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건강정보
칼럼 읽는 데 약 3분 최종 수정

검사는 항목을 나누어 보고, 증상은 그 사이를 말합니다

〈저는 진료실에서 이렇게 봅니다〉 · 11편 중 2번째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검사는 장기를 하나씩 나누어 봅니다. 그런데 몸의 불편은 장기 하나가 아니라 그것들 사이의 조율에서 오는 때가 많습니다. 부품은 다 정상인데 손발이 안 맞는 상태입니다.

여러 과를 돌고 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심장은 심장대로 봤고, 위는 위대로 봤고, 갑상선도 확인했습니다. 어디서도 큰 이상은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두근거리고, 속이 불편하고, 잠은 얕습니다.

이럴 때 "그럼 어디가 문제냐"는 물음이 남습니다. 저는 그 물음의 답이 어느 한 곳이 아닐 때가 많다고 봅니다.

많은 표준검사는 나누어 보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검사표는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심장은 심장을 보는 방법으로, 위는 위를 보는 방법으로 봅니다. 그래야 정확해지기 때문입니다. 한 자리를 깊이 보려면 나머지를 잠시 밀어 두어야 합니다.

이 나눔은 의학이 얻어 낸 힘입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심장의 판막이 새는지, 위의 점막이 헐었는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다만 나누어 보면 사이에 있는 것은 항목에서 빠집니다. 심장을 보는 검사도, 위를 보는 검사도, 그 둘이 서로 주고받는 신호를 재도록 만들어져 있지는 않습니다.

몸은 나뉘어 일하지 않습니다

몸에서 장기는 따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숨을 한 번 쉬면 가슴과 배의 압력이 함께 바뀌고, 심장으로 돌아오는 피의 양이 달라지고, 그 변화가 다시 박동의 간격에 실립니다. 긴장이 오르면 위의 움직임이 느려지고 장은 급해집니다. 장이 편치 않으면 그 소식이 위로 올라가 잠과 기분을 건드립니다.

이 주고받음에는 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먼저 켜지고 어느 쪽이 뒤따르는지, 얼마나 빨리 멈추는지가 다 다릅니다. 하나하나는 정상 범위 안에 있어도, 순서와 타이밍이 어긋나면 몸은 분명히 불편합니다.

부품이 다 멀쩡한데 합주가 어긋난 상태 — 5부는 그 자리를 봅니다.

그래서 검사지에는 이름이 안 붙습니다

여기서 이 부의 어려움이 나옵니다.

조율이 흔들린다는 것은 어느 항목의 값이 선을 넘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래서 검사지에 적을 이름이 없습니다. 각 과에서는 "우리 쪽은 이상 없습니다"가 정확한 답이고, 그 답이 여럿 모이면 환자에게는 "아무 데도 이상이 없는데 나는 아프다"가 됩니다.

저는 그 상황을 모순으로 보지 않습니다. 나누어 본 결과가 다 정상인 것과, 사이가 잘 맞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이를 묻습니다

진료실에서 저는 한 증상만 따로 듣지 않으려고 합니다. 두근거림이 언제 오는지, 그때 속은 어땠는지, 숨은 어디까지 들어갔는지, 그 뒤에 잠은 어땠는지를 함께 듣습니다. 하나씩 떼어 놓으면 다 흔한 증상인데, 순서를 놓고 보면 어느 쪽이 먼저 움직였는지가 보일 때가 있습니다.

한약을 쓰는 자리도 여기와 닿아 있습니다. 한 곳을 세게 누르기보다 여러 자리를 조금씩 함께 움직이는 방식이라, 사이의 조율이 흔들린 몸에서 제 몫을 합니다. 이어지는 편들은 그 사이에서 실제로 무엇이 오가는지를 하나씩 들여다봅니다.

다만 가슴 통증이 조이듯 오거나, 갑자기 숨이 차거나, 의식이 흐려지는 일이 있었다면 — 그것은 조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자리를 확인하는 진료가 먼저입니다.


몸을 나누어 보는 일은 의학이 얻어 낸 힘입니다. 그 힘 덕분에 우리는 한 자리를 아주 정확하게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나눈 항목이 모두 정상이라는 말은, 그 사이가 잘 맞는다는 뜻까지는 아닙니다. 여러 곳을 돌고도 답을 못 들으셨다면, 몸이 말하고 있는 것은 어느 한 부품이 아니라 그 사이의 형편일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이야기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진료가 필요하신 경우

이 글이 자기 얘기 같으셨습니까?

진료 시간을 바로 고르시거나, 오시기 전에 여쭙고 싶은 것을 먼저 보내실 수 있습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