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병인데 왜 사람마다 다르게 치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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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친구도 같은 병인데 다른 약을 먹더라고요. 왜 그런가요?"
한의원에서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 한의학은 그저 "사람마다 대충 다르게 짓는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오늘은 그 이유를 정확히 말씀드리려 합니다.
병명은 무엇을 말해 주는가
병명은 현재 나타나는 모습에 붙인 이름입니다.
"불면증"은 잠을 못 잔다는 뜻입니다. 왜 못 자는지는 말해 주지 않습니다.
"만성통증"은 오래 아프다는 뜻입니다. 어디서부터 아파졌는지는 말해 주지 않습니다.
병명은 결과의 이름입니다. 치료는 원인에 하는 것입니다.
몸의 환경을 이루는 축들
저는 몸을 이렇게 봅니다. 병은 부품이 망가져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환경이 달라져서 생깁니다.
그리고 그 환경은 여러 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축 | 무엇을 다루나 |
|---|---|
| 물리적 축 | 장력, 응력, 압력 — 조직에 걸리는 힘 |
| 시간 축 |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오래 — 속도와 누적 |
| 화학적 축 | 효소, 산-염기, 이온과 전해질 |
| 대사 축 |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일 |
| 면역 축 | 장 점막의 면역이 전신의 기준선을 정한다 |
| 분자 인식 축 | 신호를 주고받는 수용체의 민감도 |
| 신경계 축 | 자율신경과 통증 회로 |
| 순환 축 | 들어오고 나가는 흐름 |
| 내분비 축 | 조절 호르몬 |
이 축들 사이에 위아래는 없습니다.
제 글을 오래 읽으신 분은 제가 압력을 자주 이야기하는 것을 아실 겁니다. 그래서 제가 몸을 압력으로만 본다고 오해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압력은 물리적 축의 한 갈래일 뿐이고, 물리적 축은 여러 축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그래서 같은 병이 다르게 시작됩니다
같은 "만성 피로"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어떤 분은 면역 축에서 시작합니다.
장 점막의 면역이 오래 흥분해 있었습니다. 흡수가 무너졌고, 재료가 들어오지 않으니 에너지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이분에게는 설사나 소화 장애가 함께 있습니다. 손대야 할 곳은 장입니다.
어떤 분은 신경계 축에서 시작합니다.
몇 년째 긴장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잠이 얕고, 사소한 일에 놀라고, 늘 경계 태세입니다. 몸은 쉬어 본 적이 없습니다. 손대야 할 곳은 신경입니다.
어떤 분은 물리적 축에서 시작합니다.
호흡이 얕습니다. 굳은 흉곽과 부푼 배 때문에 횡격막이 내려가지 못합니다.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균형이 흔들립니다. 손대야 할 곳은 호흡과 배입니다.
어떤 분은 시간 축이 결정합니다.
같은 자극이라도 몇 달에 걸쳐 서서히 쌓인 것과, 한 번에 크게 받은 것은 다릅니다. 몸이 대비할 시간이 있었는지가 결과를 가릅니다.
네 분 모두 진단명은 "만성 피로"입니다. 그런데 치료해야 할 자리는 완전히 다릅니다.
하나가 무너지면 나머지가 따라옵니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축은 서로 붙어 있습니다. 하나가 무너지면 나머지가 연쇄로 흔들립니다.
오래된 설사를 예로 들면 이렇습니다.
면역 축이 흔들린다 (장 점막이 계속 경계 태세)
↓
흡수가 무너진다
↓
대사 축이 주저앉는다 (에너지를 못 만든다)
↓
순환 축이 좁아진다 (손발까지 갈 여유가 없다)
↓
내분비 축이 소모된다 (버티느라 코티솔을 다 쓴다)
이때 환자분이 호소하는 것은 대개 맨 아래입니다. "손발이 차고 아침에 못 일어난다."
그런데 손발을 덥히고 부신에 좋다는 것을 드시면 어떻게 될까요. 맨 위가 그대로인 한 아래는 다시 무너집니다.
어느 축이 먼저 무너졌는지 읽는 것 — 그것이 진료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묻습니다
진료실에서 제가 병명 대신 여쭙는 것들입니다.
"언제부터입니까?" — 시간 축을 봅니다. 얼마나 오래, 얼마나 빨리 나빠졌는지.
"무엇을 하면 나아지고 무엇을 하면 심해집니까?" — 먹으면 심해지는지, 움직이면 나아지는지. 여기서 축이 갈립니다.
"이것 말고 다른 데는 어떻습니까?" — 잠, 소화, 대변, 땀. 관계없어 보이는 것들이 같은 축에서 나옵니다.
"이 병 전에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 무너지기 시작한 지점을 찾습니다.
병명만 듣고 약을 짓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친구분과 같은 병명이라도, 두 분의 몸에서 먼저 무너진 축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진단명은 필요 없는가
아닙니다. 반드시 필요합니다.
먼저 가려야 할 병들이 있습니다. 종양, 감염, 자가면역, 심장과 혈관의 병. 이것들은 "축을 읽는"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진단과 그에 맞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저는 그것을 가려낸 뒤에 제 자리를 찾습니다. 검사에서 큰 이상이 없는데 오래 힘드신 분 — 거기가 제가 맡는 자리입니다.
병명이 없다는 말은 병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아직 이름 붙일 만큼 망가지지 않았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환경이 달라졌을 뿐, 부품은 아직 멀쩡한 상태 말입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되돌릴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지금까지 말씀드린 "축"이라는 틀은 교과서에 나오는 분류가 아닙니다. 제가 오랜 임상에서 관찰한 것을 현대 생리학의 언어로 정리한 것입니다.
각각의 축은 확립된 생리입니다. 장 점막의 면역이 전신 면역에 영향을 준다는 것, 흡수가 무너지면 대사가 흔들린다는 것, 자율신경이 순환을 조절한다는 것 모두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다만 이것들을 "축"으로 묶어 어느 것이 먼저 무너졌는지 읽는 방식은 제 해석입니다. 진리로 주장하지 않습니다. 더 나은 설명이 나오면 바꿀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 틀로 설명되지 않는 병도 많습니다. 한약이 도울 수 없는 것은 도울 수 없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환자분께 드릴 수 있는 최소한의 정직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친구는 다른 약을 먹던데요"라는 말씀에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같은 이름의 병이지만, 두 분의 몸이 무너진 순서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물어야 할 것은 "무슨 병입니까"가 아니라 "제 몸은 어디서부터 무너졌습니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