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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2026년 7월 11일

혈압이 잴 때마다 다르다면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의료 감수 허지영 대표원장

"혈압이 잴 때마다 달라요. 어느 날은 150인데 어느 날은 110입니다."

이런 분들이 많으십니다. 병원에서 재면 높고 집에서 재면 정상입니다. 긴장하면 오르고, 푹 자고 나면 내려갑니다. 그래서 약을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늘 애매합니다.

저는 이렇게 잴 때마다 튀는 혈압을, 수치가 늘 높은 고정된 고혈압과 다르게 봅니다. 고정된 고혈압이 혈관이 뻣뻣해지고 조절점 자체가 올라간 상태라면, 튀는 혈압은 혈압을 조절하는 균형이 예민하게 흔들리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무엇이 혈압을 튀게 하는가

혈압은 심장의 힘, 혈관의 긴장도, 혈액의 양이 매 순간 맞물려 만들어지는 값입니다. 이 값을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것이 자율신경입니다. 자율신경이 예민하게 곤두서 있으면, 작은 자극에도 혈관이 확 조여지고 혈압이 튀어 오릅니다.

제가 이런 분들에게서 자주 보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긴장, 얕고 잦은 호흡, 부족한 잠, 식후의 더부룩함 같은 것들입니다. 언뜻 혈압과 상관없어 보이는 이 조건들이 겹치면, 교감신경이 과하게 흥분하고 혈관의 긴장이 올라갑니다. 그래서 혈압은 컨디션에 따라 출렁이는 값이 됩니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확립된 이야기입니다. 교감신경 항진과 혈관 내피의 기능 저하가 혈압 변동에 관여한다는 것은 여러 연구가 지지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제 해석입니다. 저는 튀는 혈압을 '혈압 문제'가 아니라 몸이 긴장에서 잘 못 빠져나오고 있다는 신호로 읽습니다. 혈관 하나만 보아서는 잡히지 않고, 그 혈관을 조이게 만든 상류의 긴장 — 호흡과 자율신경, 수면 — 을 함께 다루어야 값이 안정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무엇을 하는가

저는 혈압계 숫자보다 혈압을 튀게 만드는 조건을 먼저 봅니다.

숨이 얕고 잦은지, 잠들고 나서도 몸이 긴장을 놓지 못하는지, 식후에 유독 증상이 심해지는지를 살핍니다. 이 조건들을 하나씩 눕히면, 튀는 폭 자체가 줄어듭니다. 산봉우리처럼 솟던 혈압이 완만한 언덕이 됩니다. 진료실을 떠난 시간에도 몸의 긴장을 낮춰 이 조절을 돕는 것 — 한약이 맡는 자리가 여기입니다.

병원에 먼저 가야 하는 경우

여기서 오해가 없어야 합니다. 이미 고혈압을 진단받고 약을 드시는 분은, 제 말을 이유로 약을 임의로 끊으시면 안 됩니다. 혈압약의 조정은 반드시 처방하신 선생님과 상의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혈압이 갑자기 아주 높이 치솟으면서 심한 두통, 가슴 통증, 시야 이상, 한쪽 마비가 함께 온다면 지체 없이 응급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이것은 조절의 문제가 아니라 응급 상황입니다.

저는 튀는 혈압이 모두 긴장 탓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신장, 갑상선, 부신, 호르몬 문제가 숨어 있을 수 있고, 이런 것들은 먼저 검사로 걸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혈압이 잴 때마다 다르다는 것은, 몸이 아직 스스로 조절하려 애쓰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조절점이 완전히 무너지기 전에 균형을 도우면, 그 애씀을 오래 지켜 드릴 수 있습니다. 숫자 하나에 놀라기보다, 왜 그 숫자가 흔들리는지를 함께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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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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