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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은 왜 사람마다 다르게 짓습니까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의료 감수 허지영 대표원장

"같은 증상인데, 저랑 저희 어머니 약이 왜 달라요?"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같은 병명을 받았고, 같은 곳이 아프고, 같은 한의원에 왔는데 약이 다릅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한약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 들어가느냐만이 아니라, 그것을 누구에게 어떻게 쓰느냐라는 이야기입니다.

약은 스위치를 누릅니다

약은 몸의 어떤 스위치를 누릅니다.

그런데 그 스위치가 이 사람에게 지금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이미 켜져 있어서 더 누르면 안 되는 것인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소화가 약한 분과 튼튼한 분, 혈압이 높은 분과 낮은 분, 잠을 못 자는 분과 잘 자는 분 — 같은 증상을 말씀하셔도 눌러야 할 스위치가 다릅니다. (같은 병인데 왜 사람마다 다르게 치료할까)

그래서 저는 같은 증상에도 다른 약을 짭니다. 이건 까다롭게 굴려는 것이 아니라, 스위치를 보지 않고 누르면 좋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약재도 방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몸을 덥히고 위로 올리는 방향의 약재가 있습니다. 기운이 가라앉아 있는 분께는 이것이 정확히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미 위로 떠서 얼굴이 달아오르고 잠이 얕아진 분께 같은 것을 드리면, 가고 있던 방향을 한 번 더 미는 셈이 됩니다. 답답하고, 열이 오르고, 잠이 더 안 옵니다.

같은 약재가 한 사람에게는 맞고 다른 사람에게는 덜 맞는 것 — 저는 이것을 기분 탓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 몸에 지금 그 방향이 필요했느냐 아니냐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건 그 사람을 봐야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제가 하는 일이 그 자리에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부터 정합니다

제가 처방을 짜기 전에 정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 이 몸에 필요한 일이 되돌리는 쪽인가, 지키는 쪽인가.

흐트러진 상태를 되돌려야 할 때는 작용이 분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분명한 만큼 경계도 함께 생기니, 필요한 만큼만 쓰고 물러납니다. 시작할 때 끝을 함께 잡아 두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약을 언제 끊어야 하는가)

지금 상태를 지켜야 할 때는 성격이 다릅니다. 부드럽게, 오래, 넓은 안전 범위 안에서 갑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시기에 따라 이쪽이었다 저쪽이었다 합니다. 그 자리를 읽고 방향을 정하는 것이 제 첫 단추입니다.

'천연이라 안전하다'는 말에 대하여

하나 짚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천연이라는 말이 곧 안전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자연에는 독도 있습니다. 아주 강한 독일수록 자연에서 옵니다.

성분이 자연에서 왔는지 실험실에서 왔는지는 안전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안전을 정하는 것은 무엇이 얼마나, 누구에게, 얼마 동안 들어가는가입니다. 제가 짓는 약도 같은 잣대 위에 있고, 그래서 양과 기간을 정해 두고 씁니다.

그래서 첫 진료에서 물어봅니다

"요즘 챙겨 드시는 것이 있으면 알려 주세요."

방향이 겹치면 의도한 것보다 세지고, 반대로 상쇄되면 약이 듣지 않는데 왜 안 듣는지 제가 알 수 없게 됩니다. 미리 알면 그만큼 맞춰 짤 수 있습니다.

혈액을 묽게 하는 약, 혈압약, 당뇨약을 드시는 분은 특히 알려 주십시오. 함께 볼 것이 있습니다. (한약과 양약을 같이 먹어도 될까)

그리고 무엇을 드시든, 드신 뒤 두드러기나 숨참, 얼굴이 붓는 반응이 오거나 눈·피부가 노래진다면 멈추고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재료를 고르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어려운 것은 이 몸에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를 읽는 쪽입니다.

같은 증상에도 다른 약이 나가는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그 사람을 보고, 방향을 정하고, 필요한 만큼만 쓰고 물러나는 것 — 제가 하는 일은 그것입니다.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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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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