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건강정보
칼럼 읽는 데 약 3분 최종 수정

더위에 익숙해지는 일과 추위에 익숙해지는 일은 하나입니다

〈계절이 바뀔 때 몸이 하는 일〉 · 6편 중 6번째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환절기만 되면 유독 지치고 몸이 무거우신가요. 몸은 계절마다 새 장치를 꺼내지 않습니다. 같은 조절 장치의 설정을 옮길 뿐입니다. 그 옮기는 데 열흘 남짓 걸리고, 환절기의 불편은 대개 그 사이에 있습니다.

여름이 되면 처음 며칠이 제일 힘듭니다. 그러다 어느새 같은 더위가 견딜 만해집니다. 겨울도 그렇습니다. 첫 추위가 유난히 시리다가, 한 달쯤 지나면 같은 기온이 덜 사납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적응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몸이 여름용 장치와 겨울용 장치를 따로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장치의 설정을 옮기는 것입니다.

몸은 설정을 옮깁니다

몸이 더위에 익숙해지는 동안 실제로 벌어지는 일은 몇 가지입니다.

땀이 더 이른 시점에 나기 시작합니다. 예전 같으면 몸이 더 뜨거워져야 나던 땀이, 조금만 올라도 나옵니다. 피부 쪽 혈관도 더 이르게 열립니다. 그리고 혈액의 물 몫이 늘어나 순환에 여유가 생깁니다. 열흘 남짓 이어서 겪으면 이 변화들이 자리를 잡고, 심박수도 낮아집니다.

추위에 익숙해지는 일도 방향만 반대일 뿐 같은 구조입니다. 열을 내보내는 역치가 뒤로 밀리고, 손발 쪽으로 가는 몫이 조절되고, 열을 만드는 쪽이 조금 부지런해집니다.

두 계절에 다른 장치가 동원되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조절 장치가 어느 쪽으로 맞춰져 있느냐가 다를 뿐입니다.

그래서 환절기는 「옮기는 중」입니다

이렇게 보면 환절기가 왜 유난한지도 달리 읽힙니다.

환절기의 몸은 고장 난 몸이 아니라 설정을 옮기는 중인 몸입니다. 옮기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여름 설정으로 맞춰 둔 몸에 갑자기 찬 공기가 오면, 아직 여름 쪽에 맞춰진 장치로 가을을 지내야 합니다. 그 며칠에서 몇 주가 불편합니다.

그리고 옮기는 폭이 클수록, 옮길 시간이 짧을수록 힘듭니다. 하루 사이에 기온이 십 도 넘게 오르내리는 날들이 특히 그렇습니다. 몸이 한쪽으로 맞추자마자 반대쪽을 요구받으니까요.

안정 상태에서 시행한 검사는 옮기는 중을 잡지 않습니다

여기서 4부의 이야기와 만납니다.

검사는 대개 편안한 실내에서, 한 번, 안정된 상태로 잽니다. 그 조건에서 몸은 이미 그 방 온도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러니 설정을 옮기느라 애쓰고 있는 그 상태는 검사지에 잘 남지 않습니다.

그래서 "환절기만 되면 이런데 검사는 늘 정상"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검사가 놓친 것이 아니라, 검사를 받는 조건이 이미 그 문제를 빼고 있는 것입니다.

옮기는 폭을 줄여 드리는 쪽을 봅니다

진료실에서 저는 이런 분께 "계절을 타는 체질"이라고만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얼마나 급하게 옮기고 계신지를 봅니다.

옮기는 일 자체는 몸이 합니다. 다만 그 폭과 속도는 조금 손댈 수 있습니다. 실내와 바깥의 차이를 좁히고, 하루 중 가장 차거나 더운 때를 피하고, 옷을 한 번에 갈아입기보다 겹쳐 조절하는 식입니다. 환절기에 유난히 힘드셨던 분은 다음 환절기가 오기 전에 준비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만 계절과 상관없이 숨이 차거나, 가슴이 조이거나, 열이 오르내리며 체중이 준다면 — 그것은 계절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원인을 찾는 검사가 먼저입니다.


몸은 계절마다 새것을 배우지 않습니다. 갖고 있던 하나를 여름 쪽으로, 겨울 쪽으로 옮길 뿐입니다.

환절기에 유독 힘드시다면 그것은 몸이 약해서가 아니라, 지금 설정을 옮기는 중이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옮기고 나면 같은 날씨가 견딜 만해집니다.

이어지는 이야기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진료가 필요하신 경우

이 글이 자기 얘기 같으셨습니까?

진료 시간을 바로 고르시거나, 오시기 전에 여쭙고 싶은 것을 먼저 보내실 수 있습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