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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 동안 뇌를 씻는 물길이 있습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잠은 쉬는 시간만이 아니라 뇌를 씻는 시간입니다. 자는 동안 뇌세포 사이 틈이 넓어져 뇌척수액이 노폐물을 씻어 냅니다. 잔 시간은 채웠는데 청소가 밀리면 아침이 무겁습니다.

잠을 왜 자느냐고 물으면 대개 "쉬려고" "피곤해서"라고 답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잠에는 쉬는 것 말고 한 가지 일이 더 있습니다. 자는 동안 뇌는 스스로를 씻습니다.

저는 아무리 자도 아침이 개운치 않다는 분들에게, 이 '씻는 일'을 함께 봅니다.

낮에는 못 하고 밤에 하는 청소가 있습니다

뇌도 하루 종일 일하면 노폐물이 쌓입니다. 그런데 뇌에는 몸의 다른 곳처럼 노폐물을 걷어 가는 굵은 관(림프관)이 거의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치울까요.

밤에, 잠들면 뇌세포들이 조금씩 오그라들어 세포 사이 틈이 넓어집니다. 그 넓어진 틈으로 맑은 물 — 뇌척수액 — 이 흘러 들어와 노폐물을 씻어 냅니다. 낮에 깨어 있을 때는 이 틈이 좁아 물이 잘 흐르지 못하다가, 잠들어야 비로소 길이 열리는 것입니다. 뇌를 씻는 이 물길을 글림프 시스템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잠은 단순히 멈춰 쉬는 시간이 아니라, 낮에 못 한 청소를 하는 시간입니다. 깊은 잠일수록 이 청소가 잘 됩니다.

청소가 밀리면 아침이 무겁습니다

이렇게 보면, 자고 나도 개운치 않은 일이 다르게 읽힙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정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물길은 동물에서 비교적 뚜렷하게 관찰됐지만, 사람에게서 그것을 직접 재는 방법은 아직 마땅치 않습니다. 그러니 아래는 확정된 사실이라기보다 지금까지의 근거로 가능한 설명입니다.

잠이 얕거나 자주 깨면, 뇌세포 사이 틈이 충분히 열리지 못해 청소가 밀리는 것으로 봅니다. 잠든 시간은 채웠는데 씻는 일은 덜 된 것입니다. 그러면 다음 날 머리가 무겁고, 맑지 않고, 개운치 않습니다. "일곱 시간을 잤는데 왜 이렇게 찌뿌둥하냐"는 물음이 여기서 나옵니다. 잔 시간의 길이만이 아니라, 그 안에서 청소가 얼마나 됐느냐가 아침의 개운함을 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분께 "몇 시간 잤나"보다 "어떻게 잤나"를 먼저 묻습니다. 자주 깨는지, 깊이 못 드는지, 자는 동안 숨이 고른지. 청소가 잘 되는 잠인지를 봅니다.

잔 시간이 씻긴 정도를 말해 주지는 않습니다

수면을 재는 검사는 대개 잔 시간과 잠의 단계를 봅니다. 그런데 그 잠 동안 뇌를 얼마나 씻어 냈는지까지 알려 주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검사상 잠은 괜찮다는데 아침이 늘 무겁다"는 일이 생깁니다. 잠의 시간과 잠의 청소는 겹치되 같은 것이 아닙니다.

다만 낮에 참기 힘들 만큼 졸리거나, 자는 동안 숨이 자주 멎는다는 말을 듣거나, 코골이가 심하다면 — 그것은 이 이야기를 넘어선 신호일 수 있습니다. 수면과 호흡을 확인하는 검사가 먼저입니다.


우리는 잠을 게으름이나 낭비로 여기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에 뇌는 낮 동안 쌓인 것을 조용히 씻어 내고 있습니다.

자고 나도 개운치 않은 아침은, 게으르게 잔 탓이 아니라 밤의 청소가 밀렸다는 몸의 보고서일 수 있습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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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