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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과 양약을 같이 먹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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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감수 허지영 대표원장

"한약이랑 혈압약이랑 같이 먹어도 되나요?"

이 질문에 흔히 듣는 대답이 있습니다. "두세 시간 간격을 두고 드세요."

저는 이 대답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시간 간격이 도움이 되지만, 어떤 경우에는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왜 그런지, 조금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시간 간격이 지켜 주는 것

두 약을 함께 삼키면 위와 장 안에서 서로 달라붙어 흡수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벌리면 이런 문제는 줄어듭니다.

여기까지는 시간 간격이 유효합니다. 약이 몸에 들어오는 입구에서 생기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시간 간격이 지켜 주지 못하는 것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약이 흡수되어 몸에 들어오면, 간에서 처리를 받습니다. 간에는 약을 분해하는 효소들이 있습니다. 이 효소들은 종류가 정해져 있고, 처리 용량도 정해져 있습니다.

두 약이 같은 효소를 쓰는 경우를 생각해 보십시오.

한약 성분이 그 효소를 붙잡고 있으면, 양약이 처리되지 못하고 몸에 쌓입니다. 양약을 정량만큼 드셨는데, 몸에서는 더 많은 양이 도는 것과 같아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입니다. 효소를 붙잡는 일은 두세 시간으로 풀리지 않습니다. 효소가 다시 일하려면 훨씬 오래 걸립니다. 시간 간격을 두어도 이 문제는 그대로 남습니다.

세포막을 오가는 문지기 역할을 하는 단백질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깁니다. 이 문지기는 약을 세포 밖으로 퍼내는 일을 합니다. 한약 성분이 이 문지기를 막으면, 양약이 예상보다 많이 몸에 남습니다.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같은 길목에서 만나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진짜 위험한 조합

말씀드려야 할 구체적인 것들이 있습니다.

첫째, 감초와 이뇨제·혈압약.

감초는 몸에서 칼륨을 내보내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뇨제도 칼륨을 내보냅니다. 둘이 겹치면 칼륨이 위험할 만큼 낮아질 수 있습니다.

칼륨이 낮아지면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집니다. 감초는 한약 처방의 절반 이상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혈압약을 드시는 분께는 어떤 약인지 꼭 물어봅니다.

둘째, 심장약을 드시는 경우.

심장 박동에 영향을 주는 약을 드시는 분께는 특별히 조심합니다. 칼륨이 조금만 흔들려도 위험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셋째, 피를 묽게 하는 약.

혈전을 막는 약을 드시는 분께는 출혈 위험이 커질 수 있는 약재를 피합니다. 이 조합은 잇몸 출혈, 멍, 드물게 심각한 출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넷째, 이미 간이나 신장이 약한 경우.

처리하는 기관이 약해져 있으면 무엇을 넣든 부담이 됩니다. 이때는 약의 종류보다 넣지 않는 결정이 중요합니다.

처방 전에 물어보는 것들

한약을 짓기 전에 몇 가지를 물어봅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그 대답에 따라 처방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요즘 드시는 것들.
병원에서 받으신 약이 먼저지만, 꼭 그것만은 아닙니다. 챙겨 드시는 게 있다면 그것도 함께 알려 주시면 좋습니다. 대개는 아무 문제가 없고, 가끔 겹치는 자리가 있어서 미리 보면 피해 갈 수 있습니다.

약 이름은 봉투나 사진이 가장 편합니다.
"혈압약이요"만으로는 조금 아쉽습니다. 혈압약도 계열이 여럿이라, 어느 쪽인지에 따라 볼 것이 달라집니다.

최근 피검사 결과가 있다면.
간 수치, 신장 기능, 전해질 — 이 셋만 있어도 훨씬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못 쓰게 하려고 묻는 게 아니라, 잘 쓰려고 묻는 것입니다. 대개는 "그대로 드셔도 됩니다"로 끝납니다.

반대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는 것

여기까지 읽으시면 겁이 나실 수 있습니다. 균형을 맞추겠습니다.

대부분의 조합은 실제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위에 적은 것들은 알고 피하면 되는 것들입니다. 알고 있는 의사에게 약을 받으시면 됩니다.

제가 진짜로 걱정하는 것은 다른 데 있습니다.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채로 오래 드시는 경우입니다.

무엇을 얼마나 드시는지 저에게 말씀해 주시지 않으면, 저는 그것이 지금 드시는 약과 부딪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갑니다.

무엇을 드시느냐보다, 아무도 보고 있지 않다는 쪽이 훨씬 걱정스럽습니다.

함께 쓰는 것이 더 나은 경우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습니다.

양약을 끊고 한약만 드시라고 저는 말하지 않습니다.

혈압이 높으면 혈압약이 필요합니다. 당뇨약도, 갑상선약도, 항응고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약들은 위험한 일을 막고 있습니다. 그 자리를 한약이 대신할 수 없습니다.

제가 하려는 일은 다릅니다. 그 약들이 하는 일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몸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을 되찾도록 돕는 것입니다.

혈압약을 드시면서도 잠을 못 이루고, 소화가 안 되고, 늘 긴장해 있는 분이 계십니다. 그 부분은 혈압약이 손대는 자리가 아닙니다. 그 자리가 제가 맡을 자리입니다.

어디까지 알려져 있나

간의 효소와 세포막 문지기를 통해 약의 농도가 달라진다는 것은 잘 확립된 사실입니다. 감초와 칼륨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다만 개별 약재가 사람에게서 얼마나 강하게 작용하는지는 아직 자료가 쌓이는 중입니다. 시험관에서 강하게 나타난 것이 사람에게서는 미미한 경우도, 그 반대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료가 부족한 쪽을 안전한 쪽으로 읽지 않습니다. 모를 때는 더 살피는 편을 택합니다.


"한약이랑 양약, 같이 먹어도 되나요?"

"그 양약이 무엇인지 알려 주시면 답해 드리겠습니다."

이것이 제가 드릴 수 있는 대답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답할 수 있으려면, 저는 두 가지를 다 알아야 합니다. 그것이 제 몫입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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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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