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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먹으면 좋을까요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저는 대개 방향을 돌려 답합니다. 더할 것을 찾기 전에, 지금 무엇이 들어오고 있는지를 먼저 봅니다.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어디가 불편해서 오신 분들이 이야기 끝에 꼭 물으십니다. "그럼 뭘 먹으면 좋을까요?"

몸이 어딘가 불편하면 좋다는 것을 하나 더 넣어 보려는 마음이 듭니다.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저는 대개 방향을 돌려 답합니다. 지금 무엇이 들어오고 있는지를 먼저 봅니다.

더한 것도 몸이 처리해야 합니다

무엇이 들어오든 몸에서는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흡수되고, 간에서 손질되고, 신장으로 나갑니다.

이 길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간에서 물질을 손질하는 효소는 종류마다 정해져 있고 — 그중 큰 몫을 맡는 무리를 사이토크롬 P450이라고 부릅니다 — 여러 물질이 같은 효소를 나눠 씁니다. 그래서 한쪽이 붐비면 다른 쪽이 밀립니다. 약과 약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 그렇고, 몸에 좋다는 것도 이 점에서는 다르지 않습니다. (한약과 양약을 같이 먹어도 될까)

좋은 것을 더한다고 해서 몸이 그것만 따로 처리하지는 않습니다. 이미 손질할 것이 밀려 있는 상태라면, 새로 들어온 좋은 것도 그 줄에 섭니다.

빼면 그 자리가 스스로 되돌아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빼기만 해도 조직이 되돌아온다는 점입니다.

지방간이 좋은 예입니다. 지방간에는 약보다 식이와 운동으로 체중을 줄이는 쪽이 더 낫다고 병원 자료들이 적고 있습니다. 실제로 조직을 떼어 본 연구들을 모으면, 얼마나 줄였을 때 무엇이 좋아지는지까지 나옵니다. 체중을 5%쯤 줄이면 간에 낀 지방이 줄고, 7~10%까지 줄이면 염증과 세포가 부푼 소견까지 좋아집니다.

무언가를 넣어서 얻은 결과가 아닙니다. 들어오던 것을 줄였더니 간이 스스로 되돌아간 것입니다.

저는 이 대목이 몸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고 봅니다. 몸은 고쳐 주기를 기다리는 기계가 아니라, 조건만 되돌려 주면 스스로 손보는 쪽에 가깝습니다. 치료는 그 조건을 돌려놓는 일이고요.

다만 "다 빼라"는 말은 아닙니다

여기서 한쪽으로 쏠리면 곤란합니다.

검사에서 실제로 모자란 것이 확인되면 그건 채워야 합니다. 철분이 부족해 생긴 빈혈은 아껴서 나아지지 않습니다. 빼기가 늘 옳은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사람에게 넘치는 쪽과 모자라는 쪽이 어디인지를 갈라 보는 일이 먼저입니다.

그리고 하나는 분명히 말씀드려야겠습니다. 드시던 약을 스스로 끊는 것은 여기서 말하는 빼기가 아닙니다. 약은 이유가 있어서 시작한 것이고, 끊는 판단은 처방한 곳에서 함께 해야 합니다.

지방간 자료에도 비슷한 대목이 있습니다. 체중은 3~6개월에 걸쳐 서서히 줄이라고, 급하게 빼면 오히려 나빠진다고요. 빼는 일에도 속도가 있습니다.

한약은 더하는 쪽 아닌가요

당연히 나올 질문입니다.

한약은 영양을 채워 넣는 방식으로 쓰는 것이 아닙니다. 치우친 조건을 되돌리는 쪽으로 씁니다. 순환이 덜 닿던 자리에 닿게 하고, 오래된 염증을 눅이고, 흡수와 배설이 제 리듬을 찾게 하는 방향입니다. 그러고 나면 몸이 하던 일을 다시 합니다.

그래서 저는 처방을 정할 때 무엇을 줄일지도 함께 정합니다. 들어오는 자극이 그대로인데 약만 얹으면, 그 약은 밀린 줄에 하나 더 서는 셈이 됩니다.

무엇을 드시고 계신지부터 묻습니다

처음 오시면 무엇을 드시고 계신지부터 묻습니다. 약, 그리고 몸에 좋다고 챙기시는 것들까지 전부요. 종류가 많은 경우가 생각보다 흔합니다.

그다음 하루를 봅니다. 늦은 시각의 식사, 술, 잠드는 시각. 이 셋에서 걸리는 것이 자주 나옵니다.

한꺼번에 다 바꾸지는 않습니다. 한두 가지를 정해서 그것만 바꿉니다. 몰아서 바꾸면 대개 얼마 못 갑니다. (생활 관리가 치료의 절반인 이유)


더할 것은 언제든 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순서를 놓고 보면, 빼는 쪽이 먼저인 경우가 꽤 많습니다.

그래서 "뭘 먹으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에 저는 자주 이렇게 답합니다. 그것부터 정하지 말고, 지금 들어오는 것 중에 하나만 덜어 보시죠.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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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