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교통사고 후유증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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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끝났는데 몸이 안 끝났습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교통사고 뒤 두어 달 치료로 마무리했는데, 반년이 지나도 아침에 목이 굳어 있다면 왜일까요? 겉이 아무는 때와 안이 끝나는 때는 다릅니다 — 상처의 마지막 단계는 다치고 2~3주 뒤에야 시작해 1년 넘게 이어지기도 합니다. 힘 빠짐·감각 둔화가 새로 생기거나 점점 붓고 아파지면 검사가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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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받힌 차 안에 계셨던 분이 있습니다. 그날은 놀란 것 말고 별일이 없었고, 며칠 지나 목이 뻐근해졌습니다. 뼈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고, 두어 달 치료를 받고 마무리했습니다. 그런데 반년이 지난 지금도 아침에 목이 굳어 있고, 오래 앉아 있으면 어깨까지 무겁습니다.

이런 말씀에는 대개 두 가지 대답이 돌아옵니다. 다 나았으니 마음 쓰지 마시라는 쪽과, 아직 안 나은 것이니 더 붙들고 계시라는 쪽입니다. 정반대인데, 어느 쪽도 그 몸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남아 있는지는 말해 주지 않습니다.

그 사이에 있는 것을 적어 보려고 합니다.

겉이 아무는 때와 안이 끝나는 때

다친 자리는 한꺼번에 낫지 않습니다. 몇 단계를 차례로 지나고, 마지막 단계가 특히 깁니다.

피부 상처로 재 보면, 마지막 단계는 다치고 2~3주가 지난 뒤에야 시작됩니다. 그때까지 쌓인 콜라겐을 헐고, 방향을 맞춰 다시 쌓는 단계입니다. 이 일이 1년 넘게 이어지기도 합니다.

속의 조직도 같은 단계를 지납니다. 걸리는 시간만 조직마다 다릅니다.

겉이 아문 때와 안이 끝나는 때는 이만큼 떨어져 있습니다. 겉을 기준으로 삼으면, 몸은 아직 일하는 중인데 끝났다고 셈하게 됩니다.

아무는 과정이 조직을 당깁니다

빈자리는 새로 만들어진 세포(섬유아세포)가 메웁니다. 그 가운데 일부는 당기는 세포(근섬유아세포)로 바뀝니다. 이 세포가 상처의 가장자리를 가운데로 당겨 오므립니다. 틈을 좁히는 일이니 여기까지는 몸이 잘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그렇게 아문 자리는 예전 그대로가 아닙니다. 당겨진 만큼 둘레에 걸리는 힘이 달라지고, 옆의 근육과 근막이 그 몫을 나눠 받습니다. 그래서 뻐근함이 다쳤던 자리에만 머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수술을 받았다면 여기에 하나가 더 얹힙니다. 다친 자리에 더해 절개한 자리가 같은 과정을 지나고, 손상 부위에 새로 생긴 혈관이 다시 줄어드는 데에도 시간이 걸립니다. 최근에 받은 수술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닙니다.

조직이 끝나도 받는 쪽이 안 끝났으면

여기까지는 조직 쪽 이야기입니다.

아프다는 신호가 오래 이어지면 그 신호를 받는 쪽도 그대로 있지 않습니다. 같은 입력이 되풀이되면 받는 쪽의 역치가 내려가고,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갔을 정도의 자극에도 크게 반응하게 됩니다. 그래서 큰 것이 먼저 가라앉고 마무리가 길게 남는 일이 흔합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되돌릴 수 있는 쪽으로 봅니다.

아픔을 나르지 않던 감각까지

감각 신경이 전부 아픔을 나르지는 않습니다. 몸의 자세를 알리는 감각이 따로 있습니다. 근육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힘줄에 힘이 얼마나 걸렸는지, 관절이 얼마나 굽었는지를 잽니다. 이것이 고유수용감각입니다. 근육 속의 근방추와 힘줄의 골지건기관이 그 일을 맡습니다. 우리는 이 감각을 의식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관절을 싸고 있는 주머니(관절낭)에 물이 차고 그 상태가 오래가면, 원래 아픔을 나르지 않던 이 신경들까지 발화합니다. 그 신호가 아픔으로 올라옵니다.

이때는 아픈 자리를 손가락으로 콕 짚기가 어렵습니다. 어디가 아픈지 대기는 힘든데 계속 불편하다고 하십니다. 다치고 한참 지난 뒤에 남는 불편이 이런 모양일 때가 있습니다. 다친 자리에서 나온 물이 오래 빠지지 않으면 그 자극도 함께 오래 갑니다.

남는 정도는 사람마다 갈립니다

같은 일을 겪고도 어떤 분은 몇 주 만에 정리되고 어떤 분은 오래 갑니다.

같은 자극을 되풀이해 주면서 사람마다의 반응을 재어 본 연구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점점 무뎌지고 어떤 사람은 오히려 예민해졌는데, 그 방향이 그 사람에게서 꾸준히 유지됐습니다. 사람마다 다르다는 말이 여기서는 인상이 아니라 잰 수치입니다.

그러니 「이만큼 다쳤으면 이쯤에 낫는다」는 평균은 참고는 되어도 그 사람의 기준이 되지는 못합니다.

검사가 먼저인 경우

다친 뒤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것이 새로 생기거나, 시간이 갈수록 붓고 아픈 것이 커지거나, 열이 나거나, 머리를 부딪친 뒤에 두통·구토·정신이 흐려지는 것이 온다면 — 이 글이 말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따로 있습니다.


사고가 난 날짜는 하나입니다. 그런데 몸에서 끝나는 날짜는 여럿입니다. 부딪친 자리가 아무는 때가 다르고, 그 둘레가 달라진 힘에 맞춰지는 때가 다르고, 신호를 받는 쪽이 예전 감도로 돌아가는 때가 또 다릅니다.

그래서 「다 끝났다」도 「아직 안 끝났다」도 그 몸을 담지 못합니다. 어느 층이 끝났고 어느 층이 남아 있는가를 묻는 편이 실제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남아 있는 층에는 대개 아직 할 일이 있습니다. 교통사고 후 검사는 정상인데 계속 아픈 이유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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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