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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을 먹으면 신장이 나빠진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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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감수 허지영 대표원장

"한약 먹으면 콩팥 망가진다던데요."

간에 대한 오해는 앞서 다뤘습니다. (한약은 간에 나쁘다는 말, 어디서 왔을까) 오늘은 신장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간과 다릅니다. 신장 쪽에는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감추지 않고 말씀드리는 편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

1990년대 초 벨기에에서, 체중 감량 목적으로 약을 복용한 여성들에게서 신부전이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적지 않은 분들이 투석이나 신장이식까지 갔고, 확인된 환자는 나중에 백 명을 넘었습니다.

원인을 추적한 결과, 써야 할 약재가 이름이 비슷한 다른 약재로 바뀌어 들어간 것이 드러났습니다. 한자 이름을 나눠 쓰는 탓에 생긴 일이었습니다. 그 약재에는 아리스톨로킥산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 성분은 신장의 세뇨관을 망가뜨리고 섬유화를 일으키며, 이후 요로계 암과의 연관성까지 확인되었습니다 — 예방적 수술을 받은 39명 중 18명에게서 요로상피암이 발견되었습니다. 국제암연구소는 이 물질을 1군 발암물질(사람에게 발암성이 있음)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논쟁 중인 이야기가 아니라 확립된 사실입니다. 한의학을 하는 사람이 부인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되었나

이 사건 이후 각국은 해당 성분을 함유한 약재를 규제했습니다. 미국이 2001년, 대만과 홍콩이 2003~2004년, 중국이 2004년, 우리나라가 2005년, 유럽연합이 2011년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5년 6월 1일 식약청이 아리스톨로킥산을 함유한 청목향과 마두령의 제조·수입·판매·사용을 전면 중지시켰고, 같은 해 이 약재들은 한약재 공정서에서 삭제되었습니다. 벨기에 사건의 원인이었던 광방기, 그리고 관목통도 국내에서 쓸 수 없습니다.

그러니 그 사건은 "한약이 신장을 망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특정 성분이 신장을 망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실제로 발칸 지역에서는 한약과 아무 상관없이, 밀밭에 섞여 자란 같은 식물이 밀가루에 들어가 같은 병을 일으킨 것이 밝혀졌습니다. 문제는 한약이라는 범주가 아니라 그 성분입니다.

그래도 살펴야 할 것은 남습니다

그 약재가 퇴출되었다고 해서 이야기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신장에 부담이 될 수 있는 경로가 몇 가지 더 있고, 저는 그것을 보고 씁니다.

첫째, 감초입니다. 감초는 가장 흔하고 순하다고 알려진 약재지만, 지나치면 몸이 나트륨과 물을 붙잡고 칼륨을 내보내게 만듭니다. 혈압이 오르고, 부기가 생기고, 심하면 근육에 힘이 빠지고 부정맥이 올 수 있습니다. 콩팥이 약한 분, 이뇨제를 드시는 분에게는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한약에도 부작용이 있습니다 — 감초 이야기)

둘째, 이미 신장 기능이 떨어진 경우입니다. 신장은 약을 걸러 내보내는 장기입니다. 그 기능이 떨어져 있으면, 평소라면 문제없을 양도 몸에 쌓입니다. 이건 한약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약에 해당하는 원리입니다.

셋째, 무엇이 들었는지 확인되지 않은 것입니다. 검사도 이력도 없는 것은, 제가 판단할 근거 자체가 없습니다.

그러면 평소의 한약은 어떤가

국내에서 이루어진 한약 임상연구 59편을 모아 본 정리가 있습니다. 탕약을 드시기 전과 후의 신장 기능 지표를 본 연구들을 모아 분석했을 때, 뚜렷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무작위 대조 시험 6편·407명을 통합해 본 분석에서도, 한약을 드신 쪽과 위약을 드신 쪽의 신장 기능 지표에 차이가 없었습니다.

다만 이 자료들의 범위는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표준화된 몇 가지 처방을 비교적 짧은 기간 본 것입니다. 그러니 "모든 한약이 안전하다"가 아니라, 연구된 조건에서는 그러했다는 뜻으로 읽는 것이 맞습니다.

여기에 흥미로운 자료가 하나 더 있습니다. 대만에서 만성 콩팥병 환자 2만 5천 명을 추적했더니, 한약을 쓴 쪽의 말기 신부전 위험이 낮게 관찰되었습니다. 다만 같은 연구에서 처방 계열에 따라 결과가 갈렸습니다. 관찰 연구라 인과를 말하기는 이르지만, 저는 이 대목이 오히려 이 의학의 성격을 보여 준다고 생각합니다. 한약은 하나의 물질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라는 것이지요.

그러면 어떻게 확인하십니까

저는 신장을 걱정할 이유가 있는 분께 처방하기 전에 몇 가지를 확인합니다.

신장 기능 수치를 봅니다. 이미 받으신 검사 결과가 있으면 가져오시라고 합니다. 없고 위험 요인이 있으면 검사를 권합니다.

드시는 약을 전부 확인합니다. 혈압약, 이뇨제, 진통제, 당뇨약. 특히 진통제를 오래 드신 분은 신장이 이미 부담을 받고 있을 수 있습니다.

처방 안의 약재를 점검합니다. 감초처럼 전해질에 영향을 주는 약재가 이 환자에게 괜찮은지, 양이 적절한지 봅니다.

기간을 정합니다. 필요한 만큼만 쓰고 멈춥니다. (약을 언제 끊어야 하는가)

병원에 먼저 가야 하는 경우

  • 소변량이 눈에 띄게 줄었거나, 소변에 거품이 심하게 나는 경우
  • 얼굴이나 다리가 부어오르는 경우
  • 혈압이 갑자기 오른 경우
  • 이유 없이 피로하고 입맛이 없고 가려운 경우
  • 이미 만성 신장질환 진단을 받으셨거나, 투석 중이신 경우

이 경우는 한약을 시작하기 전에 신장내과 진료와 검사가 먼저입니다. 그리고 어떤 한약이든, 드시는 중에 붓거나 소변이 이상하면 즉시 멈추고 알려 주십시오.

마지막으로

저는 "한약은 안전합니다"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 말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위험한 약재가 있었고, 그것은 퇴출되었습니다. 지금도 살펴야 할 약재가 있고, 저는 그것을 알고 씁니다.

약을 안다는 것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어디서 왔고, 몸에서 어떤 길을 지나가고, 누구에게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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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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