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농증이 유독 잘 낫지 않는 이유
목차
"항생제를 몇 번이나 먹었는데 또 재발해요."
축농증으로 오래 고생하신 분들이 자주 하시는 말씀입니다. 약을 먹을 때는 좋아지는데, 끊으면 다시 시작됩니다. 계절이 바뀌면 어김없이 돌아옵니다.
저는 이것이 약이 약해서가 아니라, 축농증이라는 병의 구조 때문이라고 봅니다.
비염과 축농증은 다른 병입니다
코가 막히고 콧물이 나는 것은 비슷합니다. 그래서 많은 분이 둘을 같은 병의 정도 차이로 여기십니다.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비염은 열린 공간의 문제입니다. 콧속 점막이 예민해져 붓고 분비물이 늘어납니다. 공간 자체는 밖으로 열려 있으니, 부기가 가라앉으면 흐름이 회복됩니다.
축농증은 닫힌 공간의 문제입니다. 부비동(副鼻洞)은 코 옆의 뼈 속에 있는 빈 방입니다. 이 방은 아주 좁은 통로 하나로만 코와 연결됩니다.
이 차이가 모든 것을 바꿉니다.
닫힌 방에서 벌어지는 일
부비동의 출구가 붓거나 막히면, 방 안에서 순서대로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좁은 출구가 붓는다
↓
분비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고인다
↓
방 안의 압력이 올라간다
↓
산소가 부족해지고, 환경이 산성으로 기운다
↓
점막의 청소 기능(섬모)이 멈춘다
↓
세균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 된다
↓
염증이 더 심해져 출구가 더 붓는다 ← (되돌아감)
이 고리가 스스로 돌아갑니다. 막혀서 고이고, 고여서 더 막힙니다.
항생제는 이 고리 안의 세균을 줄여 줍니다. 그래서 좋아집니다. 그런데 닫힌 공간의 압력과 막힌 출구는 그대로입니다. 약을 끊으면 고리는 다시 돌기 시작합니다.
섬모 — 코가 스스로 청소하는 장치
부비동 점막에는 아주 작은 털들이 있습니다. 섬모라고 합니다. 이 섬모들이 한 방향으로 물결치듯 움직이며, 점액을 출구 쪽으로 밀어냅니다.
건강한 코는 이렇게 스스로를 청소합니다. 항생제가 하는 일보다 이 섬모가 하는 일이 훨씬 큽니다.
문제는 이 섬모가 예민하다는 점입니다. 압력이 높아지고 산소가 부족해지면 섬모는 움직임을 멈춥니다. 점액이 너무 끈끈해져도 밀어낼 수 없습니다.
즉 축농증에서 진짜로 무너진 것은 세균과의 싸움이 아니라 배출 기능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목표로 하는가
이 관점에 서면 치료의 목표가 달라집니다. 저는 세 가지를 봅니다.
첫째, 방 안의 압력을 낮춥니다. 고인 것을 빼내야 출구가 열립니다.
둘째, 점액을 묽게 합니다. 끈끈한 점액은 섬모가 아무리 움직여도 밀리지 않습니다. 분비를 줄이면서 흐름은 살려야 합니다.
셋째, 섬모를 다시 움직이게 합니다. 압력이 내려가고 산소가 돌아오면 섬모는 다시 일합니다. 청소 기능이 돌아오면 세균은 자연히 줄어듭니다.
세균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세균이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되돌리는 것. 저는 이것이 축농증에서 더 근본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몸은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갑니다.
부비동의 압력만 따로 떼어 볼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몸은 하나로 연결된 유체이고, 압력은 전달됩니다.
배 안의 압력이 높으면 가슴 안의 압력에 영향을 주고, 그것은 다시 머리와 목의 정맥이 빠져나가는 흐름에 영향을 줍니다. 머리에서 피가 잘 빠져나가지 못하면, 코 점막은 붓기 쉬운 상태로 유지됩니다.
축농증으로 오신 분의 배를 만져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처음 오신 분들은 의아해하십니다. 코가 문제인데 왜 배를 보느냐고요.
출구가 좁아진 것도 문제지만, 그 방으로 계속 물이 밀려드는 것도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약은 이 지점에서 작동합니다
축농증에 제가 쓰는 처방들은 대개 이 세 방향을 함께 겨냥합니다.
- 배 안의 압력을 낮춰, 위쪽으로 전달되는 압력을 줄이고
- 점막의 과한 분비를 가라앉히되, 섬모의 움직임은 살리고
- 고여서 나가지 못하는 것을 배출되는 방향으로 돌립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처방들이 코를 직접 겨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배와 몸통의 압력을 다루는 약들이 코에 듣습니다. 처음 이 결과를 보았을 때 저 역시 놀랐고, 왜 그런지를 오래 생각했습니다. 지금 제가 도달한 설명이 위의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 정직하게
축농증은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분명히 있습니다. 출구가 구조적으로 막혀 있거나, 물혹이 자랐거나, 오래되어 점막이 되돌릴 수 없이 변한 경우입니다. 그런 신호가 보이면 저는 이비인후과 진료와 영상 검사를 먼저 권해 드립니다. 급성으로 열이 나고 얼굴이 심하게 아픈 경우에도 항생제가 먼저입니다.
또한 여기서 말씀드린 압력과 배출의 설명은, 제가 임상과 공부를 통해 세운 관점입니다. 부비동의 산소 부족과 섬모 기능 저하는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몸통의 압력과 코를 연결하는 부분은 아직 제 해석의 영역이 더 큽니다. 저는 그 둘을 구분해서 말씀드립니다.
다만 항생제를 반복해도 재발한다면, 죽이는 것 말고 다른 목표가 필요합니다. 고인 것이 빠져나갈 길을 여는 일 — 축농증을 다루는 제 진료는 거기서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