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난치질환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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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는 일과 끝맺는 일은 다릅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가시는 첫날에 빠졌는데 그 자리가 조용해지기까지는 왜 며칠이 더 걸릴까요? 「가라앉는다」는 말 하나에 두 길이 들어 있습니다 — 켜진 것을 눌러 낮추는 길과, 몸이 신호를 따로 내서 끝을 내는 길. 치우지 못한 것이 남으면 그것이 다시 경보가 되어 낮은 세기로 오래 갑니다. 열이 계속되거나 관절이 붓고 염증 수치가 높다면 원인을 밝히는 검사가 먼저입니다.

손가락에 가시가 박히면 빼고 나서도 그 자리가 하루 이틀 벌겋습니다. 사흘쯤이면 어디였는지도 모르게 됩니다. 가시는 첫날에 빠졌는데 그 자리가 조용해지기까지는 며칠이 더 걸립니다.

가라앉는다는 말 하나에 서로 다른 두 가지 길이 들어 있습니다. 켜진 것을 눌러서 낮추는 길이 있고, 몸이 신호를 따로 내서 끝을 내는 길이 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양은 둘 다 벌겋던 것이 옅어지는 것이어서, 그때는 잘 갈라지지 않습니다.

눌러서 낮추는 길

염증이 생기면 그곳에서 여러 물질이 만들어집니다. 혈관을 열어 붓게 하고, 열을 올리고, 신경을 예민하게 만드는 것들입니다. 소염제는 이 물질이 만들어지는 길목을 막습니다. 만들어지는 양이 줄면 붓기와 열과 아픔이 함께 내려갑니다.

확실하고 빠른 일입니다. 그리고 세게 켜진 곳에서는 이 길이 먼저입니다. 몰려드는 면역세포가 지나치게 많으면 그것이 감염이나 상처보다 조직을 더 상하게 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빨리 눌러서 낮추는 쪽이 조직을 지킵니다. 현대의학의 소염제가 잘하는 일입니다.

끝을 내는 길

끝을 내는 일을 몸은 염증이 다 지나갈 때까지 미루지 않습니다. 염증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함께 시작합니다. 한창일 때 거기서 만들어지는 물질의 종류가 도중에 바뀝니다. 더 오라고 부르는 쪽 물질을 만들던 데서 끝내는 쪽 물질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것들은 막는 물질이 아니라 시키는 물질입니다. 자기 수용체에 붙어서 해야 할 일을 켭니다. 몰려와 일을 마친 세포가 제때 수명을 다하게 하고, 그것을 대식세포먹어서 치우게 합니다. 치운 곳에 표면을 다시 덮고 메우는 일까지 이 신호가 시킵니다. 이 물질들에는 특이적 염증 종결 매개체라는 이름이 따로 붙어 있습니다.

그러니 눌러서 낮추는 일과 끝을 내는 일은 성질이 다릅니다. 앞은 벌어지는 일을 줄이는 쪽이고, 뒤는 벌어져야 할 일을 켜는 쪽입니다. 세기가 내려갔다고 해서 치우는 일까지 함께 끝나지는 않습니다.

끝내는 쪽이 제때 켜지지 않으면 부르는 쪽 물질이 계속 만들어집니다. 몰려오는 세포도 그치지 않습니다. 그러면 그 염증은 끝나는 대신 길어집니다.

치우지 못한 것이 다시 부릅니다

치우는 일이 덜 끝나면 죽은 세포와 부스러기가 그 자리에 남습니다. 남은 것이 그대로 다시 신호가 됩니다. 상하거나 죽은 세포에서 흘러나온 조각을 몸은 위험을 알리는 경보로 읽고, 그 조각이 면역의 스위치를 되풀이해 켭니다. 다만 처음만큼 세지 않습니다. 낮은 세기로 오래 이어집니다.

그래서 겉모습이 처음과 다릅니다. 벌겋게 붓지 않고 열도 잘 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쉬어도 피로가 덜 풀리고, 아프던 곳이 작은 자극에도 예민해지고, 무엇을 하든 돌아오는 데 오래 걸립니다.

한 군데에만 머물지도 않습니다. 뚜렷한 상처가 없는 곳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경보를 울리는 것은 상처가 아니라 치우지 못한 채 남아 있는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상태가 이어지면 조직이 아무는 순서까지 흐트러집니다.

세게 눌러도 얼마 지나면 도로 올라오는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눌러서 낮추는 일은 지금 만들어지는 양을 줄이지만, 경보를 울리는 쪽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 스위치는 다시 켜집니다. 염증을 가라앉히는 두 가지 방법에서 이 갈래를 먼저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세게 켜져 있다면 먼저 확인합니다

지금 세게 켜져 있는 몸에서는 순서가 다릅니다. 열이 계속되거나, 관절이 붓고 아프거나, 염증 수치가 뚜렷이 높다면 무엇 때문인지 밝히는 검사가 먼저입니다. 그런 신호가 있으면 내과 진료를 먼저 권해 드립니다. 눌러서 낮추어야 하는 상태와 끝을 못 내고 있는 상태는 다릅니다. 둘을 바꿔 읽으면 시간을 잃습니다.

오래 끄는 몸에서 먼저 보는 것

저는 오래 끄는 몸을 볼 때 세기를 얼마나 낮췄는지보다 경보가 왜 계속 울리는지를 먼저 봅니다. 장이 헐거워져 장 안의 물질이 새고 있는지, 회복할 시간을 못 얻고 있는지, 오래 눌리고 지친 곳이 있는지를 봅니다.

병이 오래되었다는 말은 병이 몸에 자리를 잡았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자리 잡은 몸에서는 세기를 낮추는 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일이 생깁니다.


가라앉은 것과 끝난 것은 그날에는 같아 보입니다. 갈리는 것은 몇 달 뒤입니다. 한쪽은 자국도 없이 지나가고, 한쪽은 벌겋지도 않은 채로 그대로 남습니다.

오래 끄는 병에서 제가 묻는 것은 무엇이 아직 켜져 있는가보다 무엇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가입니다.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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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