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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은 숨을 쉬는 일만 하지 않습니다 — 잠든 동안에도 이어지는 몸의 리듬

〈숨 쉬는 동안 벌어지는 일〉 · 10편 중 1번째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숨 쉬는 일이 산소를 들이는 것 말고도 몸에 영향을 주나요? 호흡은 몸통의 압력 리듬을 만들고 정맥혈이 돌아오는 데 보탬이 되지만, 여러 증상을 호흡 하나로 설명할 수 없으며 갑작스러운 숨참·흉통은 진료가 먼저입니다.

우리는 하루에 약 이만 번 숨을 쉽니다.

왜 숨을 쉬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이렇게 답하십니다. "산소를 들이마시려고요." 맞는 말입니다. 다만 호흡이 하는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한 번의 호흡이 몸통에서 하는 일

횡격막은 가슴과 배를 나누는 근육 막입니다. 숨을 들이쉬면 이 막이 내려갑니다.

그러면 위쪽 가슴 안은 압력이 낮아지고, 아래쪽 배 안은 높아집니다. 한 번의 호흡이 몸통 전체에 압력의 오르내림을 만듭니다.

몸에 압력을 만드는 일은 호흡 말고도 많습니다. 자세와 중력이 있고, 움직임이 있고, 심장의 박동과 장의 연동이 있습니다. 회당 크기로만 따지면 호흡이 앞서지도 않습니다. 어깨를 한 번 크게 움직일 때 배 안에 걸리는 압력이 안정 호흡보다 크다는 측정도 있습니다.

호흡은 세기가 아니라 끊기지 않는다는 점이 다릅니다. 움직임은 가끔이고, 소화는 먹을 때뿐이며, 자세는 방향이 대체로 일정합니다. 호흡은 잠든 순간에도 리듬을 이어 갑니다. 하루 2만 번입니다.

돌아오는 피를 돕는 리듬

심장은 피를 힘차게 밀어냅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피는 사정이 다릅니다.

정맥의 피가 심장으로 돌아오는 데는 여러 힘이 함께 붙습니다. 혈관에 남은 압력이 밀어 주고, 다리 근육이 걸을 때마다 짜 주고, 여기에 호흡이 얹힙니다. 숨을 들이쉬어 가슴 안의 압력이 내려갈 때, 정맥의 피가 심장 쪽으로 조금 더 잘 빨려 올라갑니다.

이것을 호흡 펌프라고 부릅니다. 주역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여러 힘 중 하나인데,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붙는 힘이라는 뜻입니다.

뇌에도 흐름이 있습니다

이 자리가 요즘 연구에서 활발히 다뤄집니다.

뇌와 척수는 뇌척수액에 잠겨 있습니다. 이 액체가 가만히 고여 있지 않고 흐르는데, 그 흐름이 호흡을 따라 움직입니다. 45명을 실시간 MRI로 본 연구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설계입니다. 한국의 전통 호흡 수련을 오래 해 온 분들과 그렇지 않은 분들을 비교했는데, 뇌척수액의 흐름과 잘 맞아떨어진 것은 들숨의 길이와 횡격막이 내려간 거리였습니다.

이 흐름이 뇌의 노폐물을 씻어내는 일까지 하는지는 아직 주로 동물 자료입니다. 사람에게서 확인된 것은 흐름이 호흡을 탄다는 데까지입니다.

자율신경을 켜는 스위치는 아닙니다

숨을 들이쉴 때와 내쉴 때 심박은 미세하게 빨라졌다 느려집니다. 오래전부터 알려진 현상이고, 느리고 깊게 숨을 쉬면 사람의 심장 쪽 미주신경 활동이 올라갑니다.

그렇다고 호흡이 자율신경을 켜고 끄는 스위치는 아닙니다. 미주신경의 긴장도는 호흡 말고 다른 것들이 정하는 몫이 상당히 큽니다. 호흡은 자율신경을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 우리가 의식적으로 손댈 수 있는 몇 안 되는 손잡이 쪽에 가깝습니다. 저는 그 점이 오히려 쓸모 있다고 봅니다.

어깨로 오신 분의 배를 만져 봅니다

가슴만 들썩이는 얕은 호흡이 오래가면, 지금까지 이야기한 리듬이 그만큼 옅어집니다. 목과 어깨도 함께 일합니다. 흔히 "목과 어깨가 횡격막을 대신한다"고 하지만, 정확히는 대신하는 게 아니라 더 많이 쓸 뿐입니다. 사각근 같은 근육은 편히 숨 쉴 때도 원래 일하고 있고, 숨쉬기가 힘들어질수록 흉쇄유돌근까지 동원됩니다.

거꾸로도 봅니다. 배 안이 팽팽하거나 그 언저리가 굳어 있으면 횡격막이 내려갈 자리가 좁아집니다. 그러면 몸은 목과 어깨를 더 씁니다. 숨은 쉬어지지만 몸통의 리듬은 옅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어깨가 아파 오신 분의 배를, 잠이 안 와 오신 분의 횡격막 언저리를 만져 봅니다. 처음 오신 분들은 의아해하십니다. 당연한 반응입니다. (숨이 안 쉬어지는데 검사는 정상이라면)

부종·두통·불면·더부룩함이 얕은 호흡 하나에서 함께 온다고 잘라 말할 근거는 없습니다. 각각 다른 이유로 생길 수 있습니다. 다만 여러 증상을 오래 안고 계신 분에게서 호흡이 얕은 경우를 자주 보고, 그때 호흡을 함께 보면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이건 진료실에서 본 것이고, 아직 그 이상은 아닙니다.

한의학이 오래 말해 온 것

한의학은 오래전부터 기(氣)가 오르내린다고 말해 왔습니다. 위로 치받으면 병이 되고, 아래로 내려가야 편안하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 말을 은유로만 읽지 않습니다.

옛 언어 제가 읽는 방식
기가 오르내린다 호흡이 몸통에 얹는 압력의 리듬
기가 위로 치받는다 리듬이 위쪽에 머물고 아래로 이어지지 않는 상태
숨이 얕고 짧다 횡격막이 덜 내려가 리듬의 폭이 좁아진 상태

옛 사람들이 배와 가슴에 손을 얹고 읽어낸 것에 지금 이름이 붙는 중입니다.

물론 호흡 하나로 몸을 다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몸의 조건은 화학도 대사도 면역도 나란히 정합니다. 호흡은 그 축들 위에 하루 종일 얹히는 리듬이고, 저는 그래서 자주 들여다봅니다. (한약은 무엇을 하는가)

심장이나 폐 자체의 문제로 숨이 차신 경우, 갑자기 숨이 가빠지거나 가슴 통증이 함께 오는 경우는 다른 문제입니다. 진료를 먼저 받으셔야 합니다.


하루 이만 번 반복되는 일입니다. 세기로 이기는 것이 아니라 횟수로 쌓이는 쪽입니다.

여러 증상을 오래 안고 계시다면, 그중 하나쯤은 이 리듬과 닿아 있을 수 있습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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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