끊으면 돌아오는 경우입니다.

그때는 이렇게 봅니다

약이 부족했던 것이 아닙니다. 환경이 그대로였던 것입니다.

제 다른 글에서 말씀드렸듯, 약은 아픈 곳을 찾아가지 않습니다. 약은 온몸을 돕니다. 다만 무너진 자리의 환경이 달라져 있어서 그 자리에서 다르게 행동할 뿐입니다.

그러니 약이 그 자리를 편하게 만들어 주는 동안에도, 그 자리를 무너뜨린 환경이 그대로라면 약을 멈추는 순간 다시 무너집니다.

물이 새는 방에 걸레질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걸레질을 하는 동안은 바닥이 마릅니다. 걸레를 놓으면 다시 젖습니다. 걸레가 부족했던 것이 아닙니다.

무엇이 환경을 되돌려 놓는가

그래서 치료가 끝나 갈 무렵 이렇게 물어봅니다.

"이 병이 시작되기 전에, 무엇이 달라져 있었습니까?"

대개 답이 나옵니다.

  • 몇 년째 잠이 다섯 시간을 넘기지 못했다
  •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고, 저녁에도 앉아 있다
  • 식사가 늘 급하고 불규칙하다
  • 긴장을 놓아 본 적이 없다
  • 통증이 무서워 몸을 쓰지 않는다

이것들이 환경입니다. 약이 잠시 눌러 놓을 수는 있어도, 되돌려 놓을 수는 없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오해가 생깁니다

"결국 생활습관 이야기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런데 "운동하시고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무엇을 왜 바꿔야 하는지 말하는 것은 다릅니다.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려 합니다.

"선생님은 지금 굳은 조직 때문에 아픈 것이 아니라, 그 조직이 굳도록 만든 자세와 시간 때문에 아픕니다."

"늦게 주무시면 아침의 호르몬 곡선이 낮아집니다. 그래서 아침이 힘든 것이고, 오후에 정신이 맑아 밤에 또 늦게 주무시는 겁니다."

"통증이 무서워 안 움직이시면, 안 움직인 조직이 더 굳고, 더 아파집니다."

무엇이 무엇을 만드는지 알아야, 그것을 바꿀 마음이 생깁니다. 막연한 권고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합니다.

그래서 치료는 두 갈래로 갑니다

약이 하는 일은 지금 무너진 자리를 되돌리는 것입니다. 굳은 조직의 성질을 바꾸고, 흥분한 면역을 눅이고, 예민해진 신경을 가라앉힙니다.

환자분이 하시는 일은 그 자리를 다시 무너뜨리지 않는 것입니다.

둘 중 하나만으로는 안 됩니다.

약만 있으면 끊는 순간 돌아옵니다. 생활만 바꾸면 이미 굳어 버린 조직과 이미 증폭된 신경 회로는 그대로 남습니다. 되돌아가는 데 너무 오래 걸리거나, 되돌아가지 않습니다.

약으로 되돌리고, 생활로 지킵니다. 이 두 가지가 만나야 약을 끊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언제 끊는가

저는 이렇게 판단합니다.

약을 줄여도 유지되는가. 갑자기 끊지 않습니다. 조금씩 줄이며 몸이 그 자리를 스스로 지키는지 봅니다.

계절이 바뀌어도 유지되는가. 추워지면 다시 굳는 분이 계십니다. 한 번의 계절을 넘겨 보아야 압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유지되는가. 편안할 때 괜찮은 것과, 부담이 왔을 때도 버티는 것은 다릅니다. 몸에 여유가 생겼다는 것은 후자를 뜻합니다.

이 세 가지가 자리를 잡으면 약이 하던 몫이 줄어듭니다. 몸이 그 일을 다시 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것만은 말씀드립니다

모든 병이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병은 평생 관리해야 합니다. 어떤 조직은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나이가 하는 일도 있습니다.

그리고 양약을 끊으라는 말로 이 글을 읽지 말아 주십시오. 혈압약, 당뇨약, 갑상선약, 항응고제는 위험한 일을 막고 있습니다. 그 약들을 끊는 판단은 그 약을 처방한 의사와 하셔야 합니다.

저는 그 약들이 손대지 않는 자리 — 잠, 소화, 긴장, 굳은 조직, 예민해진 신경 — 에서 몸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을 되찾자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두 가지는 다투는 관계가 아닙니다.


굳은 조직과 증폭된 신경 회로가 원인이 사라진 뒤에도 남는다는 것은 널리 받아들여지는 설명입니다. 생활습관이 만성 질환의 경과를 바꾼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한약이 이 과정에서 정확히 무엇을 얼마나 하는지는 사람에게서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도울 수 없는 병도 많습니다.


"평생 먹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저는 이렇게 답하려 합니다.

"그건 병에 따라 다릅니다. 다만 줄여 갈 수 있는 자리라면, 줄여 가는 쪽으로 잡아 보겠습니다."

약이 되돌려 놓은 자리를 몸이 스스로 지키는 것 — 되는 경우라면 그것이 제가 목표로 삼는 자리입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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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