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난치질환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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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을 옮길 때마다 병명이 바뀐다면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병원을 옮길 때마다 병명이 바뀝니다. 누가 틀려서가 아니라, 각자 자기가 보는 창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진단명은 사진이고 병은 동영상입니다.

"여기서는 이 병이라 하고, 저기서는 저 병이라 하고… 도대체 제 병이 뭔가요."

이 질문을 받으면 저는 먼저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선생님이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진료했던 의사들이 틀린 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이 상황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병명은 '이름표'입니다

병명은 몸 안에 실제로 놓여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지금 보이는 것들을 묶어서 붙인 이름표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이름표가 달라집니다. 소화기를 보는 진료실에서는 소화기의 이름이 붙고, 신경을 보는 진료실에서는 신경의 이름이 붙습니다. 같은 사람인데 이름표만 갈아 끼워지는 것입니다.

이건 누가 틀려서가 아닙니다. 각자 자기가 보는 창으로 본 것입니다. 코끼리 다리를 만진 사람과 코를 만진 사람이 서로 다른 말을 하는데, 둘 다 거짓말이 아닌 것과 같습니다.

진단명은 사진이고, 병은 동영상입니다. 사진 세 장이 서로 달라 보여도 같은 영화의 세 장면일 수 있습니다.

이름표가 자꾸 바뀌는 몸의 특징

제 진료실에서 이런 분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증상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소화도 안 되고, 잠도 안 오고, 두근거리고, 어지럽고, 여기저기 아픕니다. 한 과에서 다 설명되지 않습니다.

검사는 대체로 정상입니다. 큰 이상이 없으니 각 진료실에서는 "여기는 문제없습니다"가 됩니다. 그런데 몸은 계속 힘듭니다.

증상이 옮겨 다닙니다. 이번 달은 위가, 다음 달은 어깨가, 그다음은 잠이. 그래서 갈 때마다 다른 이름이 붙습니다.

저는 이럴 때 이름표를 다시 붙이지 않습니다

여기서 제가 또 하나의 이름을 얹으면, 이름표만 하나 더 늘어납니다. 그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대신 저는 질문을 바꿉니다. "이 병의 이름이 무엇인가"가 아니라, "이 몸에서 지금 무엇이 치우쳐 있는가"를 묻습니다.

여러 곳이 동시에 흔들린다면, 그 여러 곳을 함께 조절하는 무언가가 흔들렸을 가능성을 봅니다. 자율신경의 조절, 장의 상태, 대사와 염증의 기준선, 호흡과 순환의 리듬 — 이런 것들은 한 과에 속하지 않으면서 여러 과에 걸쳐 나타납니다. (상관없어 보이는 증상들이 함께 온다면)

그러면 아무 병이나 다 여기서 봅니까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면 저도 똑같이 무책임한 사람이 됩니다.

저는 두 가지를 구분합니다.

하나는, 아직 못 찾은 병일 가능성입니다. 검사가 정상이라는 말이 "병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직 잡히지 않았을 뿐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위험 신호를 먼저 훑습니다. 체중이 빠지는지, 밤에 식은땀이 나는지, 열이 오래가는지, 피가 섞여 나오는지. 여기에 걸리면 저는 검사를 먼저 권합니다. 이것이 우선입니다.

다른 하나는, 조절이 흔들린 상태입니다. 부품은 멀쩡한데 그 부품이 놓인 환경이 한쪽으로 쏠린 경우입니다. 검사로는 잘 안 잡히고, 각 과에서는 정상이라 하고, 그런데 몸은 계속 힘든 상태. 여기가 제가 다루는 자리입니다.

다만 진단이 다르다고 해서 검사를 안 믿으셔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창이 여럿이라는 것이지, 창이 흐리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 둘을 섞으면 안 됩니다. 저는 먼저 앞의 것을 배제하고, 그다음에 뒤의 것을 봅니다.

제가 첫 진료에서 하는 일

제가 먼저 하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가져오신 검사지를 날짜 순으로 펼칩니다. 그러면 가끔 이런 것이 보입니다 — 3년 전에 소화가 먼저 무너졌고, 1년쯤 뒤에 잠이 흐트러졌고, 그다음에 통증이 붙었다. 각 병원은 자기가 본 시점의 단면에 이름을 붙였고, 늘어놓고 보면 그것이 한 줄기의 서로 다른 지점일 때가 있습니다.

그동안의 기록을 전부 가져오시라고 합니다. 검사지, 처방전, 진단명. 하나도 버리지 않고 봅니다. 여러 곳에서 붙인 이름표들을 늘어놓고 공통점을 찾습니다. 이름은 달라도, 그 밑에 같은 치우침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 순서를 세웁니다. 무엇이 먼저 시작됐고, 무엇이 따라왔는지. 먼저 온 것이 대개 뿌리에 가깝습니다.

지금 손댈 수 있는 것부터 정합니다. 잠, 소화, 호흡. 이것부터 돌려놓고 나머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봅니다. 한 번에 전부 손대지 않습니다.

그리고 목표를 미리 정합니다. 얼마 동안 해보고, 무엇이 달라지면 계속하고, 안 되면 어디서 방향을 바꿀지. 막연히 계속 다니시게 하지 않습니다.

병원에 먼저 가야 하는 경우

체중이 뚜렷한 이유 없이 빠지거나, 열이 오래 가고 밤에 식은땀이 나거나, 가래·대변·소변에 피가 섞이거나, 갑자기 심한 두통이 오고 말이 어눌해지고 한쪽 힘이 빠지거나, 삼키기가 점점 어려워지거나, 통증이 밤마다 잠을 깨울 만큼 심해진다면 — 저에게 오시기 전에 검사부터 받으십시오. 저는 이 확인 없이 치료를 시작하지 않습니다.

새 이름 대신 하나의 이야기를 드립니다

병명이 바뀐다는 것은, 아직 이 몸을 설명하는 하나의 그림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저는 새 이름을 붙여 드리려고 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 몸에서 무엇이 어떤 순서로 쏠렸는지를 하나의 이야기로 정리해 드리는 것 — 그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 이야기가 맞으면 몸이 대답합니다. 아니면 이야기를 고칩니다. 그렇게 함께 찾아가겠습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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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