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유난히 못 일어난다면
짧은 답
충분히 자도 아침에 너무 못 일어나면 무엇부터 확인해야 할까요? 생활 리듬뿐 아니라 빈혈·갑상선·당뇨·수면무호흡·기분 변화처럼 먼저 검사할 원인이 있습니다.
목차
"자도 잔 것 같지가 않아요. 아침이 제일 힘듭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은 대개 오후가 되면 조금 나아집니다. 아침에 겨우 일어나 몸을 끌고 나가지만, 저녁 무렵에는 오히려 정신이 맑아집니다.
그러다 밤늦게까지 깨어 있습니다. 다음 날 아침은 또 힘듭니다.
아침에 일어나게 하는 것
우리 몸에는 아침을 준비하는 장치가 있습니다.
자정 무렵 바닥을 친 코티솔이 잠의 후반부부터 서서히 올라갑니다. 눈을 뜨기 두세 시간 전에 이미 혈당을 올려 두고, 혈압을 올려 두고, 염증을 눌러 둡니다. 몸이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미리 해 두는 것입니다.
그리고 깨고 나서 30~40분 사이에 한 번 더 치솟습니다. 이것은 앞의 완만한 상승과는 다른 현상이라 따로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눈을 뜨는 일 자체가 방아쇠가 되는, 하루를 여는 짧은 박차입니다.
그래서 코티솔은 아침에 높고 밤에 낮습니다. 그 오르내림이 곧 하루의 리듬입니다.
아침이 유난히 힘든 분들은, 이 아침의 언덕이 낮습니다. 밤낮의 차이가 줄어 곡선이 평평해진 모양입니다.
왜 평평해지는가
"호르몬이 바닥났다"는 쪽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곡선이 평평해진 분들의 하루 총량을 재 보면 대개 모자라지 않습니다. 바닥난 것이 아니라 하루 중 어디에 쓰느냐가 달라진 쪽에 가깝습니다.
코티솔의 양을 정하는 것은 부신 혼자가 아닙니다. 뇌가 신호를 내리고, 부신이 그에 응하고, 나온 코티솔이 다시 뇌에 되먹임을 주는 — 오르내림을 만드는 조절 회로 전체가 관여합니다. 여기에 조직이 코티솔 신호를 얼마나 잘 받아들이는가도 얹힙니다.
이 회로의 모양을 바꾸는 것들이 있습니다.
- 몸속 어딘가에서 염증이 오래 이어질 때
- 오래된 설사나 소화 장애로 흡수가 무너져 있을 때
- 잠이 오래 부족했을 때
- 긴장이 몇 년째 계속되었을 때
- 심한 병을 앓고 난 뒤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밤에 충분히 내려가지 않고, 그만큼 아침에 올라올 자리도 낮아집니다. 바닥이 높아지면 언덕이 낮아 보이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은 게으름이 아닙니다. 오래 버텨 온 몸의 흔적입니다.
리듬이 흐트러진 쪽의 얼굴
- 아침에 못 일어난다. 오후에 오히려 낫다
- 자고 나도 개운하지 않다
- 저녁이 되면 정신이 맑아져 밤을 놓친다
- 스트레스 상황에서 예전처럼 버티지 못한다
특히 마지막이 중요합니다. 예전에는 견디던 일을 지금은 견디지 못하는 것. 몸의 여유가 사라졌다는 뜻입니다.
다만, 먼저 가려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아침 피로는 흔합니다. 그리고 그중에는 검사로 금방 확인되는 것이 섞여 있습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나 빈혈, 당뇨는 피 한 번 뽑으면 나옵니다. 코를 심하게 골거나 자다 숨이 멎는다는 말을 들으셨다면 수면 쪽을 봐야 하고, 흥미가 사라지고 기분이 가라앉는 것이 함께 온다면 그쪽도 살펴야 합니다. 이럴 때는 검사를 먼저 권해 드립니다. 그것이 순서입니다.
그리고 드물게는 부신 자체의 병인 경우가 있습니다. 아침 피로에 다른 증상이 여럿 겹쳐 있다면 그쪽도 확인하고 넘어갑니다.
감초 하나만 짚고 가겠습니다
기운을 낸다는 이유로 감초를 오래 드시는 경우가 있어 한 가지만 말씀드립니다.
감초는 코티솔이 꺼지는 것을 막아 그 작용을 늘리는 쪽으로 일합니다. 잠깐 힘이 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칼륨을 내보내고 나트륨과 물을 붙잡습니다. 오래 많이 드시면 붓고, 혈압이 오르고, 심하면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집니다.
효과와 부담이 같은 자리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양과 기간을 정해 두고 쓰면 되는 약재이고, 정하지 않고 오래 드시면 부담이 되는 약재입니다. (한약에도 부작용이 있습니다 — 감초 이야기)
밀어붙이지 않고 순서를 지킵니다
이런 분께는 몸을 밀어붙이지 않습니다. 밀어붙일 여력이 없는 몸이기 때문입니다.
지친 조절 장치에 강한 자극을 주면 오히려 탈이 납니다.
그래서 순서를 지킵니다.
첫째, 계속 꺼내 쓰게 만드는 원인을 찾습니다. 오래된 염증인지, 흡수의 문제인지, 잠인지. 수도꼭지를 잠그기 전에 물을 퍼내는 일은 소용이 없습니다.
둘째, 흡수와 대사가 잘 돌아가는지 확인합니다. 만들 재료가 들어와야 합니다.
셋째, 밤의 리듬을 되돌립니다. 밤에 코티솔이 충분히 내려가야 아침에 올라옵니다. 아침을 고치려면 밤부터 고쳐야 합니다.
넷째, 그제야 낮의 활동을 조금씩 늘립니다. 회복된 만큼만.
오늘부터 해 보실 수 있는 것
아침 햇빛을 보십시오. 일어나서 10분이면 됩니다. 몸의 시계는 빛으로 맞춰집니다.
저녁에 밝은 화면을 줄이십시오. 밤에 코티솔이 내려가야 아침에 올라옵니다.
밤 11시 전에 누우십시오. 저녁에 정신이 맑아진다고 그때 일을 하시면, 몸은 밤을 낮으로 착각합니다.
아침을 거르지 마십시오. 적어도 무언가는 드십시오.
운동은 회복된 만큼만. 지친 몸에 강한 운동은 자극이 아니라 부담입니다. 짧은 산책부터 시작하십시오.
코티솔은 아침에 높고 밤에 낮은 리듬을 갖습니다. 오래된 염증과 수면 부족은 그 리듬을 평평하게 만듭니다.
검사에 안 잡히는데도 실제로 힘드신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그 힘듦에 이름부터 붙이면 정작 찾아야 할 원인 — 염증인지, 흡수인지, 잠인지 — 을 놓칩니다. 이름보다 원인이 먼저입니다.
한약이 이 리듬에 어느 만큼 작용하는지는 아직 사람에게서 밝혀지는 중입니다.
아침에 못 일어나는 것을 두고 의지가 약하다는 말을 들으셨다면, 그 말을 믿지 마십시오.
몸이 오래 버텨 왔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무엇 때문에 그렇게 오래 버텨야 했는지부터 찾아야 합니다.
참고한 자료
- 코티솔은 자정 무렵 바닥을 지나 잠의 후반부에 급히 올라 이른 아침에 정점을 찍고 낮 동안 내려간다 — Endocrine Reviews, 2017
- 코티솔의 하루 기울기가 평평할수록 건강 지표가 나빴고, 그 관련이 특히 뚜렷한 곳이 면역·염증 지표였다 (80편·36,823명) — Psychoneuroendocrinology, 2017
- 3,470편을 검색해 58편을 살핀 고찰 — '부신 피로'라는 이름의 상태를 코티솔 측정으로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결론짓습니다 — BMC Endocrine Disorders, 2016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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